마침내 나의 자그만 소망을 이루다(재작성)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주 먼 옛날 얘기다.
대구 봉덕동(?) 작은 집 앞마당에 커다란 돌맹이들이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난 매일 그 작은 바위 위에 물을 주었다.
세월이 흐르면 그 바위 틈에서 나무와 꽃들이 움을 트고 나올것만 같았고 그러하길 무척 기대하였다.
경남 거창 상동집 100 여평 텃밭에 비가오면 작은 웅덩이가 생겼다 사라지곤 했다.
그 웅덩이가 메마르지 않도록 또 물을 주었다.
연꽃과 비슷한 이상한 꽃도 그 곳에서 피어 신기해 하였고 수박이 자라다 시들어지는 것을 보고 가슴아파 했었다.
내가 어른이 되면 꼭 이곳에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워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후
이십 수년이 흘러 난 결혼도 하고 신평동 집을 갖게 되었다.
대문 앞에 잡초를 뽑아다 심어 보았다.
내겐 잔디처럼 보였다.
정말 조그만 앞 마당에 대추나무도 심고 포도나무도 심었다.
대추가 열리고
청포도가 열리고...그 아래서 '이육사'를 떠 올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김해 진례계곡에 가서 도저히 수석이랄 수도 없는 큰 돌멩이들을 한 차 가득 싣고와 조경도 했다.
그러나 3년전엔 그 쓰잘데없는 돌뭉텡이를 버린다고 욕봤다.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란 수필이 생각났다.
통도사 입구에 가서 전 가족이 낙엽을 한가마 정도 주워 담아와 포도나무 밑에서 태웠다.
아! 낙엽타는 냄새
모두가 쪼그려 앉아 자연을 맡았다.
그러나 포도나무도 같이 타 죽고 말았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
내가 만든 특수깡통 화로에 불을 지피면,
아이들은 현관입구에 자리를 깔고
아내는 부엌에서 양념 돼지고기를 가지고 나왔다.
오손 도손 그리고 도란 도란
우리는 서로 보고 웃었다.
그리고 행복해 했었다.
겨울 밤이면
나와 우리 가족은 신평새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온갖 잡동사니 나뭇조각을 주워 모아 불을 지피고 세숫대야 안에서 고구마가 빨리 구워지기를 벌벌 떨면서 기다렸다.
손이랑 얼굴이랑 숯검정댕이를 한 모습을 보며 서로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 세숫대야는 이내 구멍나고 말았다.
집 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다.
흙을 옮기기 위해 동네안의 꼬마들은 다 동원되었고 아내는 무보수일꾼을 위해 미숫가루와 과자를 준비했다.
고추, 상추, 깻잎, 호박, 토마토, 가지 등등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에 나오는 채소종류는 다 심어 보았다.
올해에는 죽장에서 가져 온 나무로 상자를 만들어 텃밭을 배로 늘여
수박, 오이, 파슬리 그리고 귤까지 추가로 더 심었다.
수박은 익다가 시들어 버렸다.
오이는 한개밖에 따먹지 못했는데 현재 아사직전이다.
깻잎은 고소한 맛보다 풀 냄새만 가득하다.
귤은 토마토 그늘에서, 방아는 고추 그늘 아래에서 그저 생명만 유지하고 있다.
호박 덩굴은 더 이상 뻗어 나갈 곳이 없어 뒷집 2층 베란다를 쳐다보고 있다.
아! 드디어
45년 이상을 꿈꾸어 왔었던 시골집을 마침내 장만했다.
계약일이 이번주 목요일인데 오늘 복덕방에 전화해 2일 당겨 내일 잔금을 다 치룬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시골집 명의는 두 아들의 공동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작은애는 만 20세가 되지 않아 곤란하다고 하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황토방의 온기가 피곤한 몸을 감싸주고
그 불에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 먹고..., 밤도 같이 넣을까?
정원 한귀퉁이에 정자를 만들어
커피 한잔하며 자연과 어우러지고,
집 뒷뜰에 오이랑 호박이랑 제멋대로 커도록 방치하고,
집 아랫터에는 마당에서 내려가는 작은 오솔길을 만들어 운치를 더 하게 하고 그리고 작은 남새밭을 일구자.
고추, 상치, 쑥갓을 심고 그 옆엔 작은 야외식탁을 만들어 두면 제격이겠지.
가까운 유천강에서 잡은 붕어랑 메기랑 넣은 매운탕을 끓이려면 방아도 필히 있어야 겠네.
장독대 옆엔 석류나무를 옮기고 죽장별장처럼 모터를 이용해 작은 연못도 만들어 볼까나?
다수의 장독안엔 감홍시를 차곡 차곡 쌓아두고...
소 외양간을 개조하여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화로를 넣어 밤하늘을 보며 소주잔을 기우리는 공간도 한번 만들어 보자.
20년 이상 작은 화분에서 통제된 삶을 살아온 소나무, 홍자단, 모과나무, 소사나무, 피라칸사스, 보리수, 천리향 등도 이제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
특히 대신공원에서 야밤에 옮겨져와 23년간 장기 철장생활을 한 단풍나무는 반그늘 아래 너의 보금자리를 별도로 만들어 주마.
한정된 공간에 묶여 산 헌터(개이름)도 유창별장에 필수적으로 동행할 나의 친구다. 마음껏 뛰놀아라. 아무 곳에 오줌을 싸도 좋다, 다만 동네사람들 보고 함부로 짖지만 말아다오.
내일이면 우리 가족이 주인이 될 유창별장을 그리며 주마등 처럼 스쳐가는 옛 이야기와 생각나는 대로, 그저 지껄여 보고 싶은 말들을 아무런 생각없이 그리고 가식없이 글로 옮겨본다.
PS : 시골집 수리를 위해 도움을 준 동문 명단과 내용을 공개합니다.
1. 김승배 : 창문 샷시, 화장실, 지붕 개량 및 전기공사 등 (저렴한 비용으로 공사 발주) 2. 홍한진 : 목재 및 합판 일체(무료 제공) 3. 정철상 : 거실용 목재 테이블 1세트(무료 제공) 4. 김무영 : 야외 테이블 및 의자 세트(무료 제공) 5. 하병두 : 목재 방부용 스테인(무한정 무료 제공) 6. 김영국 : 입주 환영 만찬용 식자재 무료 제공 및 요리 책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