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해설 31]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1) 부활의 중요성
2008년 12월 7일 대림 제2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영철 알폰소 신부
예수 부활은 구원 역사의 중심이고 그리스도교의 뿌리이다. 복음 선포, 믿음, 구원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것이 허사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되다. 또 여러분 자신은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이다.”(1코린 15,14-17) 십자가에서 모든 것이 종결되고 부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리스도교는 순교의 종교일 수는 있어도 희망과 생명의 종교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수께서 부활하셨으므로 성령이 강림하시고, 그리스도 신앙이 생겨나고, 교회가 태어나고, 복음을 선포하였다.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인간 가운데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이다”(1코린 15,18-19).
예수님은 안식일 전날(금요일) 오후 3시경에 숨을 거두고 당일 일몰 직전에 묻히고 안식일 다음날(주일), 그러니까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다. ‘사흘 만에’는 시간 간격을 가리키는 것만이 아니라 신학적 의미도 담고 있는 표현이다. 하느님께서 의인을 어려운 처지에서 사흘 만에 구해내신다는 대목이 성경에 가끔 나온다.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직접 개입은 ‘이른 시일’ 내에 이루어진다는 믿음의 표현이다. ‘짧지만 충분한 시간’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하느님이 역경 중에 있는 의인을 오랫동안 방치해 두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부활사건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덤의 경비병들도 부활에 잇따르는 부수적 현상(지진, 빈 무덤)만을 겪었을 뿐 부활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 부활한 분이 제자들에게 발현하셔서 이들이 살아있는 그분을 목격하고 만났기에 부활을 믿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고, 듣고, 믿는 바를 사람들에게 선포하기 시작하였다. 부활과 그에 잇따른 일들의 순서는 이와 같다. 부활 사건 → 빈 무덤 → 부활발현 → 부활신앙 → 복음 선포 등의 순서다. 그분이 제자들의 마음이나 신앙 안에서 다시 살아나신 것이 아니다. 그들의 신앙은 부활하신 주님을 보고 만났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천사들의 부활선언 덕분에 부활한 것도 아니다. 실제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으켜졌으므로 그 사실을 천사들이 전한 것이다.
부활은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역사 안에서 제자들이 부활하신 분을 보고 만났으며 역사의 흐름을 뒤바꿔 놓았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지만 부활사건 그 자체는 역사를 넘어선 사건이다. 죽음에서 일으켜져서 현세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원한 세계 안으로 들어간 사건이므로 죽은 이가 현세로 되돌아오는 소생과 차원이 전혀 다르다. 초월적 사건이므로 그 현장에서 목격한 사람도 없고 또 그에 대한 묘사나 서술이 불가능하다.
부활한 분이 “네 손가락을 여기 대보고 내 손을 넣어 보아라.”,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루카 24,39)라고 말하는 것이나,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떼는 장면 등은 소생이 아니라 ‘육신 부활’을 드러내는 것이다. 육신을 포함한 온 존재가 죽음에서 다시 일으켜져서 온 인격체가 하느님의 세계 안에 들어갔음을 나타낸다. 육신부활은 부활로 인하여 죽기 전의 삶 전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변화된 방식으로 현세와 여전히 교류함을 드러낸다.
부활은 인간이 고안해낸 조작이 아니다. “어찌하여 살아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5) 이같이 최초로 부활을 선포하고 소식을 전한 이는 인간이 아니라 천사이다. 이는 부활이 초월적 사건이고 따라서 지상에서 전해진 소식이 아니라 천상에서부터 선포되는 복음임을 가리킨다.
[2008년 12월 7일 대림 제2주일 가톨릭마산 8면, 최영철 알폰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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