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탄곤드레밥>
소문난 집이어서 짐작은 했지만 상차림을 보고 다시 놀랐다. 이 가격에 가능한 밥상인지도 믿어지지 않았다. 음식맛, 정성, 차림새의 품위, 식재료의 다양성 및 자연친화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1. 식당얼개
상호 : 동탄곤드레
주소 : 화성시 감성1로 84 동찬삼희프라자 101호(석우동 46)
전화 : 031) 8003-3661
주요음식 : 곤드레나물밥, 간장꽃게장, 부추전
2. 먹은 음식
곤드레밥정식 11,000원
먹은 날 : 2019.10.10.저녁
3. 맛보기
우선 식기가 좋다. 정식 유기는 아닌 거 같은데, 적당한 중량감에 번쩍번쩍 화려 깔끔함이 대접받는 느낌을 준다. 그래도 뚝배기보다 장맛이라는데, 장맛은 어떨까. 우선 된장찌개 맛이 좋다. 된장맛은 사실 깊은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찬이다. 특별한 재료 아니어도 이런 맛을 낼 수 있다.
된장은 그 자체로 반찬이면서 간장이기도 하다. 찌개는 그 두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미소시루보다 훨씬 깊은 맛, 미소시루는 장국으로만 만나지만 우리 된장은 쌈장으로, 각종 양념으로, 독립된 찬으로도 만난다. 된장찌개는 안주인 솜씨가 제대로 드러나는 비밀의 문이다.





곤드레는 두 개의 얼굴로 나타났다. 나물과 밥의 거섶. 같은 재료지만 다른 얼굴을 하니 다른 풍미가 난다. 밥알은 적당히 꼬들거리면서도 나물맛과 기름맛이 배여 있다.
강된장과만 비비면 토속적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어떤 귀한 맛도 다 담고 있는 강된장이 곤드레를 만나 조상 지혜의 정수를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부추를 잘게 썰어 고명을 한 양념장맛도 일품이다. 부추고명을 중심으로 걷어내어 비비면 다른 거섶이 필요없다.
곤드레나물을 함께 비비면 이런 맛, 저런 맛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토속음식이 어떻게 귀족이 되는지, 어떻게 미식가의 혀를 만족시키는지 체험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곤드레밥이 전국화되었다. 곤드레는 강원도 말, 고려엉겅퀴를 강원도에서 이르는 말인데, 이제 사람들은 고려엉겅퀴는 모두 모르지만 곤드레는 다 안다. 표제어를 고려엉겅퀴에서 곤드레로 바꿔야 할 판.
곤드레는 산간에서 나오지만 전국화된 산나물인데 왠지 강원도 가서 먹어야 제맛일 거 같다. 하지만 어디서나 곤드레밥을 볼 수 있다. 엉겅퀴밥이 아니니, 적어도 이름으로는 강원도가 전국을 제패한 셈이다.
갈수록 오염이 심해지는 데다 90% 이상이 도시에 모여사는 한국 사람들은 특히 음식에서 토속적인 것을 많이 찾는다. 전에 무시당하고 밥상에 오르지도 못하게 천대받던 것들이 이제는 주역이고 귀빈이다. 곤드레도 그렇다. 어디서나 나물을 얻을 수 있는 산수 화려한 금수강산에 태어난 행운을 다시 감사한다.
음식 자랑이 요란한 프랑스, 역시 다양한 지형과 산하로 축복받은 땅이지만, 이런 산나물은 어디 가나 찾기 어렵다. 구미 어느 곳을 가도, 중국 일본 아시아 어느 곳을 가도 산나물을 이처럼 요모저모로 즐기는 나라는 보기 힘들다. 아름다운 산하가 귀한 식재료를 품고 있는데, 그것을 알아보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내는 혜안과 지혜가 놀랍고 감사하다.



찬들은 대부분 최상의 맛을 내며 정갈한 모양새다. 고추찜 무침, 두부조림, 오이무침, 젓갈 등이 모두 혀를 즐겁게 한다. 아마추어는 낼 수 없는 맛이다. 깻잎찜도 빠지지 않는다.


고추찜무침은 고추장양념을 했다. 흔하지 않은 고추장 양념도 포근하면서도 싱싱한 맛을 품은 고추찜의 기운을 잘 보완한다.

무밥, 콩나물밥, 어수리밥 등등 나물을 넣은 밥은 질어지고 제 모습을 갖기 어렵다. 표면이 뭉게지면 비벼도 식감이 떨어진다. 밥을 어떻게 지어 비벼도 이렇게 고슬고슬, 쫀득쫀득, 거섶의 맛을 모두 품어낼까. 대단한 솜씨다.


서비스도 섬세하다.


강된장 사오는 걸 잊었다. 맛에 취해서다. 한번 맛보기로 끝나는 것은 억울하다. 조만간 다시 찾아야 할 거 같다.




반석산 입구에서 이쪽으로 옮겨왔다. 그때부터 유명한 집이어서 단골손님도 함께 왔다. 사장님은 경남 창녕분이란다. 곤드레의 전국화, 맛집의 전국화, 이제 어디서나 누가 해도 맛있는 집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강된장은 경상도 깊은 맛이 아닐까 싶다.
#화성맛집 #동탄곤드레밥 #강된장 #물향기수목원





*주변 가볼만한곳
신도시 이사로 식당이 더 멀어졌지만, 7킬로 정도 위치 오산대역 앞에 물향기수목원이 있다. 요즘은 초추의 정서를 살짝 품었다. 억새도 좋고, 수상식물원 권역이 좋다. 요즘 들어 관리가 더 섬세해진 거 같다. 걷고 보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자연품은 밥을 먹고, 자연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