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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회 제 105회 “덕숭산” 산행기 <2009년 3월 5일(일)>
◈ 산행일/집결 : 2009년 3월 5일(일) / 2호선 교대역 9번출구 (08시)
◈ 산행코스 : 수덕사주차장-매표소-수덕사-정상-<원점회귀>-무창포-뒤풀이장소-집
◈ 참석 : 18명 (세환, 용우, 창수, 기인, 형채, 재홍, 경식, 원무, 재웅, 삼환, 용복, 전작, 해황, 문형, 근호, 양기 및 2명(종화, 광일)은 뒷풀이때 참석>
◈ 동반시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 뒷풀이 : 모듬회와 주꾸미에 소곡주 및 소·맥주 / '처음처럼'(무창포해수욕장)
집안 일로해서 산행을 한 번 빠졌으니 산우들이 더욱 반갑기 그지없다. 교대역 9번출구에서 08시에 만나기로 산행을 약속한 친구들이 거의 도착하였는데, 한 교장만이 연락이 없다. 종화 회장(최광일 산우와 함께)은 현지에서 뒷풀이때 합류키로 한 관계로 오늘은 재웅 총장이 대권을 쥐고 있었다. 몇 사람이 한 교장에게 전화를 하였는데, 연락이 안된단다. 이 총장의 선심으로 15분을 더 기다리기로 하였는데, 배려의 성의에도 불구하고 한 교장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섭섭한 마음을 안고 08시15분에 출발이다. 모처럼 많은 산우(16명)들의 참여로 차 안이 꽉 찬 느낌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향해 출발 하자마자, 이 총장은 갑자기 이번 산행기를 나더러 쓰라고 한다. 사실인즉 104회의 산행중 고작 두 번의 산행기를 썼으니 그동안 요리조리 잘 피해온 것 같다. 글을 쓴다는 부담감은 글 솜씨 좋은 몇몇 산우를 제외하곤 다들 사양하려 하는 터이라 나도 예외일순 없다. 대학시절 사랑을 구하려 연애편지 쓸 때엔 몇 줄의 감동줄 수 있는 문귀를 얻기위해 여러책을 뒤적이며 하얀 밤을 새곤 했었지만, 필력이 약한 핸디캡으로 이번 글이 우리 산우들에게 누가 될까봐 두렵기만 하다.
날씨도 쾌청하고 도로사정이 좋아 우리의 애마는 잘 달린다. 사실 도로사정이라기 보다는 요즈음 어려운 경제환경으로 살림살이가 녹녹치않아 운전차량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라 여겨진다. 아침식사는 간단히 형채가 준비해 온 앙금빵으로 대신하였는데, 형채는 산우들을 위해 꼭 뭔가를 준비해 오지않으면 몹시 불안한가(?) 보다. 참으로 좋은 버릇이다. 이미 다른 산우들도 진즉 전염되어 배낭안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준비물들은 ‘매직쇼’에서 보는 듯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서안산-서평택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서해안고속도로를 막힘없이 달려와 09시20분경에 서해대교 위를 통과했다. 늘 그러했듯이 버스안에서는 성능좋은 스피커(?)와 지직거리는 묵은 스피커가 혼합되어 유쾌한 웃음 꽃이 만발했다. 이 시간에 집에 있으면 도전노래 1천곡을 보거나 진품명품을 감정하다가 졸다가 했을 터인데... 고교시절을 한 울타리에서 지냈었다는 추억 하나만으로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누리다니 참으로 우리들은 행복을 준 인연이다.
홍성IC.를 빠져나와 수덕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25분이다. 몇 걸음을 걸어 수덕사로 가는 초입에 아담하고 고즈넉한 초가집 한 채가 우리의 발걸음을 가까이 옮기게 하였는데, 이 곳이 고암 이응노 화백의 고택이었으며, 수덕여관이라 한다. 그분이 남겨놓은 좋은 글과 작품들을 짧은 식견으로 잘 헤아리지 못하고 수덕사로 향했다. 가는 길이 어느 시골 장터인양 나물, 버섯류, 건강곡식류와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덕숭산’은 ‘수덕산’이라고도 한다. 차령산맥이 서해로 달려가다가 마지막쯤에 기운을 모아 힘껏 솟구친 산이 ‘덕숭산(德崇山)’이라 한다. 해발 495m로 작고 아담하지만 두리뭉실한 인근 산과는 달리 힘찬 산세를 지니고 있다. 울창한 숲 뒤로 사람 두개골이나 노적가리, 사나운 짐승의 입 벌린 형상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고, 정상에 오르면 안면도와 서해가 한 폭의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오고 이렇듯 경관이 빼어나 예로부터 호서의 금강산으로 불리운다고 소개되어 있다.
수덕사는 이 산의 남쪽 아래에 자리잡고 있으며, 1308년(고려 충렬왕 34년)에 창건된 사찰로, 경내의 대웅전(국보 49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손꼽힌다. 마치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기와지붕과 불룩한 배흘림기둥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절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정혜사와 견성암 등의 암자가 있었는데, 옛날 경허와 만공 등 고승들이 수도하던 곳으로 유명하단다. 덕을 숭상한다는 산의 의미가 느껴진다.
산의 북쪽 능선은 덕산온천 뒤편의 가야산(678m)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두 산은 주변에 많은 문화유적과 아름다운 경치를 담고 있어 1973년 3월 6일 덕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덕산온천과 윤봉길의사 사당인 충의사, 천주교인들의 성지 해미읍성, 추사 김정희 고택 등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수덕사의 관음바위(동전 부쳤던 곳)에 대한 설화는 참으로 흥미로웠는데, 글로 다 옮기기보다는 각자 인터넷으로 조회해 보시기 바란다.
11시40분, 주차장에서 약 1시간 15분의 짧은 시간에 덕숭산 정상에 도착하였는데, 낮은 산이지만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광은 대단하다. 좌측으로는 안면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우측엔 덕산 시가지가 송림과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산수화와 같다. 김 전회장님이 행여 500미터도 안되는 낮은 산이라 성에 차질않아 참석을 안했는지(?), 아니면 이처럼 좋은 절경을 담을 새 카메라(지난 산행때 분실)를 준비하지 못함인지, 함께 동행하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짧은 산행이라 뒷풀이때 중식을 겸하기로 되어있어 정상에서 간단히 과일정도만 먹고가려나 했는데, 웬걸? 이게 뭣이냐? 시바스리갈(기인), 낙지(문형), 계절의 진미 주꾸미(경식), 콩가루와 모시떡(해왕), 노가리(양기), 귤, 사과, 딸기, 빨간고구마, 막걸리 등등... 넘 경쟁이 심하다. 그래도 막지는 말아야지... 한 잔 곁들인 후에 김용택 시인의 “달이 떳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를 산행 동반시로 낭독하자, 주변의 많은 등산객들이 귀를 세우고 훔쳐 듣는다.
오후 1시 22분에 오르던 길로 다시 하산하여 우리의 애마에 몸을 싣고 덕산온천으로 향했다. 이는 포도청대감님인 나 원장의 강력한 주장도 있었지만, 이미 사전에 공지한 바와 같이 온천지역에 와 산에선 정기와 좋은 공기로 마음을 깨끗이 하고, 하산 후에는 온천물에 그동안 묵은 때를 말끔히 씻기로 하였다. 앞으로 온천과 먹거리에 관심있는 산우는 산행 전에 포도청대감님의 참석여부를 필히 확인해 봄이 좋을 듯 싶다. 우리가 갔던 '덕산호텔온천'은 1945년 5월 10일에 개장한 유서깊은 온천장이라고 한다.
온천탕에서 약 1시간동안 몸을 가쁜하게 풀고 2시 20분경, 오늘 산행에는 참석치 못 했지만 뒷풀이 장소에서 만나기로 되어있는 두(김 회장과 광일) 산우가 기다리고 있는 보령시 무창포해수욕장으로 이동하였다.
3시 20분, 무창포해수욕장 중앙에 자리한 “길은수산(처음처럼)”에 도착하였다. 해변을 걸으며 모래사장과 파도를 배경으로 한컷 누르고나서 우리의 마지막 순서인 목 때밀이 장소인 ‘처음처럼’으로 향했다. 이곳은 김 회장과 금년초에 입회한 신입회원 광일 산우가 성대한 뒷풀이를 위해 미리 예약해 놓은 장소이다.
주 메뉴는 싱싱한 자연산 도다리회와 계절의 진미인 주꾸미였는데, 해삼, 멍게, 키조개, 개불, 우럭구이 등등의 기본안주에 김 회장이 준비한 소곡주와 소·맥주를 곁들였다. “자 이처럼 단돈 2만원으로 태워주고, 박아(찍어)주고, 씻겨주고, 먹여주는 모임이 있으면 어디 한번 대봐!“ 라고 누군가(?)가 외쳤다. 농이지만, 정말 소문내지 말자! 여기에 이런 모임이 있다고... 군기반장 나 원장의 성화에 못이겨 기왕지사 모처럼 서해안 바닷가에 와서 올해 주꾸미가 흉년이라 1Kg에 거금 5만냥이나 하는 알이 가득 배어있는 ‘주꾸미탕’도 먹었기에 여한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속 깊고, 배려심 많은 친구들과 동반하여 산행하는 즐거움과 행복한 삶을 누린다는 데에 참으로 큰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시산회원 만만세다! 앞으로 우리 시산회원 모두가 뜻 하는대로, 생각 하는대로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시산회! 디비디! 바비디~ 부!”
2009년 3월 6일(월) 기세환 씀.
이상은 기세환 전회장님의 산행후기를 제가 일부 내용과 체제만 편집하여 그대로 옮겼다. 기 전회장님 후기에서도 있었지만, 산행장소만 추천하고 일신상의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 김정남 전회장님의 불참이 못내 아쉽다.
사실인즉 작년부터 서해안쪽에 있는 예산의 가야산이나, 홍성의 용봉산, 보령의 성주산에 산행을 할 경우, 가까운 덕산온천에서 온천을 한 후 내가 옛날 2000년부터 약 4년동안 직장에 근무한 무창포에 낙조를 바라보며 산우들과 맛있는 회에다 술을 한 잔하고 싶었다. 다행히 산행전날 대학친구들 몇 명과 그 곳에서 1박 2일로 모임이 있었기에 모임후 함께 산행을 하고 싶었으나 일정이 여의치 못해 축령산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하였다.
무창포의 낙조는 '보령 8경'중의 하나이다. 날씨가 맑은 날, 해수욕장 앞에 있는 섬(석대도) 뒤편으로 지는 낙조를 바라보며 싱싱한 회 안주에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술 한잔, 바닷가의 추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서울에서 불과 2시간이면 올 수 있는 거리이기에 난, 불현듯 옛 추억이 생각나면 차를 몰고 왔었던 곳이기도 하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의 인심도 좋고하여 정년후에는 이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낼까도 생각한 장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다음 시산회 106회 산행장소는 수원과 용인에 위치한 '광교산(582 m)'으로 결정했다. 자세한 안내는 이 총장께서 조만간에 별도로 공지할 계획이니 좋은 친구들과 함께 건강을 위하여 많은 산우들이 동참하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항상 아침에 출근하여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마음속에 묻어 둔 글귀를 첨언하면서 이만 맺는다. 애착이 깊으면 많은 것을 소모하게 되고,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네. 겸손할줄 알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자만이 지나치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그대 오래오래 화평하리라..."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