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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등장하며) 피이터 이런 일을 본적이 있나
피이터: (등장하며) 이열 치열 이라고 열은 열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겠지
엘렌: 아 기가 막혀. 바로 우리 남편 해리 벌린도 그래. 항상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거든.
밀트: 내 새 마누라 린다도 매일 매일 새로워
엘렌: 그이와 함께 있는 순간마다 새 상식이 늘어요
밀트: (웃으면서) 우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웃기 시작하지…….
엘렌: (웃으며) 우리 남편도 같이…….
밀트: (웃으며) 내 새 마누라 린다가 날 계속 웃기지…….
엘렌: (웃으며) 장난에다 농담에다 내 남편 해리는…….
밀트: (웃으며) 난 린다! 린다! 정말 못 웃겠어 배꼽이 빠지겠어 난……. (갑자기 비탄에 빠져) 아 못 견디겠다 못 견디겠다!
엘렌: 왜 그래요? 밀트…….
밀트: 거짓말을 못하겠어. 당신에게 엘렌…….
엘렌: 거짓말? 무엇을? (죠 등장. 휴지통을 뒤져 쓰레기를 골라 가져온 푸대에 담아 갔고 나간다.)
밀트: 린다가 갔어! 꺼져버렸어!
엘렌: 언제요?
밀트: 오래 전에! 오늘 아침 그 여자 변호사가 전화를 했더군 두 번이나 여편네를 잃다니. 내가 어째서 그렇게 돼야 하는지 말 좀 해봐 사람 미치겠어!
엘렌: 찾아가 봐 다시 만나면 되돌릴지도 모르지
밀트: 누굴 만나?
엘렌: 린다 말예요
밀트: (일어서며 왼쪽에서 왔다 갔다 한다.) 그 게으름뱅이를 누가 만난데……. 지옥에서 썩던 말던!
엘렌: 뭐 안돼요. 밀트
밀트: 그런 여자와 살아야 했으니!
엘렌: 아무리 그렇게 나빴을라 구!
밀트: 그렇게 생각하지
엘렌: 우리가 같이 살 때 나한테 놀랄만한데 가 한군데 두 없다 구 항상 그게 불평이었어요. 그런데 린다를 봐요. 얼마나 놀라와요.
밀트: 암 놀랐지. 막상 린다와 같이 있어보니까 다른 여자야. 우선 육체적으로 전혀……. (몸서리친다.) 그 여잔 수염까지 났던데 거짓말이 아냐. 알아볼 수가 없어 난 집에 돌아 올 때 마다 번지수가 틀린 줄 알았다니까!
엘렌: 여자들 중에는 흔히 털이 많아서 고민들 해요. 그럴수록 비난을 말고 동정을 해줘야지요.
밀트: 동정을? 면도크림이나 사주지.
엘렌: 더 안 듣겠어요. 그 여자에게 좋은 점이 있었으니 결혼한 게 아녜요?
밀트: (벤 취로 가서 그녀 왼쪽에 가서 앉는다.) 여보, 당신 내가 함부로 남을 탓하지 않는 줄 알잖아. 그 여자는 결혼 전에 계획적으로 내게 아편을 줬어…….
엘렌: 설마 어떻게 그런 것을…….
밀트: 정맥주사로 내가자는 동안……. (소매를 걷고 팔을 보인다. 엄숙하게) 이걸 봐.
엘렌: (팔을 조사한다.) 밀트, 이점은 나하고 살 때 두 있었어요.
밀트: (짜는 듯한 소리로) 이 보랏빛 같이? 언제 내가 이런 보랏빛 점이 있었어? (일어서서 왼쪽으로 왔다 갔다 한다.) 내 생각이 틀림없어. 아니 인간이 하루밤 사이에 그렇게 변질할 수 있을까. 목소리마저 코에서 나. (손가락으로 코를 쥐고 흉내내며) 아니 들어오면서 문을 안 잠그면 어떡해요?
엘렌: 그래 두 살림은 부지런히 잘 했겠죠.
밀트: 뭐? (무대 앞 오른쪽 벤 취 앞으로 가서 엘렌에게 등을 돌린다.) 자 여길 쳐봐! (등을 가르킨다.) 어서 때려! (그녀는 등을 친다. 그의 자켓에서 먼지가 짙은 구름처럼 일어난다. 엘렌은 기침을 하며 먼지를 내젓는다. 밀트는 떠 있는 먼지를 가르킨다.) 저 먼지 이만하면 알겠지? 자켓에서 먼지가 그 정도니…….
엘렌: (경멸조로) 너무한데
밀트: 직장에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온종일 침대에 누워서 과자만 쳐 먹고 있다니까 손끝 하나 안 놀리 구…….
엘렌: 정말 너무한데. 그런 여자하구 어떻게 넉 달 동안이나 같이 살아요. 자존심도 없우? 내가 언제 침대에 누워서 과자만 먹었어요?
밀트: 아니, 아니
엘렌: 왜 그러지 못했죠?
밀트: 당신은 희생적이고 착하기만 했지.
엘렌: 바보였죠. (코트 주머니에서 꺼낸 휴지에다 손을 닦는다.) 설거지 질 보다 침대를 더 중요시 못 했으니까!
밀트: 그 여잔 섹스 위주야…….
엘렌: 상상하고도 남아요. 그런 여자들은 다……. 그 얘기 더 하다간 병나겠어 (책을 편다.)
밀트: (괴로운 표정으로) 그걸로 끝이 났다면 오죽 좋겠오.
엘렌: 아니 그럼……. (밀트는 늙은 영감의 고독을 연상시키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인다. 조바심을 내며 책을 주머니에 넣는다.) 난 가겠어요. 내 걱정도 많은데 공연히…….
밀트: 여보 이대로 내버려두고 가면 그럼 나보고 자살하란 말야? 이 여자는 달라. 이 여자는…….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어 엘렌의 호기심을 일으키며 들여다본다.) 아름다워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워! (그는 왼편으로 가 무대 중앙으로 간다. 사진에다 대고) 아 당신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엘렌: (그에게 건너가 어깨너머로 넘겨다보며) 무얼 그렇게 끙끙거리고 있어요. 뭔데요? 보여줘요 (나꾸어 채서) 밀트 아니 이건 내 사진 아녜요.
밀트: 물론 당신 사진이지
엘렌: 당신 누이 결혼식에 당신이 찍은거에요. 그 날밤…….
밀트: 칠월 이십 삼일. 내가 모르는 줄 알어?
엘렌: 그럼 당신……. ?
밀트: 그래! 그래! (밀트는 오른쪽 벤 취로 가서 앉는다. 엘렌은 왼쪽으로 간다.) 아, 여보……. 내가 눈이 삐었지. 변명할 여지도 없어.……. 내겐 오직……. 당신 뿐이야. 당신과 헤어진 후로 비참한 나날의 연속이야.
엘렌: (돌아서서) 이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밀트
밀트: 들어줘. 몇 달 동안을 린다와 누워서 당신을 생각하는 이중 생활을 해서 난 이젠 기진맥진이야. 우연히 여기 나타난 게 아냐. 해리가 전화를 했더군. 내게 꿔준 돈 때문에 만나자고. 그러나 사실은 당신이 궁금해서 어떻게 지내는지, 뭘 하는지, 내가 다시…….
엘렌: 난 엄연히 해리 벌린의 부인이고 지금 당신의 처지는 당신이 스스로 택한 것이고 그렇지요.
밀트: 내가 바보였지. 이기주의에다 위선적이고 자기본위에다……. 당신이 말했듯이 속 알지 없는 이였어. 그러나 여보, 엘렌
엘렌: (왼쪽으로 가며) 그만 해둬요. 이미 늦었어요. 해리에게는 내가 필요해. 나를 의지하고 있어요. (오른쪽으로 해서 무대 중앙으로 간다.) 사실 내가 집에 가서 먹여주지 않으면 저녁도 굶어요.
밀트: 당신이 떠 먹여 줘?
엘렌: 물 삼분의 이에다 우유 삼분의 일, 그것만 먹어요. 그인, 그인 더 심해졌어요. 계속해서 발작만 일으키고……. 그러나 난 내 의무를 알아요. 아무튼 난 착한 아내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좋은 아내가 되어줄 만한 남자란 참 없군요.
밀트: (일어나 팔을 벌리고) 여기 있잖아!
엘렌: 당신?
밀트: 그래, 내가……. (엘렌에게 간다.) 내가 안보여. 엘렌 당신을 사랑해 항상 사랑했어. (엘렌이 왼쪽으로 피한다.) 나한테 담을 쌓지 말아 줘. 엘렌! 1940년에서 1944년까지 4년 동안 슈거레이 로빈슨의 전적은?
엘렌: 1940년에서 1944년 사이에 슈거레이 로빈슨은 50회의 시합을 가졌는데 49승 1패 그 중 34회 KO승, 판 전승 15회 그리고 1943년 잭 라오타에게 꼭 한번 판정패를 당했죠.
밀트: 내 어제 빠에서 그 녀석이 틀릴 줄 알았지. 여보, 정말로 당신하고 이대로 헤어질 순 없어.
엘렌: 안돼요. 이 이상 천덕꾸러기 개나리 봇짐같이 왔다 갔다 하며 살기 싫어요.
밀트: 그럴 리가 있나
엘렌: 이미 당한 걸요. 당신은 내가 유부녀인걸 잊고 있구만요.
밀트: (오리같이 갈라진 소리로) 엘렌?
엘렌: 아무래도 소용없어요.
밀트: (아직도 갈라진 소리로) 한번만 더 생각해 줘. 응?
엘렌: (모래상자가 있는 무대 앞 왼쪽으로 간다.) 당신 장난에 장단 맞출 기분이 아녜요, 밀트
밀트: 그래, 해리 벌린을 사랑한다는 말이지? 그럼 그 친구와 행복하다고 말해봐. 그럼 난 당장 당신 곁을 떠나 영원히…….
엘렌: 해리를 사랑한다 구 말해 보라 구!
밀트: 그 말만 들으면 이 밀트 맨빌은 영영 그리고 다시 싱겁고 바보 같은 수다는 그만 두겠어.
엘렌: 난……. 난 못해, 당신 불행이 어쨌다 구요? 흥! (밀트가 엘렌에게로 건너간다.) 불행! (밀트가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같이 모래상자에 앉는다.) 그 사람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 사람이 누구죠? 뭐죠? 왜 날 흔들든지 뺨을 치든지……. 왜 어떻게 해서든 말리지도 않았어요? 그 사람은 인간이 아녜요……. 응접실 한구석에서 구부리고 누워서 종이봉투 바로 채소가게 누런 종이봉투를 쓰고 구부리고 누워서 계속해서 중얼거리고 신음하고……. 그러자니 먹여줘야 하고 씻겨주고 이루 다 말할 수 없어요. 너무 창피해.
밀트: 더러운 짐승 같은 자식!
엘렌: 바로 그거예요. 해리와 결혼생활이…….
밀트: 그럼, 왜 안 돼? 말해봐!
엘렌: 나의 신념이 무엇인지 들어 보세요, 밀트
밀트: 당신의 신념이 뭐야? 엘렌
엘렌: 참된 결혼이에요. (일어나다. 왼편으로 가며) 저녁 여섯시쯤 신문을 겨드랑이에 끼고 싱거운 미소를 지으며 "여보, 저녁 반찬이 뭐야?" 현관문을 여는 남편, 애기 땀띠약과 젖은 기저기 냄새, 그리고 밤중에 일어나 우유를 데우는 즐거움. 이것이 내가 원하는 생활이에요. 그런데……. (무대 아래위를 왔다 갔다 한다.) 왜 난 학교에서 고등수학에 세균학, 골치 아픈 세균학 같은 것만 배웠지? 남자와 아기자기 살지도 못하게 왜 머리 속에 지적인 것만 잔뜩 집어넣었는지 몰라? 난 그런 교육제도를 만든 교육위원들을 원망해요. 정말……. (뒤쪽 오른편으로 무대 중앙으로 건너간다.)
밀트: 그러니까 그때 내 말이 이혼하지 말자고 그랬는데…….
엘렌: 당신과 이혼하려고 안 했어요. 밀트. 그런데 당신이 고의적으로 날더러 해리와 결혼하기를 강요했어. 인제 난 당신을 안 믿어요. 믿지 않는데 어떻게 사랑을 할 수가 있어
밀트: 그런…….
엘렌: 끝났어요.
밀트: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
엘렌: (벤 취 쪽으로 간다.) 이미 문은 잠겼어요. (밀트는 슬프게 끄떡인다. 그는 실연에 찬 목소리로 노래한다.)
밀트: (노래한다.) 사랑의 그림자가 내 가슴에 지네
엘렌: (벤 취에 앉으며) 듣기 싫어요. 밀트, 제발, 제발, 제발…….
밀트: (엘렌에게로 가며 노래한다. 벤 취 왼쪽에 가서 엘렌 머리칼을 만진다.) 사랑은 내 인생을 처음부터 울리나니 울면서 호소해도.
엘렌: (그의 손이 닿자 몸을 떨며) 이제 와서 또다시 시작하자고?
밀트: (화를 내며 돌아선다.) 사랑은 날 비웃네. 왜 오셨나요?
엘렌: 이제 늦었어요, 밀트 안돼요. (그녀는 벤 취 의자 위에 몸을 내던지고 기대는 곳에 다리를 얹는다.)
밀트: (노래한다.) 왜 계셨나요? 왜 날 꼬였나요? (돌아선다. 엘렌을 보자 놀라서 멈춘다. 벤 취로 달려가 앉아서 그녀를 안는다.) 엘…….
엘렌: 밀트……. (그녀를 덥썩 안으니까 또 그의 자켓에서 먼지구름이 솟구친다.)
밀트: 아……. (그들은 키스한다.)
엘렌: (그를 주시하며) 도스토예프스키.
밀트: 아냐 여보. 밀트, 밀트 맨빌이야.
엘렌: (다리를 벤 취 위에 올린 채 그의 팔에 안겨 일어나 안는다.) 밀트. 그래. 오! 난 항상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에게 키스한다.) 행여나 당신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거의 매일 밤 이곳에 왔었어요. 자진해서 해리와 결혼하지 않았어요.
밀트: (그녀에게 키스한다.) 결혼하기 싫었지? 그렇지?
엘렌: (키스로 답하며) 그럼요. 당신도 알고 있으시면서…….
밀트: 알구 말구.
엘렌: 우리는 지금 미술관에 가는 길이 아녜요. 그는 아무데도 안 데려 가는 걸요. 영화관에도…….
밀트: 이젠 염려말어. 두고보라구……. 난 무엇보다도 먼저 밤에 나가서 쓰레기통 뒤지는 일은 그만두겠어.
엘렌: 오, 오 그러나 그건 당신에게 있어선 중요한 사업의 하나가 아녜요?
밀트: 당신이 더 중요해. 훨씬 더. 우리의 행복이 급선무야. (일어나 왼쪽 쓰레기통으로 간다.) 매일 저녁 다섯시엔 도어를 열고……. (쓰레기통에서 신문을 접는다.) 이렇게 신문을 옆에 끼고 싱거운 미소를 지으며……. (발로 문 차는 시늉을 한다.) 여보, 저녁 반찬이 뭐야?
엘렌: 비후스텍에 감자튀김 케찹의 강낭콩 모두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이에요. (그에게 달려가 와락 그의 품에 안긴다.)
밀트: (그녀를 들어 올린 후 내려놓는다.) 내가 원하는 것도 바로 그거야.
엘렌: 이젠 당신에게 대들지 않겠어요. 밀트, 절대로, 절대로…….
밀트: 직장은 한곳이면 족해. 매일 저녁 어김없이 당신과 같이 지내겠어. (쓰레기통에 신문을 확 버리려고 하다가 다시 본다. 다시 생각해 본 후 옆 주머니에 넣는다.)
엘렌: 나도 영리한 체 하는 건……. (모래상자 위에 올라서서) 내게 질문해 보세요.
밀트: 1919년 국제연맹은 무슨, 무슨 나라로 구성됐나?
엘렌: 몰라요.
밀트: 몰라?
엘렌: (모래상자에서 내려선다.) 몰라요, 알고 싶지도 않고……. 내 가식을 묻혀 버려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밀트를 껴안는다.) 소원예요, 밀트…….
밀트: 내 소원 역시 당신 뿐이야. 이젠 서로 소원 성취할거야.
엘렌: 될 거예요, 꼭……. 그러나 해리 벌린은, 해리를 어떻게 하지.
밀트: 이혼해 버리지.
엘렌: 절대로 안해 줄거야, 밀트
밀트: 어디로 보내 버리지.
엘렌: 설득이 쉽게 안될 걸……. 게다가 돈도 없구…….
밀트: 그렇군. 여보. 해리가 곧 여기 나타날 거야. (내려보며) 중심만 잃는 날이면…….
엘렌: 무슨 뜻예요? 밀트.
밀트: 만일 여기서 비틀거리다가 중심만 잃는다면…….
엘렌: 안돼요. 그런 말 말아요.
밀트: 그럴 수밖에 없어.
엘렌: 난 싫어요. 안돼요.
밀트: (성급히 오른편으로 가서 난간의 오른쪽으로 간다.) 그렇다면 당신은 진정 날 사랑 안해?
엘렌: (밀트 왼쪽으로 건너간다.) 사랑해요, 밀트.
밀트: 아냐, 안 해!
엘렌: 해요, 맹세코 해요.
밀트: 만일 사랑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게 아냐? 무슨 짓이라도…….
엘렌: 여보, 그건 살인이야, 알겠어?
밀트: 살인? 누가 살인 한 댔어? 정신이 나가셨나봐.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엘렌: 우리가 곤란하게 돼요. 틀림없이……. 잡히면 어떡해요?
밀트: (무대 앞 오른쪽으로 벤 취 앞으로 간다.) 날 사랑 안 하기 때문이야. 그래 한번도 진짜로 날 사랑해 본적이 없어. (죠 등장. 휴지통을 뒤져 쓰레기통을 골라지고 온 푸대에 담아 갖고 나간다.)
엘렌: (무대 앞쪽 왼편으로 간다. 그에게 손을 뻗는다.) 그렇지 않아요.
밀트: (그녀에게서 빠져 나오며) 싫어!
엘렌: 여보! (그에게로 간다.)
밀트: 내게 손도 대지 말 어.
엘렌: 어린애처럼 굴어.
밀트: 누가 어린애인지 모르겠군. 그 하찮은 일하나 못하는 주제에…….
엘렌: 날더러 무슨 일을 하란 말예요?
밀트: 알잖아?
엘렌: 해리를? (절름거리는 발소리가 오른쪽 무대 밖에서 들린다.)
밀트: 해리다.
엘렌: 그러면 문제가 더 복잡해져요. 잘 생각해봐요. (발소리 들린다.) 해리가 오는 건가?
밀트: (오른쪽을 본다.) 알겠어, 그자야! (엘렌이 왼쪽으로 가려한다.) 이리와! (그녀가 그에게로 오니까 흥분해서) 그럼 내게 맡겨!
엘렌: (앉은 채) 못해요. 난 못해!
밀트: 내가 처리할게. (그녀를 왼쪽 무대 밖으로 데려간다.) 저만치 피해있어. 해리에게 조용히 할 말이 있으니까. 엿듣지도 보지도 말아야해.
엘렌: (멈춰 서서 항의하려 한다.) 당신이……. 여보, 설마……. 당신이…….
밀트: (그녀를 왼편 무대 밖으로 밀어 버린다.) 어서 저리가 아니, 이리와! (그들은 퇴장한다. 해리가 오른쪽으로 등장한다. 그는 일 막에서 쓰레기통속에 있던 밸벧컬러의 배진 오바를 입고 있다. 면도도 안하고 바지도 안 벗었다. 오른쪽 다리가 뻣뻣이 마비가 되어 지팡이에 기대고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고 간다. 그는 가로등과 벤취 사이를 지나 왼편 벤 취 왼쪽으로 간다.)
해리: 밀트……. (스쿠터를 본다.) 밀트? 와 있나, 밀트? 비겁한 자식 같으니라 구 내 오 불 왜 안 줘? (더 왼쪽으로 무대중앙으로 간다.) 그놈의 개새끼, 그놈의 미친개가 내 다리에다, 내 다리에다 싸다니 축축하고 냄새가 나서 원……. 아직 저기 있군……. 가라 저리, 저리, 저리……. (지팡이를 거꾸로 손에 쥐고 그의 오른쪽 다리 옆에 있는 상자의 개에게 휘두른다. 마침내 돌아서서 지팡이를 바로 잡고 알코브 쪽으로 간다. 그러는 동안 밀트가 천천히 무대 앞 왼쪽에서 숨어 나와 음험하게 그에게로 가까이 간다.) 오 엘렌, 나의 사랑 내 사랑 내 사랑 내 사랑스런 엘렌 어디 갔어? (그가 무대앞쪽으로 돌자 밀트가 당황하여 가까스로 안 들키게 물러선다. 해리가 알코브 난간 오른쪽으로 돈다.) 나의 엘렌, 나의 사랑, 사랑스런 엘렌. (그는 지팡이에 잘못 기대 지팡이가 떨어지고 그도 땅에 떨어진다. 그가 지팡이를 잡을 때 밀트가 그에게로 달려가 그를 난간너머로 떼밀려고 했다가 해리가 넘어지는 바람에 밀트는 멈추지 못하고 알코브 오른쪽 난간너머로 떨어졌다. 풍덩하는 소리가 크게 나고 난간 위에서 물이 많이 튀겨서 해리에게 떨어진다. 비가 오는지 알아보려고 손을 내밀고 하늘을 쳐다본다. 케이불에다 지팡이를 걸어 잡아 일어선다. 왼쪽에서 엘렌이 등장한다.)
엘렌: 밀트?
해리: (돌며) 엘렌…….
엘렌: 당신, 밀트 어디 갔어요?
해리: 밀트?
엘렌: 무슨 소릴 들었는데 (오른쪽에 가서 난간 너머로 조그맣게) 밀트? 아무 것도 안 보이네.
해리: (알코브로 가서) 밀트가 저 아래 있어?
엘렌: 조금 전에 나와 함께 있었는데 (해리를 보며) 정말 그가 없었어요?
해리: 나와 만나기로 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여길?
엘렌: 내 걱정은 마세요. 어디 갔을까? (벤 취 오른쪽으로 간다.)
해리: 내 돈 오 불을 안 갚지 않아! 이 세상 믿을 놈이 있어야지!
엘렌: 당신 돈에만 관심 있군요! 그렇죠 해리?
해리: (무대 앞으로 가며) 당신 생일에 선물 사 줄려고 그러는 거야.
엘렌: 내 생일은 팔월이니까 아직 멀었어요. (그녀는 벤 취 오른쪽에 앉는다.)
해리: 그러니까 미리 저축해두려는 거지. 여보 성대 높이지마. 난 아픈 사람이야. 아픈 이 다리가 (다리를 유별나게 저으며 걷는다.)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않어.
엘렌: (성가시듯) 공연히 멀쩡한 다리를 가지고…….
해리: (오른쪽으로 절뚝거린다.) 공연히……. ? 그럼……. ? (멈춘다. 다리를 구부려 본다. 의외로 잘 구부러지고 들어올릴 수도 있다.) 당신 말이 맞아! (즐겁게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한다. 지팡이를 난간 밖으로 던져버리고 원을 그리며 무대를 뛰어다닌다.) 움직인다, 움직여……. 다시 걸을 수도 있구나. 걷는다. 걸어…….
엘렌: 여보, 여보! 할 말이 있어요. 좀 앉아요. (벤 취를 가리킨다.)
해리: (벤 취로 가 엘렌 무릎에 머리를 얹고 벤 취에 반듯이 눕는다.) 당신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아가? 사랑스런 소중한……. 아……. 엘렌! 안아 줘. 안아달라니까 당신이 없으면 난…….
엘렌: (제지하며) 아니 왜 이래? 오늘밤은 어서……. (해리 일어나 왼쪽을 보며 엘렌 무릎에 앉는다.)
해리: (그녀를 포옹하며) 왜 그래? 여보 여보 여보!
엘렌: 해리! 가만히 잘 들어요. 중요한 문제니까, 난 당신에게 좋은 아내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눈물겨운 노력에 두 불구하구 우리 결혼은 실패예요.
해리: (질려서 그녀를 포옹하려고 기를 쓰는 것을 멈춘다.) 우리 결혼은 실패라 구……. ?
엘렌: 그럼요. 실패…….
해리: (그의 오른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겹친다. 침묵이 흐른다.) 난……. 뭐라 해야 좋을지 벼락을 맞을 것 같아. 지금 이 시간까지도 우린 행복한 부부라고 생각했어.
엘렌: 행복한…….
해리: (끄덕) 도무지 몰랐어.
엘렌: 어떻게 행복하다구 할 수 있어요. 내가 밤마다 밖에 나가서 서성거리는 걸, 변소에서 우는 걸 몰랐단 말예요?
해리: (머리를 흔들며) 몰랐지, 몰랐어.
엘렌: 그럼 밤새도록 변소에서 내가 뭘 한다고 생각했죠?
해리: (잠시 침묵. 절망적으로) 여보!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엘렌: 여보! 난 당신에게 질문을 하고 있어요, 해리!
해리: (해리 몸 전체를 들어 그녀 왼쪽 벤 취에 놓는다.) 밤새도록 변소에서 뭘 그리할까 하고 수상해 여기기도 했었지만 곧 나도 당신 일에 간섭 안 하려고 그저 천장만 보곤 했어요. 그랬는데 그게 잘못이오.
엘렌: (어이가 없다.)
해리: 그러나 이제부터…….
엘렌: 우리 결혼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예요. 하나의 추억도 원만하게 남지 않고…….
해리: 아, 아니지, 아니지. 엘렌 재미있었던…….
엘렌: 뭣을?
해리: (잠시 침묵, 화가 나서) 내 종이모잔 어딨어?
엘렌: 우리 결혼 자체가 실패였으니, 여기서 끝장을 내야해요.
해리: (다리를 엘렌 무릎에 올리며) 안 돼, 엘렌……. 난 당신에게 대한 책임이 있어.
엘렌: (다리를 걷어차며) 결혼후 단 하룬들 잊으려 했어요. 내게 동전 한 닢인들 준 적이 있어요?
해리: 당신을 놀래주려고 그랬지?
엘렌: 그런 뜻에선 성공했군요.
해리: (일어서 벤 취 왼쪽에 선다.) 난 여지껏 시간을 낭비한 게 아냐. 난 생각하고 있는 게 많아. 계획……. 들이. 갑시다. 새로 출발하는 거야. 여보! 올 가을에 의대에 입학하겠어.
엘렌: 해리! 그것도 이제 소용없어.
해리: 맞었어. 맞었어. 철야근무에 수술이다 피투성이의 옷을 생각만 해두 끔찍하지. 그럼 법대에 가지. 올 가을에 등록을 할 테야.
엘렌: (좌절감에) 안돼요.
해리: (안달이 나고 화가 나서) 왜 안 돼?
엘렌: 해리! 당신은 나사랑 안 해. 그래서 모든 게 간단해 (일어나 무대 앞쪽으로 간다.)
해리: 안 돼.
엘렌: 언제 사랑했던가 조차 의심스럽군요.
해리: (그녀에게로 간다. 팔을 뻗어 손가락으로 잡으려는 듯) 여보, 당신 무슨 말을 하구 있는 거야! 사랑!
엘렌: 사랑이 어쨌단 말이요?
해리: 사랑은……. (혼동되어 말을 끊는다.)
엘렌: 사랑이 뭐죠? 그 정의가 듣고 싶군.
해리: (팔을 하늘로 들고 잡으려는 듯) 새들 태양 우리의 태양…….
엘렌: 태양이 어디 있어요?
해리: 내 종이모자 어디 있어?
엘렌: 난 안 가지고 있어요.
해리: (화를 내며) 그럼 누구든 내 종이모자를 가지고 있을 거야. 지금 머리 위엔 없잖아?
엘렌: (그의 앞을 가로질러 왼쪽으로 간다.) 사랑이란 당신에게는 당신의 그 게으르고 결단성이 없는 생활을 숨기기 위한 이용물이에요. 구태여 설명한다면 사랑은 주고받는 것, 감정의 교류예요. 육체의 매력을 토대로 서서히 꽃피는 그리고 일종의 의무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보충이기도 해요.
해리: (한 손은 벤 취를 움켜잡고 다른 손은 뺨을 어루며 분개하여)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
엘렌: 암 요. 바로 그렇게 생각해요.
해리: 로맨스도 부드러움도 없고 잠재의식도……. 사랑은 단지 육체적 매력을 토대로 서서히 피어나는 것……. 일종의 의무에다 단순한 사회적 보충이라고 그게 전부란 말이지?
엘렌: 네! 전부예요.
해리: 내게 그렇게 분하고도 무안하지도 않아?
엘렌: 내가 왜 무안해야 해요?
해리: 사랑은 육체적 매력을 토대로 서서히 피어나는 것 일종의 의무에다 사회적 보충
엘렌: 그래요
해리: (오른쪽 가로등으로 가서 엘렌에게로 돈다.) 나와 성스러운 언약을 맺은 여인이……. 내 여인이 바로 저기서 날 대놓고
엘렌: (간략하게) 사랑은 육체적 매력을 토대로 서서히 피어나는 것 일종의 의무에다 사회적 보충
해리: 여보! 날 마음대로 해 욕하든지 짓밟던지 갈기갈기 찢던지 그러나 제발 빌겠어 부부로 같이 살던 낮 밤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말하지 마!
엘렌: (앵무새처럼) 사랑은 육체적 매력을 토대로 서서히 피어나는 것 의무에다…….
해리: (가로등으로 다시 가서 큰소리로 소리친다.) 아……. (엘렌이 말을 끊는다. 해리는 왼쪽으로 벤 취 앞쪽으로 간다.) 우리에게도 이런 파탄이 오다니 우리에겐 안 돼. 해리나 엘렌 벌른에겐 안 돼
엘렌: 이미 와버렸으니 화내지 마세요. 불쾌한 일이지만 외면해도 소용없죠.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이 한가지 더 남았어요. 그이도 날 사랑하고……. (해리는 괴상한 소리로 뻣뻣해진다 엘렌은 그를 보지 못한 채 왼편으로 간다.) 우리는 둘 다 너무 성급히 행동했던 것으로 자책하죠 공교롭게 당신이 그때 나타난 것이 불행을 빚은 거죠. 밀트와 난 서로 마음이 맞도록 충분히……. (밀트가 오른쪽으로 등장한다.) (너무 짧고 꼭 끼는 색이 파란 무명바지에 너무 큰 흰색과 푸른색 줄이 간 메리야스를 바지위로 늘어뜨리고 단추도 장식도 없는 검은 장교용 자켓을 입고 있다 아직 젖어있는 머리칼이 찰싹 붙었고 아주 젖은 흰 해군 모를 쓰고 있다 양말도 없이 운동화를 신었다 아직도 밧줄로 맨 상자 속에서 물이 떨어지는 자기 옷을 팔에 끼고 있다 화가 잔뜩 나서 해리 옆으로 뛰어 들어와 무대 가운데를 왔다갔다 걷는다.)
엘렌: 밀트 어떻게 된 거예요? 어디 갔어요?
밀트: 묻지 마! 묻지 말어. 내 참…….
엘렌: 왜 그래요?
밀트: 묻지 말랬잖아!
엘렌: (밀트에게로 간다.) 왜 내게 화를 내세요?
밀트: (해리에게 눈을 부라리며 그의 봇짐을 뒤쪽 벤 취에 놓는다.) 다시 발작이 나셨군요 해리? 날 죽이려 했었단 말야?
엘렌: 누가, 해리가?
밀트: 그래 해리가…….
엘렌: 설마…….
밀트: 오 그렇지 날 다리 밑으로 밀었어. 다행이 그때 배가 지나갔으니 망정이지 뱃사람이 날 끌어올려 이 옷을 줬어 커피하고 보리개떡을 주더군 (소리친다.) 그것도 쑥 보리개떡을…….
엘렌: 가엾게도 여보……. 무사한 것만도 정말 다행예요.
밀트: 필요 없어 너도 한패야.
엘렌: 밀트! 나까지?
밀트: 내 말하잖았어. 단 한길밖에 없다고 나야? 아니면 저 작자야? (무대 앞 오른쪽의 해리 다리 쪽으로 간다.) 제 자신한테도 쓸데없는……. (엘렌이 달려가서 해리 왼쪽에 선다. 둘이 같이 해리 어깨에 팔꿈치를 괴고 그를 관찰한다.) 응! 안락사 맞았어 안락사에 대해 설명해봐!
엘렌: 불치의 병자로 하여금 견견이 없는 선량한 시민들의 궁론에 의해 전혀 고통 없는 방법으로 편안히 잠들게 하는 것
밀트: 바로 그거야. 우리가 선량한 시민의 역할을 하자는 거야 이론적으로…….
엘렌: 실제로도 그렇죠
밀트: 암……. 그렇고 말고……. (잠시 침묵) 엘렌! 당신을 사랑해 (엘렌이 밀트 쪽으로 가려하자 해리……. 천천히 왼쪽으로 쓰러지려 한다. 그들은 함께 그를 붙잡아 세운다.)
엘렌: 밀트……. 당신을 사랑해요.
밀트: 영원 무궁토록…….
엘렌: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밀트: 엘렌! 이리와!
엘렌: 난 떨려요.
밀트: (그녀 손을 잡으며) 떨지마! 이 친구 생각은 말고 나만 내 눈만 봐! 우리가 하는 것 생각하지도 말고 내 눈만 보고 "밀트 사랑해요"라고 그래 봐
엘렌: 밀트! 사랑해요.
밀트: (해리 쪽을 보면서 팔로 그의 가슴 왼쪽으로 끌려고 한다.) 사랑해!
엘렌: (해리가 그녀를 지나치자 그녀는 해리 사이에 끼어)
밀트: 여보! (서로 눈을 주시한다.)
엘렌: 당신을 얼마나 그렸는지…….
밀트: 곧 같이 살게 될 거야 언제나 함께…….
엘렌: 나의 진실한 남편이 될 사람이야. (그들은 허리몸체를 난간에 기대 자기 배 위에 엘렌은……. )
밀트: (난간에서) 엘렌 몸을 돌려!
엘렌: (해리 등에다 머리를 대고 떠넘기려고 한다.) 밀트를 난 사랑해요 (허리를 머리로 떠밀며 이 대사를 반복한다.)
밀트: (한쪽 다리를 난간 위에 얹고 버티면서 해리를 끌어올린다. 그러나 엘렌은 무심코 해리를 밀트에 대고 밀트는 중심을 잃는다.) 아니 왜 나를 밀어?'
엘렌: 밀트를 난 사랑해요, 밀트를 난 사랑해요.
밀트: (중심을 잡으려고 다른 발로 난간에 옮긴다. 그러나 엘렌이 계속해서 허리를 대고 민다.) 엘렌! 아이구 내가 밀려 엘렌……. 엘렌……. (밀트는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손은 허우적거리며 난간 밖으로 미끄러진다. 다시 퐁당거리는 소리가 나고 난간을 튀겨 넘어온 물이 해리에게 떨어진다. 엘렌이 미친 듯이 난간 오른쪽으로 달려가 내려다본다. 해리 고개를 흔들며 갑자기 깨어난다.)
엘렌: 밀트! 밀트! 어디 갔어? 밀트 대답해 봐 아 어쩌면 좋아? (난간에서 돌아앉아 심하게 운다.)
해리: 엘렌! 그만 난 이젠 괜찮아 (그녀를 끓어 안는다.) 역시 날 사랑하는군 내 그럴 줄 알았지……. 새를……. 태양……. 우리의 태양…….
엘렌: 아, 시끄러워 (그에게 몸을 비빈다.) 밀트가 빠졌어 다리 밑으로!
해리: 밀트?
엘렌: 그이가 빠졌어요 어떻게 좀 해요
해리: (왼쪽으로 뛰어간다.) 사람 살려!
엘렌: (오른쪽으로 뛰어간다.) 사람 살려! (왼쪽으로 뛰어간다.)
해리: (오른쪽으로 뛰며) 사람 살려라! 밀트! 밀트! (왼쪽 알코브로 뛰어 가서 알코브 오른편 난간에 기어올라가서 소리친다.) 밀트 꼭 잡아 꼭 잡아
엘렌: (해리 왼쪽으로 알코브 오픈 편 난간에 뛰어가서 내려다본다.) 보여요?
해리: 저기 저거야 보트에 올라타고 있어 저기 있는데…….
엘렌: (손을 흔들며) 밀트! 밀트!
해리: (큰 소리로) 야 이 친구야! 도대체 거긴 무엇 때문에 뛰어들었지?
엘렌: 무사하니 천만다행이야 (오른편으로 가서 난간너머로 본다.)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나아 내가 기다릴 줄 알고 있겠지 (벤 취에 앉는다.)
해리: (난간에서 내려) 저 친구가 저렇게 미련할 줄 몰랐는데…….
엘렌: 자기가 스스로 간 게 아니구 아니 그만 둬요
해리: (벤 취로 가서 머리는 왼쪽에 두고 발을 엘렌의 무릎에 올려놓는다.) 못난 녀석이야 왜 자살을 하려고 할까. 다리에서 뛰어 내리지 않나 가스를 틀지 않나 독약을 먹지 않나 뭐 느끼는 게 있길래 그러지?
엘렌: (매섭게 그를 벤 취에서 밀어 버린다 해리도 땅에서 손 무릎을 짚고 떨어진다.) 넋두리 그만해요. 내가 한 말을 못들은 척 하지 말고……. 밀트와 난…….
해리: (일어나서 왼쪽으로 간다.) 들었어 그래 알겠어 그런데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설명 좀 해 봐
엘렌: 충분히 말해잖아요. 그래도 부족하다면……. (해리는 그녀는 왼쪽 옆으로 벤 취에 않는다. 그녀는 그라프를 편다.) 이 검은 수직선은 우리가 결혼해 온 넉 달을 날로 표 한 거구 붉은 수평선이 검은 수직선과 마주친 대가 곧 부부 생활한 것을 나타내고…….
해리: 붉은 수평선이 어디 있어? 없잖아?
엘렌: 하나도 없죠 (그라프를 민다.) 이제 이해하겠죠?
해리: 그럼 왜 진작 말 안 했어? 난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 건데……. 그런 말을 해줘야 알지, 결혼생활이 없었다는 건 잘 알면서…….
엘렌: 제 자신이 알아서 할 일도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해리: (손짓하며) 그래도 말해 줘야지 그런건 말해줘야 해!
엘렌: 그래 당신 정상적인 남자예요? 지난 넉 달 동안 단 한번인들……. 말을 마는 게 났지…….
해리: 아냐, 아냐 말해봐
엘렌: 괴로운 걸요
해리: 계속하라니까
엘렌: 좋아요 말하죠 당신 자신을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어요 당신은 날 사랑한 적도 없죠. 또 그런 사랑을 할 능력도 없어요. 당신은…….
해리: 내가……. 뭐라고?
엘렌: 그래요 밀트 밀트예요 당신이 사랑한 건 학장시절부터 쭉 당신 속에 잠재해온 사람이구 사랑을……. 그리고 대용물로 나하고 결혼한 거죠.
해리: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요.
엘렌: 당신이 동성연애자란 소리예요.
해리: 아냐! 그럴 수야 난…….
엘렌: 내게 대하는 태도나 그 발작이나 (그라프를 보여준다.) 이것이 다 증명하는 걸요.
해리: 내가 밀트를? 정말 우습군. 그 녀석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엘렌: 안 해요 해리? 그이가 웃을 때 입술이 말려 올라가는 그 모습을 사랑 안 할 수가 있어요.
해리: (밝아지며) 그의 입술
엘렌: 마치 군인 같은 몸짓에 흥분하면 반짝이는 빛나는 그의 눈이
해리: 그의 눈이…….
엘렌: 우리 둘 다 그일 사랑해요.
해리: (반쯤 설득되어) 내가 밀트를…….
엘렌: 그래도 밀트를…….
해리: (끄덕이며) 진작 그런 줄 알았다면 꽃다발을 보내 줄 것을. 그의 입술, 그의 눈……. 그의 다리 (찌푸린다. 반발하는 소리를 지른다.) 아냐, 아냐, 당신 돌았어. 당신이야. 당신! (엘렌이 일어나서 오른편으로 떨어진다.) 보여주지 당신에게 증명할테야. (그는 그녀를 어깨에 메고 다리를 끝없이 왔다갔다하며)
엘렌: (버둥 치고 소리치며) 해리 해리
해리: 당신을 데리고 어디든지 가겠어. 당신은 행복해질 꺼요. 행복해야 돼! 행복하게 해줄게.
엘렌: 왜 이래, 내려놔요.
해리: 우리 행복할 꺼야. 행복해 행복해질 꺼야! 행복해.
엘렌: 날 좀 내려…….
해리: (벤 취에 그녀를 눕혀놓고 어색하게 숨막히도록) 행복! 행복! 행복! 이 작은 사랑덩이
엘렌: 그만해! 그만!
해리: (신음하면서 키스를 퍼붓고 그녀의 목덜미를 문다.) 그르르르……. 앙……. 그르르르 (갑자기 그치고 그녀에게 일어난다. 혼동되어 왼쪽으로 간다.) 왜 다시 당신이 원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소리치며) 비명을 지르다니,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
엘렌: (일어나 앉으며) 내게 말도 하지 마세요. 날 내버려둬요. 제발 (밀트가 무대 앞 오른쪽으로 등장한다.)
해리: 자네 마침 잘 왔군. 내가 기다리고…….
밀트: 닥쳐!
해리: 내 돈 5불을…….
밀트: (오른쪽 해리 앞으로 간다. 벤 취 중간에 앉는다.) 잠자코 있지 못하겠어.
해리: 엘렌! 당신이……. 대신…….
엘렌: 나도 같아요. 닥쳐 (오른쪽 벤 취 쪽으로 가서 밀트의 바른편에 앉는다.) (왼쪽으로 횡단해서 더욱 화가 나서 왔다갔다한다. 아주 크고 가랭이가 넓은 흰 바지와 티샤츠에다 아주 적고 찢어진 검정 세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서남부의 기름 먹인 캡을 쓰고 있다.)
엘렌: (일어나며 그에게 간다.) 여보?
밀트: (그에게로 돌며) 내게 말하지마.
엘렌: 어떻게…….
밀트: 말하지 말랬잖아……. (엘렌 오른편으로 해리는 도전적으로 벤 취에 가서 밀트 왼편에 앉는다. 셋이는 험상궂게 뻣뻣하게 벤 취에 앉는다. 밀트는 가운데서 팔짱을 끼고 잠시 시간이 흐른다. 해리가 연필과 종이를 갖고 쓰기 시작한다. 밀트는 그를 곁눈질하자 해리는 그가 읽지 못하도록 돌고서는 밀트에게 안보이도록 조심해서 연필하고 종이를 엘렌에게로 넘겨준다. 엘렌은 읽지도 않는 채 종이를 찢어서 구긴 다음 어깨 너머로 던지고 밀트에게 짧게 써 연필과 함께 그에게 준다. 읽지도 않고 밀트는 노트를 어깨너머로 던져 버린다. 연필도 던지려는 순간 다시 생각해보고 모자 속에 넣으려 한다. 해리가 그의 손을 찰싹 때리면서 그에게서 연필을 뺏는다.)
엘렌: 밀트! 밀트! (갈라진 목소리로 말이 안나온다.)
밀트: 성가시게 하지마! (해리 코트주머니에서 작은 바나나를 꺼내 벗기기 시작한다.)
엘렌: (말마다 갈라진 소리로) 내게 화내지 말아요.
밀트: 제발 갈라진 소리 작작해.
엘렌: 왜 내 잘못?
밀트: 입 좀 다물고 있으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해리는 바나나를 먹기 시작한다.)
엘렌: 다물려고 했는데.
밀트: 노력이 부족해.
엘렌: 노력했어요. 가엾게도 당신이 나의 전부예요.
밀트: (비꼬면서) 그럴 거야. 난 목석이 아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지.
엘렌: 아……. 여보! (글들은 결정적으로 포옹하며 키스한다. 해리가 보고 있다. 마침내 바나나를 다 먹고 껍질을 어깨 너머로 다리 밖으로 던지고는 해리는 엘렌을 밀트에게서 떠민다.)
해리: 야 왜 이래! 이건 내 아내야, 망할 자식!
밀트: 해리……. 우리 좀 그대로 내버려두게 (그는 해리 무릎에 손을 얹는다.)
해리: 뭐라 구? (그의 팔을 해를 돌아 뒤쪽 벤 취 속에 걸친다.) (더욱 멀리 피하며) 이상한 짓 말라고, 난 저 여자를……. 이 여자를……. 자네가 아니고 이 여자 (잠시 침묵) 어쩔 수 있겠어?
밀트: (그의 팔을 거둔다.) 나도 엘렌을 사랑해. 나도 어쩔 수 있겠어? 이렇게 하세. 엘렌에게 우리 둘 중하나를 선택하도록.
엘렌: 그게 공평해, 해리
밀트: 민주적이야.
해리: (주저하다가 마침내 정하고 일어선다.)
엘렌: (일어나서 불쑥) 밀트 맨빌요. (빽을 잡고 한 손으로 밀트 손을 잡으며 벤 취를 돌아 무대 뒤 왼쪽으로 간다.)
밀트: (그녀와 가면서) 해리 미안하게 됐어.
해리: (무대 뒤 왼쪽 벤 취 왼쪽으로 가서 엘렌을 붙잡고 밀트로부터 잡아끈다.) 안 돼, 못 가. 이유는 묻지 말아. (엘렌은 왼편으로 당긴다.)
엘렌: (강조하며) 해리, 난 당신을 사랑 안 한 대 두.
해리: 날 사랑하던 안 하던 상관없어. 난 널 사랑해. 엘렌, 날 언젠가는 사랑했지.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거야.
엘렌: 다신 사랑 안 해요. 해리 당신과 살아본 결과 당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았어요.
해리: 알았으면 됐어 그게 사랑의 시초란 말이야
엘렌: (오른쪽 뒤쪽 벤 취로 가서 빽을 벤 취에 놓는다.) 어떡하면 좋죠 밀트?
밀트: (왼쪽 해리에게로 간다.) 해리 내말 좀 들어봐 나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여자 말이야 그 여잔 자네하고 잘 맞는 공통점이 많아.
해리: 그만 둬 흥미 없어
밀트: 그 여자는 독서가야 그리구…….
해리: 베토벤을 토한다해도 흥미 없어! 난 엘렌으로 만족해
밀트: 자넨 이십사시간 동안 저 엘렌을 지킬 수 있겠나? 시간만 나면 호텔로 직행할 걸세 호텔서 텔레비만 보구 있는 줄 알아?
해리: (오른쪽 엘렌에게 가며) 흥! 엘렌은 그런 타입의 여자가…….
엘렌: 아닌게 아니고 그런 여자란 말예요
해리: 남의 남자와 텔레비도 없는 싸구려 호텔 방에 간단 말이지!
엘렌: (왼쪽 밀트 쪽으로 간다.) 여보 텔레비 셋트는 있겠죠? (대답이 없다.) 그렇죠 밀트 여보?
밀트: (겨우 말을 하게 된다.) 아……. 아……. 아무렴 (힘차게) 굉장히 좋은 일급 호텔 일거야 목욕탕과 칵테일 라운지가 달리고 룸 써비스에다 침상에서 아침 식사를 없는게 없어!
엘렌: (해리에게 돌아서며 단호하게) 남의 남자와 일급호텔에 가구 말구요.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도덕에 벗어난다고 생각지 않아요.
해리: 모두가 악몽이야, 악몽. 현실이 아냐. 만일 엘렌이 없으면 난 사랑도 못하고 난 아무것도 없어. 아무 것도! (알코브의 오른쪽 난간으로 달려가 그 위에 뛰어오른다.) 당장 다리 위에서 뛰어 내리는 게 났지!
밀트: (그에게 달려가 그의 다리를 붙잡는다.) 해리 자네가 설마?
엘렌: (밀트에게로 가서 끌어내리며) 그 길밖에 없어요. 내가 저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몰라도.
밀트: 그렇게 해. (그들은 무대 앞으로 함께 간다.)
해리: 내가 뛰어내린다고 했잖아. 아무도 내 소리 안 들려.
밀트: 그래도 당신 한때 좋아했잖아. 또 내게도 절친한 친구고 그런데 이렇게 그냥 죽게 둔다면.
엘렌: 당신에게도 책임이 있어요, 밀트
해리: 어떻게 된 거야? (물을 내려다본다.)
밀트: 나는 최선을 다했어. 하늘은 알지
엘렌: 그래요. 친구로서 그만큼 할 수는 없어요.
해리: 헤이!
밀트: 이런 경우 어떻게 도울 수 있나?
엘렌: 우리 모두가 우리들 자신 속에 갇혀 있어요.
해리: 혼자서 아무도 없이 사랑도 없고 희망도 없고 맹숭하군 아무 것도 제기 될 대로 되라지. (그는 여자 샤워할 때 쓰는 모자주머니를 꺼내 쓴다.) 빨리 죽어버리는 게, 그래 그래 빠를수록 좋아. (코를 쥐고 난간 밖으로 뒤로 떨어진다. 풍덩 소리가 난다. 밀트가 난간으로 뛰어가 내다보자 튀겨 오른 물이 난간을 넘어 그에게 떨어진다. 흠뻑 젖어서 엘렌에게로 돌아와서 한 입 가득 물을 뱉는다.)
밀트: (그녀에게로 가며) 여보!
엘렌: (그를 껴안으며) 여보!
밀트: 함께 있게 됐어.
엘렌: 드디어…….
밀트: 여보 사랑해. (그들은 키스한다.)
엘렌: 애기를 가져요. 네?
밀트: 애기를 갖다말다.
엘렌: 해리 이름을 따서 지어요.
밀트: 해리하고.
엘렌: 그래요. 해리도 정말 기뻐할 거예요.
밀트: 사랑해, 여보. (키스한 후 단숨에 그녀를 팔에 안고 그의 스쿠터로 데려가면서 "웨딩 마치"를 콧노래로 한다. 그녀는 웃으며 따라간다. 그녀를 내려놓고 스크터로 간다.)
엘렌: 사랑해요, 여보. 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인 남편.
밀트: (스쿠터에 기대는 것을 올리며)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은 못할 것 어림없지.
엘렌: 더 사랑해요.
밀트: (엘렌을 돌아보며)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만큼은 못해. 더 많이 더 깊이!
엘렌: 더 많이, 더 깊이!
밀트: (잠시 침묵) 얼마나 더 깊이? (스쿠터에 발등을 걸고 올라탄다.)
엘렌: (걱정하는 빛으로) 밀트…….
밀트: 당연한 질문이지.
엘렌: (그의 뒤로 스쿠터에 올라탄다.) 그 말은 그만큼 해 둡시다.
밀트: 얼마나 더 사랑하느냐 말이야.
엘렌: 여보 정말, 제발.
밀트: (오른쪽 무대 밖으로 돌고 나가면서) 그래 그건 그만해두고 해리는 어떻게
엘렌: 당신은 린다와는?
밀트: 난 린다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 (그들은 무대 밖으로 사라진다.)
엘렌: 그렇지만 린다와 잤잖아요, 안 그래요? 안 그래요? 안 그래요? (그들이 퇴장하자 해리가 나타나 난간을 기어 넘는다. 그는 오바를 잃어버린 채 흠뻑 젖었고 미역을 걸치고 있다. 그가 난간을 넘어서자 밀트 뒤쪽으로 소리지른다.)
해리: 밀트! 밀트! 어딜 뺑소니쳐? 엘렌 그 친구 데려와……. 내 돈 오 불은? 망할 자식 (갑자기 개 한 마리가 오른쪽 무대 밖에서 무대 위로 뛰어든다. 해리는 개를 보자 겁에 질려 고함을 치고 왼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한다. 개가 쫓아가서 그의 바지가랑이를 물고늘어진다. 해리는 원을 그리며 개를 쫓으려고 뛰다가 마침내 자포자기되어 가로등 쪽으로 달려가 훌쩍 뛰어 가로등에 매달린다. 그는 개가 바지가랑이에 달린 채 거기에 매달려 있다.)
- 막이 내림 -
목소리 장꼭또/원작 오증자/번역
임영웅/연출
윤석화 회심의 1인극!
목소리 - La Voix Humaine -
(무대는 여자의 침실 비슷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