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선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대구 송현초등학교에 재학했던 박세영입니다. 지금은 25살, 어엿한 직장인이며 개명을
해서 '박수영'으로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를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학교 다닐 당시(아마 고학년 때 즈음인 것 같아요) 특수학급에서 근무하셨던 걸로 기억합니다.
또, 당시 저희 학년에 나재경, 천송이, 이지혜 학생이 특수교육대상자였던걸로 기억해요~ 아마 이름이 조금 틀릴 수는 있겠지만요.
얼마 전,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선생님께서 쓰신 동화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생각이 나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 쓰신
<마음이 자라는 교실 편지> 책에 선생님의 메일 주소가 적혀 있어, 반가운 마음에 이렇게 근무 중이지만 짬을 내어 메일을 쓰고
있어요.
사실 저희 담임 선생님이 아니셨던 분이지만, 이렇게 제가 선생님을 찾아 연락을 드리는 것은 감사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꽤 오래 전이라 초등학교 시절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선생님께서 저에게 참 많은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제가 몇 번씩 저희
반 친구를 특수학급에 데려다주기도 했었는데, 선생님께서 쓰신 동화책을 저에게 선물로 주셨었어요. <신라 할아버지>와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 책이요. 아직도 저희 집 책장에 잘 꽂혀있답니다~ 또, 아침 방송 조회 때 '돌멩이' 이야기를 하시며 전교생
앞에서 제 칭찬을 해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저는 늘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라 칭찬을 많이 듣는 편이였지만, 아직까지 선생님의 칭찬이
이렇게 기억에 남는건, 아마 저의 '능력'이 아니라 '마음'을 읽어주신 칭찬이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선생님~ 저는 현재 2년차 특수교사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선택할 때 문득 선생님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는 여러 통합학급을 거치면서
장애에 대한 긍적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긍적적으로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거든요. 덕분에 꿈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서 이화여자대학교 특수교육과에 입학했고, 졸업 후 제주도 초등 특수 임용 시험에 합격해서 현재
제주 삼양초등학교 특수학급에 근무하고 있어요. 아직 2년차 햇병아리 교사라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저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저의 다음
꿈은 장애를 다양성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쓰고 싶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기도 하고, 동화작가 분이 하시는 수업도 매주 듣고 있어요. 저의 두번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제가 이렇게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에는 선생님께 받은 영향이 참 크다고 생각이 되어요. 그래서 늘 이렇게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연락을
드리고 싶었는데, 방법을 찾아서 참 기뻐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를 잘 해서, 언젠간 선생님께 제가 쓴 동화책이 세상에
나왔다며 보내드리고 싶어요~^.^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제주도로 오게 되었습니다. 제주도는 참 좋은 곳이라 부모님이 계신 대구에도
잘 안가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언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께 직접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불러만 주시면 언제든지 대구로 날아가겠습니다.
또, 기회가 되어 제주도에 오실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 나가겠습니다^.^ 날 좋을 때 한 번 놀러오세요~
기회가 닿지 않아 만나 뵙는 것이 어렵다 할지라도,
선생님께 좋은 영향을 받은 학생 한 명이 잘 자라서 또 어딘가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세요. 저도 저처럼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하는 제자가 생기도록 노력하는 교사 되겠습니다. 따뜻한 봄날이지만 유행하는 감기 조심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세요.
따뜻한 봄날, 제주에서-
박수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