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가 끝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곧 두 분의 선생님이 정년퇴직하신다.
8월 31일 자로 30년이 넘는 세월을 출퇴근하던 학교를 떠나신다.
20대 중반부터 60대 초반까지 매일 아침 8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근무하던 사무실과 수업을 하던 교실을 뒤로 남겨두고 교문을 나선다.
교직에 처음 들어오던 그때는 이날이 올 줄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나 역시 18년 차의 교사이지만 아직도 끝나는 날에 대한 상상을 감히 하지 못한다.
그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전역하는 군인처럼 그날은 반드시 순서대로 오게 마련이다.
막 입대하는 군인은 전역하는 그날을 생각했을까?
하지만 국방부 시계는 째깍째깍 움직인다.
그날을 고대하고 기다리기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니 언젠가 훅~ 하고 그날이 온 것 아닐까?
지나간 시간은 빠르기 마련이니깐.
교육부 시계 역시 쉴 새 없이 전진하고 있겠지.
그러다 보면 정년퇴직하는 날도 오고야 말겠지.
떠나시는 두 분이 자리를 정리하고, 학생들과의 몇 시간 남지 않는 수업을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든다.
큰일 없이 잘 완주하셨다는 안도감과 더 이상 학교에 출근할 수 없다는 서운함?
두 분의 첫 출근날을 상상해 본다.
어땠을까?
마지막 출근날을 며칠 앞둔 지금 이런 첫 출근날을 기억할까?
그 시절 두 젊은이는 부푼 마음을 가득 안고 교문을 통과했겠지?
마지막으로 나가는 교문을 지나는 순간은 어떤 느낌일까?
나의 첫 출근날을 기억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이 아닌 교사로서 교문을 통과하던 그 순간.
(내가 학생으로 그렇게 힘들게 보냈던 학교에 다시 들어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학교 밖과 학교 안 공기의 밀도는 다르게 느껴진다.
나에게 배정된 교감 선생님 앞의 교무실 자리, 그리고 나에게 배정된 2학년 10반 아이들... 그 아이들을 만나러 처음 들어가던 낡은 교실... 해맑게 날 바라봐주던 나의 첫 학생들...
그런 찰나의 순간들이 나의 머릿속을 한편의 영화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그 아이들은 지금 어느새 나와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와 12살 차이였으니 지금은 30대 중반이겠지.
이 사회의 어느 구석구석에서 나처럼 열심히 살고 있겠지.
문득 보고 싶다.
어디선가 잘살고 있으면 족하다.
떠나시는 두 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떠날 때가 되면 나는 어떻게 떠나야 할까 생각해 본다.
어느 관광지에 쓰여 있는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처럼 조용히 아니 온 듯 떠나야지.
뒤도 돌아보지 말고 휙 하고 가야지.
내 교육 인생의 절반에 다다른 지금 나는 과연 잘하고 있는가?
정상에 올라 이제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이 시기.
조심히 조심히 한발 한발 잘 디디며 내려가야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것이 더 어렵고 중하다.
떠남을 준비하는 두 분을 바라보며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잠시나마 상상해 보았다.
그동안 완주하시느라 애쓰시고 고생하는 두 분께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