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 / 이미옥
휴대폰을 켜니 알림 앱 이모티콘들이 줄줄이 뜬다. 낯익은 알파벳 소문자 비(b)를 클릭하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먼저 들어온다. ‘어, 진짜야?’ 뜨거운 햇빛의 열기도 잊은 채 길 한가운데 서서 메일함을 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스팸이 아니었다. ‘세상에, 내가?’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집에 도착해 카톡을 열었다. 도전해 보라고 했던 브런치 선배 작가들 단톡방에 먼저 합격 소식을 알렸다. 뜨거운 반응에 심장이 천장으로 튀어 오를 것만 같았다. 이제 누구에게 알리지?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남편에게 ‘?’가 왔다. ‘응, 그냥 돈 안 되는 글쓰기.’라고 답했다. 큰아이는 꼭 자기 닮은, 폴짝거리는 검은 고양이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그리고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남편이었다. ‘별거 아니네.’라는 말투에서 즐거움이 묻어났다. 연달아 오는 전화는 작은아이였다. 내 글쓰기에 가장 적극적인 격려와 조언을 하는 몇 안 되는 지지자 중 한 명. “엄마!”, “응.”, “오늘 수학학원 안 가면 안 돼요?” ‘엥?’ 그러라고 하고는 소식을 전하자 “와.” 하고는 끊는다.
그렇다. 글 쓰는 사람들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게는 중요하다. 4년 전에 한 번 도전했다.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글을 잘 쓴다는 자아도취에 절어 있었다. 글쓰기 동아리 선생님들의 더 잘하라는 칭찬을 잘한다로 알아듣던 좀 모자란 사람이었던 거 같다. 당연히 탈락이었다. 그 후로 글쓰기 강좌에 나가면서 내 수준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다시 도전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브런치 작가에서 출간 작가가 되는 이들을 다른 영역의 사람이라 여기며 부러워만 했다. 그러다 내 글쓰기에 가장 큰 자극을 주는 도반들을 만났다.
늘 글쓰기에 진심인 그들, 알고 보니 모두 브런치 작가였다. 도전해 보라는 말에 섣불리 신청할 수 없었다. 탈락의 충격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또 실패하면 그들과 함께 걷는 게 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까지 생겼다. 그러던 중 시 모임 선생님의 공모전 준비를 보면서 나도 뭔가 해야 할 거 같았다. 그리고 여름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던 날 결과를 받았다. 여름을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여기저기 단톡방에 소식을 알리고 축하 메시지가 울릴 때마다 남편처럼 ‘에구, 별거 아니예요.’라고 댓글을 달고 배시시 웃었다. 첫 글을 올리자 지인들의 구독 알림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러다 가끔 전혀 모르는 이들의 라이킷(좋아요) 알림이 떴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인가 싶어 상대방의 메인에 들어가 봤다. 모르는 사람이었다. 내 글이 낯선 이에게 닿았다는 게 이상했다. 다시 올린 글을 살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 그리고 내가 있다. 다른 이들의 글도 읽었다. 거기에도 내가 있었다.
축하 선물로 받은 장미 봉오리가 조금씩 벌어진다. 작은 꽃병에서 뿌리도 없이 피어나고 있다. 뿌리가 있든 없든 최소한의 양분으로 제 할 일을 한다. 꽃을 피우는 일을. 묵묵히 그리고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