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매일 출근할 때의 오래전 이야기다. 퇴근길에 하양 근처에 오면 비닐하우스가 눈에 자주 띈다. 보통작물 하우스면 그냥 지나쳐보지만, 하우스 안에 불이 켜져 있어서 호기심의 유발이다. 닭장을 하우스로 만들어 키우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닭의 산란을 촉진하기 위해 불을 켜나 싶었다. 밝은 전깃불로 닭을 잠재우지 않고 사료를 많이 먹이면 산란율을 높인다는 일이다. 달걀의 생산능률을 높이기 위해 개발한 산란촉진 방법이다. 차를 안전한 자리에 세워두고 가까이 가서 보니 농작물을 키우는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들깨가 자라고 있었다.
들깨에 왜 전등 불빛이 필요했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겨 주인에게 물어보려고 찾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들깨 작물을 자세히 보니 열매 농사가 아닌 이파리 채취를 위한 농장이다. 이파리를 뜯어서 들깨 대궁 위쪽에만 잎이 달리고 아래쪽은 수확하여 맹숭했다. 들깨 이파리가 커지면 바로 뜯어서 수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농장이다. 한겨울에도 들깻잎 수확 농사를 짓고 있어서 농한기가 없는 농사다. 들깨 작물은 어디에도 꽃이 없었다. 이 정도 크는 들깨라면 꽃이 피어야 하는데 꽃은 눈을 닦고 보아도 찾을 수 없다. 그제야 어두운 밤에 불을 켜는 이유를 알았다.
암탉이 전기불빛을 받으면 산란이 많은 일처럼 그런 효과가 들깨에도 적용한 농법이다. 닭은 알을 더 생산하여 효과를 높이듯 들깨는 잎을 더 생산하여 효과를 높이는 기술이다. 필자가 독학으로 어렵게 강의록 생물학을 공부할 적에 장일성식물과 단일성 식물을 공부한 생각이 난다. 들깨 식물의 속성이 단일성 식물이라서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생식 성장이 멈춘다는 내용이다. 생식 생장은 씨를 만드는 과정의 성장용어다. 반대로 영양 생장은 잎이나 식물의 몸을 증가시키는 식물의 자람이다. 이 농민들은 한겨울에 들깨 열매 수확이 목표가 아니라 들깻잎을 수확해야 돈이 되는 목적이다. 들깨가 씨가 생길 꽃이 피지 않으니 이파리는 무진장 오래 많은 생산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이 나무와 풀을 가까이하고 가족처럼 늘 함께 지내는 환경이라 산소의 혜택을 한껏 누리는 생활이다. 이런 생활환경은 사람의 두뇌를 아주 맑게 하고 정신건강을 부추긴다. 농사일을 위해 매일 움직이니 혈액순환도 원활하다. 사람의 뇌는 신선한 산소가 전체 몸의 소요량을 20% 차지한다고 한다. 몸의 다른 부위보다 산소가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뇌고 또한 소모기관이라는 말이다. 혈액순환도 두뇌가 인체의 여러 부위 가운데 가장 많이 필요로 한다고 되어있다. 이런 학설을 여기 농민들에게 대입해 보면 신기하고 호기심이 발동함을 느끼게 된다. 들깨가 단일성 식물이라고 누가 가르쳐서 행하는 일도 아니고 스스로 맑은 정신에 창의력이 생겨나는 환경 분위기다.
농사 경험에서 일 처리가 몹시 바빠 작업실을 별도로 만들기도 귀찮고 어려웠다. 하우스 한쪽에 불을 밝히고 작업을 하니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장다리로 꽃을 빨리 피우는 들깨가 원망스러웠는데, 야간 작업장 부근의 들깨는 꽃이 아주 늦게야 핀다는 것이다. 전기불빛을 많이 받은 곳은 장다리꽃이 없었다. 그때서야 생각이 나서 장일성 단일성 옛날 배운 실력이 돋아난 일이다. 보통 들깨 농사에서는 예쁜 통꽃이 피고 열매가 익으면 열매 수확으로 고맙게 느껴왔다. 이제는 열매가 아니라 이파리를 겨울 내내 뜯을 수 있으니 농가 수입이 날로 늘어난다.
이런 맑은 정신은 어디서 어떻게 생길까? 관심거리다. 식물이 내뿜는 산소를 마음껏 마시며 건강을 유지한 인체가 창의력의 재생산이 말한다. 들깨는 전기불빛으로 밤낮없이 산소를 내뿜으니 사람의 두뇌를 자극하여 창의력을 북돋운 일이다. 야생식물은 낮에는 산소를 만들지만, 밤에는 도로 산소를 먹고 탄산가스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식물의 탄소동화작용으로 식물이 생존해온 역사다. 당초 작업장의 전등 아래 들깨가 산소를 밤낮없이 생산해 농민의 두뇌를 회전시킨 일이다. 그 비닐하우스 안은 신선한 산소로 밀도를 높이고 있었기에 말이다.
인간은 자연이 만드는 맑고 깨끗한 산소를 마시고 두뇌활동의 정신이 한결 맑아지는 혜택을 누려왔다. 두뇌의 활력을 주는 산소와 혈액순환의 도움으로 천재적인 기질을 키운 일이기도 하다. 자연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물과는 다르게 좋은 환경을 찾고 취사선택의 지혜를 발휘해 낸 일이다. 그래서 다른 동물과는 차별이 생기는 두뇌발달이 되어 만물의 영장으로 발전했다. 인위적으로도 천재를 만들려는 열망에 크게 도움을 주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농부가 단일성 식물과 장일성 식물의 장단점을 이용하는 지혜가 나타내는 현상이 먼 장래의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기대와 관심사다.
마침 우리 집 주위는 나무가 많아 좋은 분위기다. 앞집은 관상수를 정원에 심어서 작은 숲을 이루고 우리 집도 수령 40년의 감나무가 두 그루고 백일홍과 상록수 울타리로 감싸고 둘러있다. 옆집 밭에는 호박을 심어 사다리 울타리를 지어 우거져 자연환경의 혜택을 누린다. 여름철이라 매일 창문을 열어두고 지내니 살 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매일 글 쓰는 일이 즐겁고 글도 잘 써지는 느낌이다. 이런 일도 자연의 도움과 연관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 비록 소모성 삶을 살고 있어도 글 쓸 정신이 남아서 고맙고 반갑다. ( 글 : 박용 2020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