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389. 그 날에 -
전만종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오늘 따라 발산의 빛
숙연합니다
세상 간난이 자심하다한들
님들께서 가신 형극의 충심
보국의 뜻에 비하리오
칠십사년 전 하늘 땅
할퀴던 야수의 발톱에
피어린 능선 산하 바다
모르고 잊혀진 줄 알던가
없던 일로 치부하진 않는지
이제 뒤돌아 보니
진정 행복이 행복인 줄
모르는 나라
큰 소리 치는 호기가
치기인 줄 모르는 나라
땀 흘려 일한 후 쉬고 노는 법
잊혀진 지 오래
늘 쉬고
노는 만용이 통하는 나라
알고도 느끼지 못하는 우매가
자랑거리 아닐진데
지난 날 신형辛荊의 길 되새겨
보고
진실과 선한 땀의 의미
곰곰히 사유하는 날이길
산하여 하늘이여
깨어 나게 하소서
이 땅에 거칠 일 없게 하여
동방의 빛이 되게 하고
미망에서 벗어나
새 지평 열어 가도록
아침마다 산새 지저귀는
그런 삶 이어갈 수 있게
되길 추념합니다
조기를 달면서
금잔 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인육이니
고루거옥은 억골분이라
지금이야 말로 억조를
창생하게 할 때
호국영령이시여
영생불사 이 나라
보우하소서
2024. 6. 6 전 만 종
동을지산을 올랐습니다.
처참한 회상에 가쁜 숨이
부끄럽습니다.
모진 악형에 가신 생사육신과
충신들을 떠올리게 되고
오늘 현충의 뜻 기리는 환난의 시간들 되짚어 보게 됩니다.
그 분들이 못 누린 생의 일부를
대신 누리는 죄만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풍요의 그늘에 갇힌 현재는 수없는 비정의 수심獸心들이 횡행하는 들판 입니다.
먹잇감에 불과한 자유와 부는
지키려는 의지와 확신없이는
한낱 노리개나 식탐의 대상일 뿐
입니다.
그냥 목숨값이 아닙니다.
희생과 이타의 현신입니다.
마음은 공허한 번민의 여지가
있기도 하나 나라는 빈 틈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는 점
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