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푸름이 가득한 세상입니다. 싱그러운 풀냄새를 더해 눈과 코가 즐거워지는 계절입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풀과 열매를 식량이나 치료 약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생활의 지혜를 얻으면서 인간에게 유용하고 특별한 식물을 구별해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허브’입니다.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에서 유래한 ‘허브’(Herb)는 최근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점차 허브의 쓰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허브는 구약시대에도 많이 이용되었는데 성경에서 우리말 ‘우슬초’로 번역된 ‘히솝(Hyssop)’은 중요한 허브 중 하나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우슬초는 ‘겸손’이나 ‘비천함’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풀로 알려져 있는데 솔로몬이 세상의 모든 것에 통달할 만큼 지혜로웠다는 표현으로 우슬초와 백향목을 대조시킨 대목입니다.(1열왕 5,13 참조) 또한 우슬초가 예수님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로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탈출할 때 열한 번째 재앙을 피하기 위해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면서 사용한 것이 우슬초 묶음이었습니다.(탈출 12,22 참조) 뿐만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에게 사람들이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입에 대기 위해 사용한 것도 우슬초 가지였습니다.(요한 19,29 참조)
국내에서는 마편초로 알려진 약용 허브 중 하나인 버베인은 Holy Herb(홀리허브), 또는 Herb of the Cross라고도 하는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을 때 그 십자가 밑에서 발견된 풀로 창에 찔려 흐르던 예수님의 피를 지혈 시킨 풀이라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국가에서는 재난을 물리치고 상처를 치료하는 성스러운 허브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우리말로 ‘시계꽃’이라고도 불리는 ‘패션 플라워’는 그 생김새가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고통, 즉 그리스도의 수난(Passion)을 떠올리게 해서 붙은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로즈마리’는 바로 성모님과 관련된 허브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성모님이 아기 예수님을 안고 이집트로 피신하던 중 ‘로즈마리’ 위에 옷을 걸치고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원래 흰색이던 로즈마리의 꽃이 파란색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아기 예수님의 옷을 로즈마리에 펴서 말렸는데 이 때문에 로즈마리가 수많은 효능을 지닌 향을 얻게 됐다고도 합니다. 라벤더의 전설도 로즈마리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 대구주보 (24년 5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