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일대를 올라보다
허브아일랜드는 내 아내가 일하는 곳이다.
날마다 1시간 30분을 달려야 그곳에 가 닿는다.
그런데 며칠전 아내는 내게 몹씨 화를 냈다.
친구들과 3일동안 술만 마시니
내 몸이 걱정하는 것을 가슴에 깊히 숨킨채,
자신은 하루에 3시간씩 일산서 포천을 왕복하며 일을 하는데,
나는 허구헌 날 술만 마시냐는 것이다.
27일은 공연히 미안해 아내를 태우고,
내가 손수운전을 하며 허브 아일랜드까지 운전을 해 주었다.
그리고 자전거로 일산까지 복귀하는 것이
내 자전거 기행의 일정이다.
코스는 허브아일랜드에서 금동리를 거쳐
새목고개를 넘어서 동두천에서 기차를 타고
의정부에서 내려 중량천을 따라 한강을 타고 일산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5년전에 구입한 헌 지도책을 도려내어 코스를 읽어가며 자전거 기행을 시작한다. 오래 된 지도책이어서 도로가 좋아졌겠지 생각하고 지도만 믿고 페달을 저어본다.

지도상에는 분명 347번 도로인데 길 주소는 지방도 379로 변해 있었다. 뭔가 앞으로 전개 될 조짐이 불길하다

길을 타다 보니 인적은 거의 없고 겨우내 녹이 쓴 이앙기가 봄을 혼자 맞고 있다.

언덕길이 시작되는 금동리 길에서는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시속 16km를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금동2리에 가 닿자 오토캠핑장 간판이 눈에 들어 온다. 언제가는 저곳에서 텐트치고 1박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금동리는 작년 소병 파동으로 축사는 모두 비어 있다.그 텅빔은 사람들의 동선마저 끊어버렸다. 참 농촌의 슬픈 풍경이다.

좀 더 자세히 독도를 해야했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새목 고개는 해발이 500m가 넘었다. 출발점의 표고는 150m, 7km 동안 무려 350m를 올라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오르다 보니 작년의 수해의 흔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뿌리까지 드러낸 풍경 또한 자연의 힘을 다시 느끼게 한다.

왕방산과 국사봉은 3월이 다가서야 몸을 풀고 있다. 녹아내린 눈에 길을 불어나 있었다. 도저히 질퍽한 길을 자전거로 저어갈 수는 없어 자전거를 밀어 2km나 올랐다.

인적이 없는 언덕길을 다 오르니 팬션으로 보이는 예쁜 집이 눈길의 외로움을 달래준다.

길을 물어 보려고 한참을 서성거려 보았지만, 인적은 없고 개들만 낯선 방문갣에 놀라 계속 짖어댄다.

언덕 꼭대기 접도구역에는 50년이 넘어 보이는 소나무가 눈길을 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의 손길이 가닿지 않아 땅 껍질부터 가지가 나눠져 있는 모습이 여는 소나무와 다른 모습이 또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 온다.

땅이 너무 질고 가팔라 100m쯤 오르다, 쉬면서 숨을 가다듬으며 2시간을 오르자 새목 고개에 가 다을 수 있었다.이곳에서 바라 본 포천과 연천의 풍경은 모두 내발 아래 서 있다. 신선의 시선을 획득한 순간이다.

아마 이곳은 캠프 캐이시의 관할 구역인가 보다. 미군은 늘 한국전쟁을 생각하게 한다. 당시의 이데올로기는 사라지고, 새로운 패권주의로 변한 미군의 표식은 예전의 친밀함과 얼마나 떨어져 가고 있는가?

언덕을 오르는 동안 사람은 제쳐놓고, 차 한대도 볼 수 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도상에는 분명 포장도로로 나와 있는데, 5km 구간은 비 포장 도로이기 때문에 내가 오른 길은 거의 사라져가는 도로여서 인적은 사라졌다.

고개 정상에서 셀카로 나의 흔적을 그려 내었다.

이곳의 유명한 산은 왕방산이다.

왕방산의 유래를 읽을 겨를도 없이 날씨가 추워 허겁지겁 하산을 서두른다.

이곳에 친절하게 설치된 MTB코스를 따라내려가 본다.

도로를 따라 1km를 내려 오니, 또 다시 임도를 타게 된다.

이곳 내리막은 너무나 가팔라서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오를만한 각도가 나오지 않는데, 이곳 라이더들은 오르는 이가 많다고 한다.

몸이 너무 춥고, 타이어는 진흑이 가득 묻어 한 농가에 들러 자전거를 씻는데, 이름모를 맘씨 좋은 아주머니에게 따스한 커피까지 대접을 받았다. 참으로 질박한 농촌의 흔적이다.

이곳은 동두천시 탑동마을 남북의 대척점이 내가 온 것이다.자전거는 그대로 북녘 산하를 달리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자전거를 돌려 남하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아니어도 좋다. 그 어느날, 내 다리에 근육이 다 빠져 버려 자전거를 저어갈 수 없더라도 그 누구가 이길을 통해 백두산까지 가기를 기원해 본다.

고개하나 넘는데 3시간이 되고 점심을 먹으니 4시 58분에야 겨우 전철을 얻어타고 귀가할 수가 있었다. 내 여정의 1/3밖에 완성하지 못했지만 뭐 어떠랴? 나에게는 내일 또 다시 도전해야 할 미지의 세계가 있지 않은가...
photo by Kimkahns with samsung NX10
첫댓글 독고 라이딩은 위험 합니다 함께 라이딩 하시길 바랍니다.
그건 맞는 말입니다. 감사...
독고로 즐라하는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즐감하였습니다
7일엔 함께하지요?
기대하겠습니다
한선배님 그날은 제가 백두대간 취재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그러나 존경하는 맘 이해하시지요...^^
업무로 인한 불참을 누군들 이해 못하리오
백두대간 정기를 듬뿍 받고 오시게^.^
잘 감상하고 갑니다.늘 한결같은 건수 형닝 화이팅.....
감사합니다 후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