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이어도 외 1편
이 만 근
나의 생가(生家)는
민주지산 삼도봉(三道峰) 남쪽
아래 마을, 유촌리 485번지
다목적 댐 물 깊이 잠겼다.
나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나
할아버지 분묘(墳墓) 이장 통지에
깜짝 놀라 깨어나
주름진 산비탈을 헤매다가
흘러간 시간 속
콘크리트 틈새의 잡초로
아파트 성벽의 불빛으로
잠 못 이루고 뒤척인다
이제 내 가슴 깊은 곳
피었던 꽃도 지고
다시 돌아갈 곳 없어
밤하늘의 유성으로 스러져 가고
골짜기 흘러온 물에 갇혀
물안개로 피어오를때
어디선가 한 마리 새가
멍든 내 영혼을 울어준다.
나의 고향은
거친 물결에 잠겼다 다시 떠오르는
외로운 섬, 유촌리 485번지
내 마음의 이어도.
슬픈 꽃
누가 꽃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꽃은 시든다 했는가
폴란드 남부 오슈비엥침 이곳
아우슈비츠 집단학살수용소
어둠의 복도에 걸려 있는
살아있는 사진들,
그 사백만 원혼(寃魂) 위에 바친
영원히 시들지 않을
꽃 한 송이,
불꽃보다 더 눈부시게
나의 눈과 귀를 밝힌다.
죽음 저 너머로 달리던 철길이
심장 멎은듯 멈추어 섰고
굴뚝도 없는 화장로(火葬爐) 위
암울한 하늘이 내려 앉더니
온종일 가랑비 뿌리고
선혈(鮮血)이 스며든 그 길에 핀
노란 민들레
닦을 수 없는 눈물 머금고
나의 가슴에 박힌다.
누가 꽃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꽃은 시든다 했는가
약력:1946년 출생, 건국대 경제학과(65학번) 졸업.
1973년 『詩文學』 『月刊文學』등에 시 발표로 등단.
「詩法」, 「詩와 詩論」 동인으로 활동.
한국문인협회 감사(현)
시집으로 『실눈만큼이라도』(2008), 『돌거울·其他』(1965), 『생활의 날개』(1970), 『제3시집』(1971)이 있고, 칼럼집 『소유와 행복』(2008)과 편저로 『島山餘錄』(도산안창호선생새자료집)(1986)이 있다.
이만근의 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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