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힐링로드]
황리단길
경주 황리단길이 새로운 문화의 거리로 등장하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몰려드는 핫플레이스로 등장하고 있다. 방문객이 몰려들면서 황리단길은 리모델링을 거듭해 좌우 골목길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래된 대릉원 돌담길 옆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먹거리, 다양한 즐길거리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가 창조되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악세사리와 의류, 다양한 소품으로 무장한 기념품점들도 줄을 이으면서 여심을 흔들고 있다.
고도제한구역에 묶여 개발이 제한되어 1층 단촐한 1970년대의 가옥들이 신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리모델링하면서 기상천외한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방문객들의 계층별 입맛을 겨냥한 식당들이 기존 상식의 틀을 깨고 벽을 헐어 손님을 직접 맞는다. 시원하고, 고소하고, 달달하게 입맛을 자극하는 맛집들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며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싱싱한 풍경들이 정겹다.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대나무를 세웠던 점집은 거의 사라지고 신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추억을 쌓아가는 새로운 흑백사진관들이 문을 열어두고 발길을 유혹한다.
맛집, 잡화점, 아이스크림점, 한복대여점, 비어와 구이, 브런치와 커피로 무장한 황리단길이 신세대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면서 동서남북으로 무한정 발을 뻗고 있다.
대릉원 돌담길을 따라 불쑥불쑥 솟아 있는 고분과 키 낮은 집들이 오밀조밀 옛이야기를 풀어놓는 황리단길에서는 누구나 이방인의 낯선 자유를 만끽하며 깊은 힐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황리단길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다면 경주에는 황리단길이 있다. 경주고속버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다. 고분공원 봉황대에서 남쪽 황남동파출소로 쭉 이어지는 골목길이다. 이 지역은 대릉원과 고분 등의 역사문화사적지와 붙어 있어 고도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높이 10m 이상되는 건물이 없다. 모두가 1층 나지막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밀집되어 있다. 황남네거리에 2층 건물이 하나둘 있을 뿐이다.
황리단길은 봉황대 프리마켓거리에서 내남네거리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대릉원을 왼쪽으로 끼고 황남파출소를 지나 황남초등학교네거리까지가 메인도로다. 최근에는 황리단길이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방문객들이 늘어나자 대릉원 돌담길과 황남한옥마을 안길까지 상가가 이른 봄 들불 번지듯 확산되고 있다.
황리단길로 들어서면 가장먼저 경주 대표 먹거리인양 도처에 널린 것처럼 빵가게가 넓게 자리를 펴고 있다. 이어 최신 황리단길의 트렌드를 창조하고 있는 ‘노르딕’이 옛집의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된 인테리어로 눈길을 끈다. 브런치카페로 주말이면 항상 대기하는 손님들이 5~6명 이상이 줄을 서 있다. 이어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안에서 길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며 즐길 수 있는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별봉, 도넛베이커리, 대화맥주, 버거D 등의 신세대를 겨냥한 맛집들이 이어진다. 다음이 가장 많은 대기자들을 볼 수 있는 홍앤리식탁이다. 매주 메뉴가 바뀌는 가정식으로 음식이 나오는 퓨전한식당이다. 여기까지 오면 황리단길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황리단길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빠른 노래가 많아진 것처럼 비슷하면서도 독창적인 특징을 가진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시선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이동하게 한다. 점포들을 헤아려 사진을 찍으면서 걸어가도 카페와 아이스크림, 한복점, 사진관, 서점, 기념품가게, 퓨전음식점 등의 가게들이 빼곡하게 짜여져 한두 곳은 건너뛰기 십상이다.
홍앤리식탁을 지나면 금방 공주마마 한복대여점이 골목길 같은 쏙 들어간 곳에 점포를 마련하고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주인이 미용실을 겸하고 있어 고객의 머리를 공짜로 손봐주기도 한다.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핀이나 장신구, 신발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가족 모임, 시낭송 등의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도 이용한다. 전통한복을 닮은 입고 벗기 편하게 만들어진 한복 판매와 대여점은 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복나드리’, ‘한복판(한복대여)’, ‘마실(한복대여)’ 등의 간판으로 발길을 잡는다.
공주마마처럼 한복을 갈아입고 나서면 목걸이와 귀걸이 등의 자잘한 기념품과 토산품들이 진열된 신라상회가 나온다. 내부는 꼬불꼬불하게 다양한 기념품을 구경하고 구매하기 쉽게 동선을 만들어두었다.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한정식을 주메뉴로 하는 어썸, 맞은편에는 옛날식 불고기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옛불식당이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를 바람에 날리며 유혹한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은 어서어서라는 상호를 달고, 책 처방해주는 문학전문서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젊은 주인은 대구 야구장에서 vip자리를 받을 만큼 유명하다. 근래에는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위주로 잘 팔린단다. 표지디자인부터 개성이 있는 책들을 진열하고 있는 ‘지나가다’ 서점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가수를 초청해 미니 음악회를 열어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방문객들이 줄을 지어 난리법석을 떨기도 한다. 서점 옆 유리창에 ‘배리삼릉공원’이라 쓰고, 대부분 소박하고 따뜻해 보이는 기념품들을 손으로 직접 제작해 진열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카페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 ‘No Words카페’가 황리단길 최고의 커피맛을 주장하며 재봉틀 등의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탁자로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진짜 추억을 오래 간직하게 하는 곳이 있다. ‘인생네컷’ 사진관은 전신을 셀카로 찍을 수 있는 공간과 VR체험으로 이집트의 스핑크스 주변을 롤러코스트를 타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대릉원흑백사진관은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마음에 드는 사진을 액자에 넣어준다. 그때 그사진관은 교복과 교련복을 준비해 사진을 찍으면서 과거를 현재에서 느낄 수 있게 한다. 벽면에 그려진 장난스런 그림과 간판에서 벌써 추억이 묻어나 과거로의 여행을 잠시 떠날 수 있게 한다.
수제 핫도그를 파는 ‘알로핫’, 디저트카페 ‘시노레몬’, 직접 만든 소스와 키운 닭의 유정란을 사용하는 ‘에그샌드위치’, 양식집 ‘리한’, 시원한 호프와 다양한 요리를 맛보게 하는 ‘창고1069’, 새로운 양식의 맛을 선보이는 ‘엉클레빗’이 줄을 이어 서 있다. 황리단길의 점포들은 규모가 대부분 중소규모여서 가게 앞 도로와 접한 곳까지 의자와 벤치를 놓아두고 있다.
◆또바기와 동경
황리단길의 메인도로는 이제 차고 넘친다. 사이사이 골목길을 따라 식당, 카페가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골목투어가 주는 즐거움은 구수하면서도 신선하다. 이곳저곳을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이색적인 즐거움과 만나게 된다.
노르딕을 지나기 바쁘게 서쪽으로 골목길이 있고, 고개만 돌려보면 한옥울타리에 ‘또바기’라는 검은 바탕에 흰글씨가 똑똑하게 보인다. 또바기는 언제나 한결같이 라는 뜻이다. 퓨전한식집으로 영양식 매콤치즈 등갈비, 한우 뚝배기 불고기, 한우 카레라이스, 돈까스 등의 일반적이지만 낯선 맛으로 포스팅된 눈길을 끄는 한옥집이다. 특별메뉴로 소고기 냉면을 개발해 여름철 주문이 쇄도한다. 아기자기하게 인테리어가 정겨운 집이어서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끈다. 일인상으로 차려진 상차림은 깔끔하고 정갈한데, 맛은 왕짱! 진국이다. 특히 아침식사도 10시부터 가능하고, 저녁 10시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저녁 산책길에 시원한 맥주도 즐길 수 있어 행복지수를 쑥 올려준다.
황리단길을 안내하는 벽화가 이어진 골목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단촐한 한옥에 이색적인 분위기로 꾸민 카페가 갖가지 커피와 음료, 브런치를 준비하고 있다. 해가 지면 어둠살이 내린 골목길에 아련하게 새어드는 조명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깨동무로 정겨운 연인들의 산책이 자주 노출된다.
이상적 로스터리카페, 로스터리 동경, 미실, 아덴 등의 예스럽지만 신세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자 카페 기능을 담당하는 새로운 쉼터들이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다.
경주는 시간여행지다. 오래된 시간 위에 현재와 미래를 지향하는 시간들을 다각적인 취향으로 인테리어 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발길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아직 구닥다리 아날로그적 간판과 이색적인 제목의 간판이 골목마다 공존하고 있다.
◆대릉원돌담길
황리단길을 시작하면서 300여m까지는 동쪽은 대릉원 담장과 경계가 된다. 황리단길은 그대로 남쪽으로 이어지고 동쪽으로 대릉원 돌담길이 발길을 유혹한다. 고전스런 돌담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또 다른 매력에 흠뻑 취하게 되는 것이 황리단길의 확산이다.
돌담길에서는 누구나 친한 친구가 된다. 저절로 손을 잡고, 어깨동무 하는 분위기에 빠져든다. 이상복 이름을 내건 빵집과 도솔마을, 마놀(마시고 놀자), 꼬까입자 한복동자, 황남상회 등의 간판들이 눈길을 끈다. 천냥으로 토정비결운세를 점치게 하는 입간판에 도깨비명당이라 적혀있어 젊은 남녀들은 쉽게 천 원을 쓴다. 운세가 적힌 작은 색색의 공이 튀어나오면 운세의 궁금증을 읽어보기도 전에 이를 들고 기념촬영부터 하는 청춘들의 얼굴이 밝다.
골목길에 파라솔과 벤치를 비치해 쉽게 걸터앉아 아이스크림이든 빙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게 한다. 도솔마을은 돌담길 동네 터줏대감이다. 오래전 자리를 잡고 부추전과 된장찌개, 동동주 등의 편안한 먹거리들을 주막 같은 한옥 아래채에서 맛보게 한다. 두 칸, 세 칸짜리 집과 마당에 넓은 평상이 있어 어디든 편하게 앉아 쉬면서 소규모 모임을 하기에도 좋다.
황리단길에서 대릉원 돌담을 끼고 이어지는 골목길을 따라가면 원조 ‘입고놀자’ 한복대여점을 비롯한 퓨전음식점들이 대박을 치면서 순식간에 한복 대여점과 식당, 카페가 들어서고 있다. 지금도 대릉원 골목길을 걷다보면 두 집 건너 한 집은 변신을 시도하며 리모델링하는 목수들의 땀을 볼 수 있다. 황리단길 주변 땅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임대료 또한 마찬가지다. 새롭게 개발이 진행되면서 원주민들은 떠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판을 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우려되기도 한다. 빛과 그림자의 명암이 서민들의 아픔을 키우는 일로 확산되지 않도록 행정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있다.
도솔마을 뒤편으로는 팬션, 민박집들이 이마를 맞대고 있다. 골목마다 초가지붕에 박 같은 간판을 달고 신개념의 숙소를 안내한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금슬채, 황남관, 소설재 등의 이름을 내건 고급스런 팬션들도 황리단길 주도로변에 자리해 있어 지나는 길에 쉽게 예약 할 수 있다. 천년고도 경주에서 신라의 달밤 정취에 누구나 쉽게 젖어들 수가 있다.
황리단길 주도로를 따라 걷자 몇 남지 않은 점집 옆에서 오늘도 퓨전음식점이 오픈을 한다. 축하화환이 길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먹고, 입고, 즐기는 일들도 유행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어서 황리단길로 몰려드는 힐링의 발길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주말을 맞은 상가 불빛들이 늦게까지 어둠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