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버지 기제가 있었다.
매년 지내는 기제지만 이 때만 되면 살짝 조심스러운 게 있는데,바로 진설,즉 제삿상 차림이다.
예나 지금이나 제사음식은 수와 양은 변함이 없고,지역 마다 진설이 다르니,여기에는 뭐가 놓여져야 하고,저기에 뭐가 놓여져야 한다는 정답 없는 답이 오간다.
특히 같은 지역이라도 문중이나 파에 따라 진설이 다르니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의 좋은 기회가 제사 때다.
예를 들어,충청북도 음성군 내에서도 금왕읍과 삼성면,대소면,생극면의 진설이 다르며,동일 읍ㆍ연 내에서도 가문에 따라 또 다르고,같은 친척 내에서도 그게 또 다르다.
그러니 다른 도 출신이 모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ㅎ
어쨋든 우리 집 제사는 매제나 매형의 참견에도 불구하고 나의 진설 기준에 맞춰 제사를 지낸다.ㅎ
진설의 기준인 조울이시와 ,홍동백서도, 계젛마다 제삿상에 오르는 응식이나 과일도, 과자의 종류도 지역 마다,가문마다,친족 마다 다르니 각자의 집안 사정에 따라 융통성있게 제사를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
진설이란 추석이나 설날,시제,기제 등 조상에게 제사를 할 때 제삿상 위에 응식을 차리는 법을 의미한다.
즉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왼쪽부터 차례로 대추, 밤, 배, 감을 올려놓는 것으로 제삿상 차림의 기본이다.
하지만 이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고 욕을 먹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문헌에 근거한 것이 아닌 그냥 옛부터 전해오는 제례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 따르면 진설은 양반의 후손이고자 하는 현대인들이 차별화를 위해 만들어낸 가짜 규칙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옛 전통을 지키면서 간소화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장시 진설의 다섯 가지를 알아보자.
큰 틀은 나침판이 가리키는 정확한 동서쭉을 무시하고, 동쪽은 제관의 오른쪽이며 서쪽은 제관의 왼쪽이다.
첫째, 좌포우혜(左脯右醯)ㅡ 포는 왼쪽(서쪽),식혜는 오른쪽(동쪽)에 놓는다.
둘째, 어동육서(魚東肉西) ㅡ어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에 놓는다.
셋째, 두동미서(頭東尾西)ㅡ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해 놓는다.
넷째, 조율이시(棗栗梨枾)ㅡ완쪽부터 대추, 밤, 배, 감의 순서로 놓는다.
다섯 째, 홍동백서(紅東白西)ㅡ 빨간색 과일은 동쪽, 하얀색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수많은 열매 중 작고 보잘 것 없는 대추가 제삿상에 반드시 올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추나무의 식당에 있다.
한 나무에 많은 열매들이 열리는 대추는 하나의 꽃이 피면 반드시 하나의 열매가 열리고 나서 꽃이 떨어지며,헛꽃도 없다.
즉 꽃마다 반드시 열매가 열리는데, 사람도 세상에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고 죽어야 함을 대추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대추는 자손 번창을 의이해서 제삿상의 첫 번째 자리에 놓인다.
조율이시!
알고 보니 그 의미가 새롭게 보인다.
요즘 들어 성묘와 제사,벌초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통도 변하니 당연한 현상이다.
요즘 사람들의 하루 대부분은 직장이나 가게에서 생활하고 생존을 위해 일한다.
하루 하루가 힘든 삶의 연속이고 쉬는 날에는 심신을 재충전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특정한 날 특정한 해사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명절이나 시향,기제 때도 그러니 가족이나 친척을 이 날에 보는 것도 쉽지 않다.
나의 건해로 제사는 적어도 가족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가족이라도 일년에 서너 번 보면 잘 보는 것이고,친척은 한 번 보기도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제삿날은 가족이나 친척의 만남의 날이라고 생각한다.
● 대추나무의 꽃말은 '처음 만남'이다.
ㅡ참고ㅡ
■인터넷 다음 백과 '진설','조율이시',"대추의 의미"참조.
■대추나무 사진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에서.
첫댓글 제삿상에
첫번째 과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