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 이 충 희
기초과학 연구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수행한 결과로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예가 대부분이나 민간기업에서 수행된 기초과학 연구로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경우가 상당수 존재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노키아벨연구소(Nokia Bell Labs)는 1925년에 전화기의 발명가인 알렉산더 그래이엄 벨이 모기업인 AT&T(1925∼1996년)의 연구소로 설립하여 2016년에 Nokia가 인수하였는데 1937년부터 현재까지 9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그중에 대표적인 사례가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바딘(John Bardeen), 브래튼(Walter H, Brattain), 쇼클리(William Shockley)는 오늘날 세상을 변화시킨 작은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발명했다. 트랜지스터는 인공위성이나 모든 전자기기에 사용되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나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기술을 가능케 하였다. AT&T는 미국 전화 전신회사로서 통신기술만을 개발한 것이 아니고 부설 연구소에서 미래를 개척할 기초과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사례는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펜지아스(AmoA. Penzias)와 윌손(Rober W. Wilson)은 우주의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발견하여 우주의 창시를 설명하는 빅뱅(Big Bang)이론을 뒷받침하였다.
IBM(국제사무기기회사)은 1911년에 설립된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로서 6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였다. 1981년 스위스 IBM의 로러(Heinrich Roher)와 비니히(Gerd Binnig)가 표면의 원자 수준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주사형 터널 현미경(STM)을 개발하여 노벨물리학상을 받고, 후에 STM으로 60개의 탄소원자로 이루어진 탄소의 동소체인 풀러렌 발 견에 기여했으며 이 발견으로 반도체와 평판 디스플레이·연료전지·초강력섬유 등에 활용되는 탄소나노튜브도 개발되었다. 즉 초미세 나노기술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1987년 스위스 IBM사의 게오르그 베드노르츠 (Johannes Georg Bednortz)와 알렉스 뮐러(Karl Alexander Müller)는 고온 초전도체 발견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Bell Labs와 IBM의 공통점은 세계적 인재 발굴, 채용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연구 등 개방형 혁신을 중시한다는 점이며, Bell Labs는 일반적으로 사전에 설정된 목표 달성률을 평가하는 일반적 평가 기준과 달리 얼마나 세상을 놀라게 했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활용연구의 다차원성과 융합적 상호작용, 기초연구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IBM은 1945년 콜롬비아 대학에 Watson Scientific Computing Laboratory를 설립하고 순수과학 연구에 기여를 시작하여 ‘Think, Progress, Innovation’으로 대변되는 기업 문화와 ‘회사와 세상을 위한 혁신’의 핵심가치가 노벨과학상 수상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
한국은 지난 60여 년간 압축 고도성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으며, 제조업의 국제경쟁력은 5위 수준이고 삼성전자는 세계 제일의 메모리 반도체 제조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R&D 투자는 글로벌 3위이다. 언스트앤영이 발표한 ‘2017년 세계 최대 R&D 지출 기업(World’s largest R&D investors)' 리스트에 삼성전자(8조7844억원)는 아마존(약 26조 원)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약 19조 원)에 이어 3위이다. 삼성전자는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여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위상이나 삼성전자의 국제적 경쟁력으로 볼 때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술혁신을 위해 Bell Labs와 IBM과 같이 기초연구를 중시하여 창의적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함으로써 세계적 인재가 집결하여 자유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장래에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있으면 삼성전자와 한국의 위상이 격상될 것이다.
필자소개
미국 Brown대학교 이학박사(물리학)
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 종신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