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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 꽃이 피어나다
이시경(시인)
1. 과학자가 피워낸 꽃들
과학자로서의 나의 삶은 늘 긴장과 흥분과 좌절로 가득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대학에서 막 전자공학을 마치고 국내의 한 연구소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새내기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나의 과학자의 삶은 시작되었다. 그 후 국내외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들을 두루 거쳤다. 그곳에서의 나의 하루 일정은 주로 연구하고, 논문/특허/과제 제안서를 쓰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동안 숱한 연구를 하면서 어려운 순간들도 많았으나 그때마다 ‘새로운 연구를 최초로 한다’는 자부심이 나를 버티게 했다. 성공했을 때의 기분은, 마치 전문 산악인이 처음으로 미답봉을 등정했을 때처럼 흥분되었으나, 논문을 마무리하더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래는 시, 「어느 과학자의 악몽」의 부분이다.
……
초등이라고 암벽 타기를 시작했다
아래는 밋밋하나 안개 낀 벽
⸳⸳⸳⸳⸳⸳ (중략) ⸳⸳⸳⸳⸳⸳
점점 더 올라갈수록
질병의 속삭임만이 나를 바짝 따라붙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즈음 뒤돌아 밑을 보니
암벽이 빙벽으로 변하고 있었다
오줌발이 약해지고 눈이 침침해져서야
내려가려 했으나 내려가는 것은 자살이었다
올라온 길들이 남아있지 않았다
도덕적 해이 표절 시비가 간간이 들려왔다
열악한 연구실 속에서 실험 조건이 잡히지 않는다
실험치들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 「어느 과학자의 악몽」,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2012),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2023)
나의 일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언제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아마도 대학에서 강의하고 시도 쓰고 하던 때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학에서 내가 가르친 과목 중에서 특히 애착이 많이 갔던 과목들은 ‘공학수학’, ‘물리전자’, ‘광학’ 등이다. ‘공학수학’은 공대생이면 누구나 이수해야 하는 기초과목이고, ‘물리전자’와 ‘광학’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광통신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면 들어야 하는 전공 필수과목이다. 이들 과목을 특히 좋아했던 이유는 내가 이들 학문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때마다 뭔가 오묘한 진리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 과목 중에서 특히 까다로운 공학수학을 재미있게 강의한다는 것은 그 당시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다음은 ‘공학수학’을 모티브로 쓴 시, 「납덩이」의 부분이다.
그가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다
그에게 자주 가까이 가려고 했으나
나의 게으름은 늘 핑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달리고 있었다
잠시 풀린 구두끈을 고쳐 매는 사이
자꾸만 쌓이는 서류더미의 중심에서 밀려
입이 부어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눈이 마주치자 뭔가 얘기할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개학이 다가올수록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기는 나도 마찬가지
지루함과 무료함이 네가 갖고 있는 전부인데
숫자와 함수와 방정식을 빼면 뼈와 해골만 남는데
너를 데리고 식성이 까다로운 그들 앞에 설 것을 생각하니
솔직히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나아 보였다
- 「납덩이」 부분,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2012),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2023)
그동안 국내외의 여러 기관을 오가면서 내 삶은 과학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렇게 과학이 내 삶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 속에 과학이 스며들게 되었다. 그러다가 탄생한 시집이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 2012, 아담의 시간여행, 2018,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 2022이다. 시집 아담의 시간여행에는 아토미터 크기의 쿼크로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학 이야기들이 나오고,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에는 과학의 뿌리가 되는 요즘 뜨거운 수학들이 대거 등장하여 현대인들의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시집에서는 한결같이 과학적인 냄새가 물씬 난다. 그것은 과학자로서 40년 이상을 살아온 시인의 삶 때문만이 아니고,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조금이라도 열어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시집이 우리 시문단에 나와 있는데 비슷비슷한 시집을 하나 더 보탠들 시단에 무슨 큰 보탬이 되겠는가? 이러한 고뇌를 하면서 늦깎이로 출발한 과학자 시인의 여정은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지금이 과학시대라는 것을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인공지능도 과학의 산물이다. 지금은 과학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과학시대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인들이 여전히 과학을 시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모습은 아무래도 시인들이 ‘인문학적인 시 쓰기’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것을 크게 벗어나는 경우 닥쳐올 주변의 싸늘한 시선을 우려해서 일 수도 있다.
2. 과학으로 피워낸 꽃, 아담의 시간여행(2018)
과학(혹은 수학)의 개념을 자양분으로 삼아 시의 꽃을 피워낸 시집으로 아담의 시간여행이 있다. 우선 함기석 시인의 해설(함기석, 「양자론의 우주 시학-이시경의 시세계」, 아담의 시간여행, 한국문연, 2018.)을 들어보자. “이번 시집에는 21세기 과학문명을 떠받치는 현대물리학의 상대론과 양자론, 광학과 광전자공학, 우주천문학, 미적분의 세계, 공업수학의 세계 등이 다양하게 망라되어 있다. 그만큼 각각의 시편들은 전문적이고 특수하다. 그의 시편들은 이시경이라는 육체 스펙트럼을 통해 다채롭게 분광된 다양한 파장의 빛들이다. 이 빛들이 어우러져 다색다층의 낯선 시공간을 창출한다. 한국 시단에 결여되어 있는 과학의 세계를 본격화하여 우리 시의 자장을 넓히고 외연을 확장한다.” 그의 말처럼 시집에 비치된 시편들 속에는 다양한 과학들이 녹아있다. 그것들은 시인의 삶과 버무려져서 1차로 어떤 스펙트럼의 빛을 방출한다. 이어서 그 빛(시편)은 독자라는 스펙트럼을 만나면서 제2차, 제n차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으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에 월간 현대시가 마련한 이경호 평론가와의 대담(이시경, 이경호, 「대담을 통해서 ‘이시경의 시론’을 듣는다/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 현대시, 2019년 8월호, 2019.08.01., 152-166쪽.)에서 이시경은 과학이라는 외연을 시적 내연으로 육화시키는 전략 중 하나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들 과학을 소재로 한 시들을 육화시키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여기서 취한 형식 중에 하나는 알레고리입니다. 현대 예술에서 벤야민(Benjamin)과 드 만(de Man)은 알레고리를 상징보다 우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기본 입자인 ‘전자’와 ‘광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들의 삶의 한 모습을 노래한 작품 중에는 「아토나라의 이상한 아이들」, 「전자들의 반란」 등이 있습니다. 그 외의 대부분의 작품들도 다양한 언어와 형식으로 외연을 시적 내연으로 육화시키려고 했습니다.
위 대담에서 언급했듯이 “낯선 과학이나 수학의 개념을 시 속에 끌어들여 ‘과학시대’의 갈등과 아픔을” 독자들과 공유하려고 했다고 해서 일반 시(비과학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 이유는 이 시들 속에 시적인 요소로 환유, 은유, 알레고리, 상징, 생략, 압축, 비약, 병치, 몽타주와 콜라주 등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으며, ‘독자들을 만나 각기 다른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낳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의 “다중성”과 “다의성”은 요즘 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이다.
3. ‘과학시’와 ‘수학시’
우리는 과학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날마다 과학과 함께 호흡하면서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과학은 언어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문학 여기저기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삶을 과학과 분리해서 말할 수 있을까?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삶 속에 ‘과학’이 있고, 과학의 밑바탕에 ‘수학’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과학의 뿌리는 수학이다’. 그리고 과학을 간결하게 나타낸 수학적 언어가 ‘수식’이다. 여기서 시편 본문과 주석에 수학적 언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시경의 세 번째 시집,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 2022을 거론하기 이전에, 잠깐 ‘과학시’와 ‘수학시’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자. 이에 대한 정의는 이시경의 시집(이시경, 「21세기 과학시와 수학시의 날갯짓」,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 시와과학, 2022.)과 계간 문예지 예술가(이시경, 「수식은 과학시대에 강력한 언어, 그러나 신중히 사용해야/시인해부-이시경」, 예술가, 2022년 가을호, 2022.09.01.)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시 속에 과학적인 용어나 개념이 남아 있으면서 비유, 은유, 환유, 알레고리, 병치, 압축, 비약, 생략, 상상, 환상, 이미지, 콜라주, 몽타주 등의 문학적 기법을 빌려서 인류의 삶을 노래한 것을 우리는 ‘과학시’라고 부른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이 밑바탕이 되거나 과학 냄새가 물씬 나는 시를 ‘과학시’라고 말할 수 있다. ⸳⸳⸳⸳⸳⸳ ‘과학시’의 특징 중 하나는 시어나 시구절 대신 과학 용어나 기호 혹은 수식을 본문이나 주석에 은유, 환유, 상징, 알레고리 등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언어는 간결하고 묵직한 것이 특징이다. ⸳⸳⸳⸳⸳⸳ ‘과학시’에 수식이나 수학적인 개념이 과학 용어나 과학적인 개념에 비해 도드라지게 많으면 ‘수학시’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보통은 ‘과학시’나 ‘수학시’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과학시’로 불러도 좋겠지만, 굳이 ‘과학시’와 ‘수학시’를 구분해야 한다면 ‘수학시’를 위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과학시’의 범위는 매우 넓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이 밑에 깔려 있거나 과학 냄새가 나면 ‘과학시’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잣대로 보면 필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뿐만 아니라 현재 시작詩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들의 꽤 많은 작품들도 ‘과학시’에 해당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집 아담의 시간여행에 수록된 모든 시들을 ‘과학시’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아담의 시간여행을 ‘과학 시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4. 수학으로 피워낸 꽃,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2022)
시집 해설(이시경, 「21세기 과학시와 수학시의 날갯짓」,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 시와과학, 2022, 135쪽.)에서 밝혔듯이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 속에는 피타고라스에서부터 아인슈타인 방정식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나노 세계에서부터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에서 기반이 되는 방정식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시집에 수록된 작품 52편에는 50개 정도의 수식 또는 수학적인 개념이 본문이나 미주에 포함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위의 정의를 따른다면 이 시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시들은 ‘과학시’ 중에서도 ‘수학시’에 해당된다. 따라서 시집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을 ‘수학 시집’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음은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에 있는 시, 「바이러스」 의 부분이다.
미쳐 날뛰는 승냥이처럼 마구 물었다
감염자 증가 추세는 인간의 탐욕을 닮았다
초여름, 백로 한 쌍 호수 위로 눈송이같이 내려앉는 날
감염자 수와 인간의 탐욕 사이에서 서성이다가
어느 수학자의 시 한 편을 꺼내 읽는다
y' = Ay - By2
감염자 y를 놓고 A와 B가 벌이는 서사시
- 「바이러스」 부분,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2022)
위 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수식/미분방정식’이 ‘시어’나 ‘시 문장’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이렇게 ‘수식’이 시 본문에서 ‘시어’로 쓰일 때 그것은 단순한 ‘수식’이 아니고 은유/환유나 상징/알레고리적 표현이며, 이때 이 ‘시어’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압축하고 생략하면서 각각의 독자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낳게 한다.(이시경, 이경호, 「대담을 통해서 ‘이시경의 시론’을 듣는다/현대시가 선정한 이달의 시인」, 현대시, 2019년 8월호, 2019.08.01., 164쪽.) 시집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과 아담의 시간여행에는 ‘수식’이나 ‘미분방정식’ 외에도 ’수열‘과 ‘무한급수’가 ‘시어’나 ‘시 문장’으로 쓰인 예들이 있다. 이렇게 ‘수학’을 ‘시어’로 사용할 경우, 시인의 언어 선택의 폭은 무한히 넓어져서 앞으로 창의적인 ‘시 쓰기’ 작업을 꿈꾸는 젊은 시인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경식, 「수학과 시: 수학적 상상력을 넘어 ‘수학으로 시 쓰기’」, 국제언어문학, 53호, 33-51쪽, 2022.12.)
5. ‘입자’와 ‘파동’의 노래,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2023)
이번에 새로 출간한 시집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2023)는 이미 품절된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2012)를 재조명하기 위해서 <시와과학>을 통해서 신간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 속에는 5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고, 오윤정 평론가의 ‘이시경 작품론’ 「숫자공화국과 치유의 언어」와 이시경의 시론 「파동과 입자 시학」이 새로 추가되었다. 특별히 시론, 「파동과 입자 시학」을 추가한 이유는, 아직 한국 시단에서 생소한 ‘입자’들을 과학시대에 걸맞게 시 속에 등장시켜서 현대인들의 고뇌와 아픔을 노래한 이시경의 일부 시들을 재조명하고, ‘입자시’와 ‘파동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함이다.
「파동과 입자 시학」에서 필자가 언급했듯이(이시경, 「파동과 입자 시학」,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 시와과학, 2023, 143쪽.) “입자들이 우리 삶 속에서 스타로 활약하는 분야는 비단 조명과 디스플레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통신과 인터넷 분야에서도 슈퍼스타로 맹활약한다. 그들 없이는 인터넷도, SNS도, 빅데이터도, 챗GPT도 불가능하다.” 물론 이들 입자는 광자(photon), 전자, 정공, 포논(phonon), 힉스 등의 입자들을 말한다. 그러나 우주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 인간도 아주 작은 입자에 불과하다. ‘전자’가 입자와 파동의 두 모습으로 실험실에서 관측되듯이, 시집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만 들여다봐도 우리 삶 속에 입자와 파동의 두 모습이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시 속에서 ‘입자’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입자시’에 해당하는 필자의 작품으로는 시집 아담의 시간여행에 수록된 「아토나라의 이상한 아이들」, 「전자들의 반란」, 「배내똥」 외에도 시집 n평원의 들소와 하이에나에 있는 「LED 조명」, 「들소와 하이에나」, 「산소」 등이 있다. 아래는 시, 「배내똥」의 부분이다.
거대한 생명체의 꼬리 위 한 점. 푸짐한 상을 마련해 놓고 서로 주고받으며 잔치를 벌이니,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네이처다 사이언스다, 논문 수를 늘리고 인용 횟수 늘리기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내 형상 위에 몇 점 더 찍을 수는 있겠지만. 아니 더 많은 점으로 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에 나는 저들을 경계하며 경고한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아직 나는 저들에게 꼬리 흔적 부분만 좀 들켰지만, 나와 꼭꼭 숨어 동행했던 숱한 녀석들은 벌써 나를 배신자라고 부른다.
네가 메시아냐?
- 「배내똥」 부분, 아담의 시간여행(2018)
지금까지 필자가 그동안 발표한 글들을 중심으로 ‘과학시’ 혹은 ‘과학의 냄새가 풍기는 시’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는데, 시 문장 속에 과학적인 개념이나 용어 또는 수학적인 개념이나 수식이 있다고 해서 모두 ‘과학시’이고 ‘수학시’일까? 물론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어린이들도 ‘과학 동시’와 ‘수학 동시’를 쓸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시인들이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시학’도 다른 학문들처럼 ‘깊이’를 추구하는 학문이고, ‘시’도 다른 예술들처럼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면서 ‘시 쓰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과학시’라고 해서 일반 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과학 냄새가 짙게 난다는 것뿐 그 속에 일반 시들처럼 시적인 요소가 담겨있고 우리 삶을 노래한다는 것이다.
이제 ‘과학시/수학시’는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발전해 나갈 것인지 벌써 궁금해진다.
이시경
본명 이경식, 충남 부여에서 출생했다.
한국통신기술연구소(현재 ETRI)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1985년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1990년 성균관대학교로
부임해서 2020년까지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 명예교수이다.
2011년 애지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
아담의 시간여행, 라마누잔의 별 헤는 밤 등이 있고
교양과학/과학에세이 도서로
수학을 시로 말하다, 과학을 시로 말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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