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토요일-히브9,2-3. 11-14; 마르3,20-21
그리스도의 기적을 보고 몰려드는 군중의 동태를 마르코는 간결하게 표현하여 “음식을 잡수실 겨를도 없으셨다”고 하였다.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의 언행에 관한 소문을 듣고 떠돌이 생활하는 예수님께 자기자신의 몸도 돌보면서, 적당히 쉬기도 하고 식사도 챙겨먹고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충고하려고 걱정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미쳤다”는 소문을 히랍어로 정신 나갔다는 의미가 아니라 예수님의 신비적인 흥분상태로 지나치게 한 가지 일에 집착하고 있는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우리말에도 어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해있는 사람을 보고 “그 사람 공부에 미쳤어, 혹은 축구에 미쳤어”라고 말한다.
친척들의 눈에는 예수님의 지나친 열성이 육신건강에도 무리가 되리라고 걱정이 되어 찾아온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2고린5,13에서 “우리가 미쳤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위해서 미친 것”이라 하며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데 열성을 가지고 끼니를 생각지 않으시고 목자 없는 양들에 대한 애타는 심정으로 복음을 전하시는 데 온 정열을 다 쏟으시는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친척 중에는 어머니 마리아도 계셨다. 어머니가 계셨으니 더구나 여기의 “미쳤다”는 표현을 정신병으로 이해했을 리가 만무하다. 마리아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아셨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실 분이 아니다.
예수님도 친척들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신다. 다만 그들의 간섭을 거부할 뿐이다.
곧 당신 사명을 다하기 위한 예수님의 불타는 열성이 평범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친척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무슨 일에 전문가로 성공하려면 그 분야에 마니아(狂)가 되어야 한다.
1846년 돈보스코가 토리노에서 불우청소년들을 모아서 오라토리오를 운영하고 있을 때, 교구 동료 사제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미쳤다고 비난했다. 수백 명의 건장한 청년들을 몰고 다니니까, 시장도 위협적으로 느껴 제재를 가하려 했다. 어떤 본당 신부님이 복사아이에게 “너어디 가니?”, “돈보스코 오라토리오에요.”, “돈보스코는 미친 신부란다. 거기 가지마라!”하는 것이었다.
걱정이 되어 복사선 아이가 돈보스코에게 달려가니 과연 돈보스코가 미치긴 미쳤다고 생각되었다. “청소년들에게 단단히 사랑에 미쳐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소년은 청소년 사랑에 미친 신부 돈보스코를 잊지 못해 후에 돈보스코의 살레시오 수도원에 들어갔고 이분이 바로 2대 총장이 된 미켈레 루아 신부이다.
세상적으로도성공하려면 그분야에 미쳐야 한다.
에디슨은 머리가 천재이기도 했지만 항상 발명에 마음을 골돌히 썼기에 동료들로부터 바보취급을 받았고, 기차역무원으로 일하다가 기차에 불을 내기도 하고 달걀을 삶는다고 한 것이 시계를 끓는 물에 집어넣기도 하였다. 학교에서 산수시간에 1+1은 얼마인가? 라는 질문에 “하나”라고 답을 하여 동료들로부터 조롱을 당하기도 하였다. 암소와 수소가 결합하여 송아지 한 마리가 나온다는 것을 보고 그는 “1”이라고 답을 하였던 것이다.
한 곳에 몰두하다 보면 남들 눈에는 바보처럼 보인다.
마니아라고 놀림을 당하더라도 한 분야에 성공하는 것은 뜻이 있는 일이다.
그런데 세상일보다 예수님께 마니아가 되면 가장 잘 하는 일이다. 즉 예수님께 미치는 것은 가장 잘 미치는 것이다. 오늘날 컴퓨터, 게임 오락, 도박, 술 중독 등 현대인들의 인격형성에 방해가 되는 다양한 형태의 중독현상이 있다.
그러나 피조물이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예수님께 마니아가 되어 신앙에 충실한다면 이는 가장 잘 미치는 것이요, 가장 건전한 삶의 태도인 것이다.
히브9,2-14
천국의 참성막과 모세가 만든 지상의 모조품인 성막의 차이를 설명한다. 지상의 성막에서는 염소나 송아지의 피를 들고 성소로 들어가는데, 천국의 참성소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번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다고 한다.
구약의 짐승의 피로 바친 제사를 통해서도 죄 사함을 받았다면, 하물며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얼마나 더 깨끗하게 하여 살아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구약의 제사에서, 죄를 지을 때마다 짐승의 피를 가지고 성막에 들어가 뿌림으로써 죄사함을 받았다면,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거룩한 피를 가지고 천국 참 성막에 들어가 바친 제사야말로 단 한 번의 제사로써 인류의 모든 죄를 영원히 씻어버리는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설명이다. 천상의 참성막에서의 그리스도의 피로 드리는 제사가 지상의 모조품인 성막에서 사제가 짐승의 피로 바치는 제사보다 우월하다는 또 하나의 better than letter의 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