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수는 군사정권의 시퍼런 총칼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60년대 말 전라도에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어머니의 난산으로 뇌 병변 장애를 가지게 되어 어린 시절을 친구 없이 홀로 보냈다.
베트남이 통일되던 해에 국민학교에 입학한 청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여 학습 부진으로 1학년임에도 도시락을 들고 요즘으로 말하면 방과 후 수업 같은 과외를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받았으나 학습 부진은 나아지지 않았다. 청수는 2학년이 되면서 도덕 시간이 싫었다. 아무리 도덕 필기시험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못해 성적이 50점을 넘지 못하였다. 고학년이 되면서 청수는 자신 의지와는 상관없이 ‘멸공단’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장애의 몸으로는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고 그때마다 담당 선생님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
신군부에 의한 정권 탈취가 자행된 해에 청수는 중학교에 입학하나 학습 부진은 계속되어 부모님의 매질에 시달렸으니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더군다나 같은 반 급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여 이중으로 고통을 당하였다. 급기야 청수는 가출을 감행하여 집과 학교로부터 탈출을 감행하였으나 3일 만에 경찰에 잡혀 부모님에게 인계되어 죽지 않을 만큼 매질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유기정학을 당하였으며 학생주임과 담임 선생님은 번갈아 매를 들었다.
어렵게 고등학교에 입학한 청수에게 희망이 생겼는데 문예반 활동이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수업 시간보다 좋았다. 성격도 바뀌어 활발하게 생활하며 급우 관계도 적극적으로 변하였고 학교 성적도 올랐다. 드디어 백일장에 나가는 날이 되자 청수는 처음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따뜻한 격려의 말을 들었다.
“우리 청수는 할 수 있어.”
태어나 처음으로 듣는 칭찬에 청수는 마음이 뭉클해졌고 백일장에서 가작을 수상하였다. 문예반 지도 민섭 선생님은 안타깝게 생각하셨다. 하지만 청수는 첫술에 배부르지 않다.라는 말을 상기하며 시간을 아껴가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고3이 된 청수는 작가를 꿈꾸며 지역에 있는 대학의 국어국문학과에 응시하였으나 낙방하고 말았다. 실망한 청수는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그만두고 친지의 소개로 직업학교에 입학한다.
직업학교에서는 컴퓨터학과를 지원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작가의 꿈은 잊혔다. 2년간의 직업학교 생활을 마치고 컴퓨터회사 마케팅사업부에 입사한 청수는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굴하지 않고 동료들과 잘 지내며 고객들에게도 친절하게 응대하여 친절 사원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청수도 30대 초반이 되었고 회사에서도 초급간부로써 생활할 즈음 청수를 눈여겨보고 있던 고객 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 왔다. 청수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회사 인사책임자와 면담하였는데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네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잘 아네. 장애인의 몸으로 마케팅사업부에 있는 것보다는 사무직이 낫다고 생각하네. 나는 자네의 이직을 환영하네.”
청수는 뜻하지 않은 호의에 마음의 부담감을 떨쳐내고 고객 회사의 관리부서로 이직하였다. 마케팅사업부의 경험을 토대로 바이어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게 된 청수는 바이어들의 인적 사항을 전임자로부터 인계받아 직업학교 시절 배웠던 프로그램 언어로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어 본격적인 관리하여 위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청수에게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사내 무역부서 미진이었다. 미진은 청수가 바이어들 관리 문제로 무역부서와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호감 가고 용기를 내어 데이트를 신청하게 되었다. 미진 또한 청수가 싫지 않았다. 두 사람의 사내 연애는 동료들도 부러워할 만큼 달콤하였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였던가? 월드컵 축구로 지구촌이 떠들썩할 때 청수에게 불행이 닥쳤다. 점심시간 식판에 배식받던 청수가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후 정밀검사를 받고 다음 날 결과가 나왔는데 기질성 뇌 질환이었다. 재활치료를 하더라도 편마비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수는 눈앞이 캄캄하였다. 이제는 고생 끝이라고 생각하였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인지!
청수는 재활치료를 위해 회사를 퇴직하였고 미진에게도 이별을 통보하였다. 미진은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청수는 한마디로 이별을 재차 통보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미진은 청수의 완고함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았다. 청수는 살기 위해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사라졌다. 결국 재활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세상과 벽을 쌓아갔고 어느 날 듣지 않는 몸을 끌고 산을 탔다. 힘들게 산 중턱까지 오른 청수는 가지고 온 밧줄을 굵은 나뭇가지에 걸고 목에도 밧줄을 매었다. 목이 조여오며 고통스러웠다. 청수는 고통을 참으며 숨이 빨리 끊어지기를 바랐으나 고통만 가중되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청수는 눈앞에 부모님과 재활치료 담당 의사 그리고 고등학교 문예반 지도 선생님이셨던 민섭 선생님이 서 계셨다. 어머니께서 울며 말씀하셨다.
“아이고 이놈아! 힘들다고 목숨을 끊으려고 하면 어떻게.”
“청수씨 재활치료를 다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신과 치료를 병행할 겁니다.”
담당 의사 말에 청수 눈빛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째려보았다. 이때 민섭 선생님도 한마디 하셨다.
“못난 놈! 그렇게 안 봤는데. 다시 인생 시작하는 셈 치고 글공부를 다시 시작하자.”
“선생님!”
다음 날부터 의사들의 오전 회진이 끝나면 2시간 정도 글공부하고 오후에는 차분하게 앉아 민섭 선생님이 주고 가신 책을 읽고 습작하였다. 3개월 후 민섭 선생님이 5일의 시간을 주니 시를 지어보라고 하셨다. 청수는 퇴직 전 가 보았던 강원도 영월 여행을 주제로 시를 지어 민섭 선생님께 보여 드렸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너의 숨은 실력을 보고 문예지에 추천하니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엽편소설은 필자의 자전적 내용으로 모든 이름은 가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첫댓글 오죽했으면 스스로 세상을 버리려 했을까요~
마음이 아픕니다.
내리막 끝나면 오르막이 나타나고, 밤이 지나면 낮이 오기 마련이니 비겁하지 않은 열정으로 살아볼만한 세상입니다.
청수 파이팅!!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번째 단락부터 자전적인 이야기구나 하고 짐작했어요.
지금처럼 작가로서 당당히 나가면 돼요.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청수, 넓은 호수의 의미를 새깁니다.
뜻하는대로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로, 소설로 청수이야기를 원없이 올올이 풀어내셔서 작가로 대성하시길 바래요^^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