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님과 함께 이웃집에 찾아갔던 날 저녁
주호님이 이웃에게 한 번 더 여행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옆집 아주머니가 몸 상태도 좀 안 좋으시고
아이도 가기 싫어해서 그래서 못 갈 것 같다고 했어요.”
비록 여행은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여행에 대한 응원의 편지를
둘레이웃에게 부탁드리기로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외국분이라서 한글을 잘 못 써요.
그래서 딸래미가 와야지 쓸 수가 있는데
밤 11시 반 정도에 들어오거든요.
늦게 들어오니까 얘기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주호님에게 차선책을 제시했습니다.
“글씨 말고 그림으로 그려도 돼요.”
더하여 주호님에게 다른 이웃에게도
연락해볼 것을 제안드렸습니다.
“이참에 무전여행 다녀왔던 친구들이나
자활센터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연락해보시는 건 어때요?“
“연락이 이제 안 될 것 같은데…
다 이사 가고 전화번호가 바뀌었어요.
이제 다른 데 일하고 계셔서 뿔뿔이 흩어졌어요.
길에서 마주치면 안부인사만 해요.
같이 무전여행 갔던 친구들과는 가끔 연락해요.
영상통화도 하고요.”
“어? 영상통화하면 찐친(진짜 친한 친구)인데!!
많이 친하시구나“
“네. 서로 급할 때 돈도 융통되고
서로 먹을 것도 보내주고 그래요.
이번에는 제가 친구들을 살짝 놀렸어요.
친구들은 직업군인이라
요즘 코로나 시국에 휴가를 못나오거든요
그래서 저 여행간다고 놀리니까
화난 이모티콘 보내더라고요.“
주호님이 잠깐이나마 일상의 힘듬은 내려놓고
여느 청년처럼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친구들한테 자랑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 등대빵이요.
제가 몇 세트 더 사서 제 이웃분들한테 주고 싶어요.
주인 아저씨랑 옆집 아주머니한테 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서로 많이 나눠 먹거든요.“
“주호 님이 이웃분들을 많이 생각하고 챙기시네요.
그러면 저희 빵이랑 같이 드릴 감사편지까지
같이 만들어볼까요?”
“네. 좋아요.
선물 드리는 것 자체도 좋지만
편지를 써드리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주호님이 여러 편지지 양식을 살펴보시더니
귀여운 토끼 그림이 그려진 편지지를 골랐습니다.
“주호님의 픽!
역시 주호님은 귀여운 걸 좋아하시네요!”
“네. 그런데 옆집 남자아이도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 집에 가보면 인형이 많거든요.”
주호님과 남자아이의 취향이 같은 듯 합니다.
같은 취향을 통해서 주호님과 옆집 남자아이는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주호님이 편지지를 만들면서
지난 여름 활동했던 ‘한 여름 날에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때 이웃에게 과일바구니를 선물했는데
받는 게 더 많았어요.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어가지고
나눠 먹고 또 다시 나눠 먹고..“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이번에도 주호님이 여행을 구실로 이웃과
많이 나누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는 사회를 기대합니다.
감사편지에 쓸 문구를 같이 고민했습니다.
마땅히 쓸 문구가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각 사람마다 의견을 하나씩 내기로 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이도 명물 등대빵 드시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준범쌤)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을 담은 등대빵과 함께.
여러가지 맛이니 골라드세요.’(주호님)
‘등대빵 맛있게 드세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은혜쌤)
어떤 문구로 결정하면 좋을지 고민했습니다.
주호님은 주호님이 생각했던 문구를 고르셨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제 마음을 담은 등대빵과 함께.
여러가지 맛이니 골라드세요.’
주호님이 주호님의 생각을
더욱 표현하실 수 있게 된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완성된 편지지는 출력해서
주호님이 직접 칼질하시고 완성하셨습니다.
“써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써달라고 부탁을 해야죠”
“아버지는 무뚝뚝하셔서 안쓰실 것 같은데..
그래도 아버지한테 말씀드리고 제가 받아적으면 되니까“
편지지를 만들기 전 주호님은
응원편지를 부탁드리는 것이
이웃에게 폐가 될까 걱정하는 눈치셨습니다.
편지지를 다 만든 후에 주호님은
응원편지를 부탁드리는 것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주호님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부탁하는 것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주호님이 앞으로도 더욱 이웃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함으로
어울려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이 저에게 참 즐거운 시간입니다.
여행이 설렘으로 기다려집니다.
주호님께 감사인사드렸습니다.
“여행가서 바람도 쐬고 사진도 찍고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주호님 덕분에 이번년도 1월달을 아주 신나게 시작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이런 활동 없었으면
집에서 계속 뒹굴뒹굴 했을거에요.
혼자 있으면 정말 외롭고 심심한데,
이런 활동이 있어서 즐겁게 시간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고마워요."
주호님도 즐겁다고 감사인사해주십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여행준비가 얼추 끝이 났습니다.
일정에 여유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소소한 나들이를 하나 더 계획하기로 했습니다.
주호님은 산을 좋아하십니다.
“저 웬만하면 산에 가있어요.”
“주호님 저희 그러면 같이 등산하러 갈까요?”
주호님 자신만만하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못따라오실텐데.. 미아되는 거 아니에요?”
“주호님이 잘 안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죠?”
“제주도에서 친구랑 같이 한라산에 갔었는데
제일 어려운 코스로 갔었어요.
친구는 힘들어하면서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는데
한참 가다가 친구가 안보이는거에요.
전화해보니까 중간에 다시 내려가서
쉬운 코스로 올라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슬슬 걱정 되는데요.
저 진짜 못 따라갈까봐요”
“선생님들이랑 맞춰서 갈 수 있어요.
맞출 수 있는데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TV보니까 요즘 한라산 올라가면 인증서를 준대요.
제가 갔을 때는 없었는데."
“그거 관악산에는 없겠죠?”
“네. 관악산에는 없죠.”
“주호님 그럼 우리끼리 만들까요?
관악산 정상 갔다 왔다는 인증서"
주호님 기분 좋게 웃으며 말하십니다.
“좋아요! TV 볼 때도 재밌게 봤거든요.”
나들이 계획은 다음 날 다시 만나서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지도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우리 같이 다이소 갔었잖아요.
그때 횡단보도 앞에서 주호 님이 신호 앞에서
[이제 건너가지고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을 거예요.]
라고 길 안내를 해 주셨었거든요.
주호님이 길 안내를 잘 해주시더라고요.
주호님이 오이도 가서도 정말 잘해주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오이도 가서 잘하실 수 있게
같이 지도공부하면 어떨까 싶은데 어때요?“
“그렇죠 여행가서는 지도봐야죠.”
주호님이 적극적으로 지도공부하시는 모습을 보니
오이도 여행 정말 기대됩니다!!
< 소감 >
주호님은 한글을 잘 쓰지 못하시는 옆집 아주머니에게
편지를 부탁드리는 것을 꺼려하셨습니다.
혹시나 폐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셨습니다.
그래서 “글씨 말고 그림으로 그려도 돼요” 라고
글을 쓰지 않아도
응원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주호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때 저희가 방법을 말씀드리기보다
주호님에게 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글말고 다른 방법으로
응원을 부탁드려보는 것은 어때요?”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주호님은
상대방을 굉장히 배려하십니다.
본인으로 하여금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써주십니다.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새삼 감동받았습니다.
“슬슬 걱정이 되는데요.
저 진짜 못 따라갈까봐요”
“선생님들이랑 맞춰서 갈 수 있어요.
맞출 수 있는데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주호님은 이웃들과 맞춰나가는 사람입니다.
웃들과 맞춰나가는 사람입니다.
설령 오래걸릴 지라도 맞춰나가는 것을 선택하는 멋있는 사람입니다.
첫댓글 글과 사진에 여행을 앞둔 당사자님, 그리고 은혜 선생님의 설렘이 물씬 느껴져요!
(내심 부럽습니다 ..)
동네 이웃분들 생각하시는 주호님 모습이 참 아름다운 것 같아요.
등대빵 사와 나눌 생각하시고, 또 글 모르는 옆 집 이웃 배려하시는 모습이요.
그리고 당사자님의 멋진 면모를 알아보고 곁에서 찬찬이 지켜보시는 은혜 선생님의 모습이 글에서 그려지네요.
구씨네마와 비슷하게 한 당사자님과 함께하시는 은천동 겨울여행 사업 늘 궁금했어요.
틈틈이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