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 중순경 어느 날 저녁, 대구 직장에서 퇴근하여 안동에 있는 집으로 가는 국도 5호선의 군위군 효령면 어느 지점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시간은 저녁 7시가 조금 지난 시점으로 어둠이 짙게 퍼지고 있었는데 커브 길을 도는 순간, 뭔가가 앞에서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급히 브레이크를 밟고 약간 반대 차선으로 들어가 차를 세우면서 보니 촌로 한 분이 소달구지를 끌고 있었는데, 소달구지 앞 3∼4m에서 겨우 차를 세울 수 있었다.
그 어르신은 갑자기 왜 차를 세우고 난리냐는 듯 힐끗 쳐다보더니 그냥 지나가셨다. 그러나 나는 얼마나 놀랐는지 차를 상행차선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놓고 10여분 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후 출발할 수 있었다.
한해 전 안동시청에서 경북도청으로 전입한 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도 본청으로 발령날 것을 사정사정하여 안동에 있는 사업소에서 근무하던 중, 이번 인사이동으로 본청에 발령이 나서 안동에서는 별 필요성이 없어 구입을 미루고 있던 자동차를 마련하여 3∼4개월 밖에 안되는 초보운전으로 대구에 출퇴근하고 있던 때이다.
그때는 중앙고속도로가 없었고, 국도 5호선도 확·포장이 되지않아 왕복 2차선이던 시절인데, 안동 집에서 새벽밥을 먹고 6시반에 출발하여 칠곡군 동명면 동명네거리에서 팔공산순환도로를 거쳐 무태방향으로 나와서 산격동 도청에 도착하면 8시 30분정도 되었다.
출근때 강북쪽에서 팔달교로 진입하는 차량이 워낙 많아 정체가 심각하여 팔달교로 들어오면 무조건 지각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동명에서 팔공산 순환도로로 우회할 수 밖에 없았다. 그러나 퇴근할 때는 정체현상이 심각하지 않아 팔달교를 이용하였다.
출근 때 140여km, 퇴근 때 120여km, 하루 4시간여를 운전한 것 같은데, 주5일 근무가 시행되기 전이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퇴근해 보니 30대 초반이였는데도 너무 힘이 들어 수요일에는 동구청 근처에 살고 있는 작은 누나 집에서 자곤하였다.
아침에 출근할 때 의성, 군위, 칠곡을 지나면서 보면 새벽부터 경운기, 소달구지가 많이 보이면 오늘은 이 지역의 5일장이 열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그날 퇴근할 때는 이 지역을 지날 때 운전을 신경써서 조심스럽게 하였다. 시골 장을 보고나서 오후에 약주 한잔을 하신 어르신들이 경운기나 소달구지를 끌고 귀가하는 시간과 내가 퇴근하는 시간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퇴근길에 의성 근처에서 경운기가 국도를 지그재그로 가고 있는데 추월을 하는 것이 사고위험이 있어서 10여분 동안 천천히 따라간 적도 있었다.
특히, 주의해야 하는 것은 소달구지가 반대편에서 상행주행선으로 올 때 어둠이 내린 밤이라 시야에 잘 보이지 않아 상향등을 켜고 시속 60km 정도로 주행해도 추돌할 위험이 있어서이다.
2여년 동안 안동에서 대구로 출퇴근하면서 초보운전이었지만 다행히 조그마한 사고도 나지 않은 것을 큰 다행으로 생각하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동차를 네 번 바꾸어 타면서 모두 85만여km를 운전한 것 같다. 첫 번째 차는 1992. 6 ∼ 1994. 7월까지 16만km, 두 번째 차는 1994. 8 ∼ 2002. 4월까지 19만km, 세 번째 차는 2002. 5 ∼ 2014. 10월까지 29만km, 네 번째 차는 2014. 11월 부터 현재까지 21만여km를 타고 있다. 30여년 동안 85만km이니 연 평균 28,300여km를 운전한 것으로 계산이 나오는데, 이 거리는 지구를 21바퀴를 돌고도 1만여km를 더 운전한 것이다. 이렇게 운행거리가 많은 것은 직장생활하면서 안동, 경주, 성주 출퇴근과 포항, 예천, 세종정부청사 근무 등 장거리 출퇴근과 원거리 근무가 많았기 때문이다.
30여년 운전하면서 자동차사고는 두 번 있었는데, 한번은 울산 주택가 작은 샛길에서 1톤 트럭이 내차의 조수석 앞 부분을 추돌한 것이고, 또 한번은 내가 우리집 근처 골목길에서 출근하다가 주의 부족으로 상대방 차 조수석 앞부분을 추돌한 것인데, 모두 인명피해는 없이 대물피해만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큰 사고없이 자동차를 운행한 것은 나름대로 과속하지 않고(급할 때는 고속도로에서 과속도 자주 하지만) 신호지켜 가면서 차분하게 운전하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러나 얼마전 부터는 야간운전이 부담스러워지고 있어서 가능하면 야간운전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2~3백 km 정도 운전은 피곤하다거나 졸음이 오는 것은 아닌데 자신감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벌써 나이 때문인가?
첫댓글 차량 운행시 과속은 금물입니다. 글을 조금 더 다듬어 보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