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代에서는 용을 숭배했고 이는 商代를 거쳐 周代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면 주대에 형성된 주역이 용의 문화를 반영하였다*는 점은 이상할 것이 없다. 예를 들어, 卦象을 만들었다는 伏羲의 용모에서 얼굴은 용의 형상으로, 몸은 뱀의 형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文王이 乾卦에서 용이 승천하는 일련의 과정을 묘사한 卦辭를 지었고 주나라가 용을 숭상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또한 암컷과 수컷이 함께 휘감고 있는 쌍용, 두 마리의 용이 마주하면서 구슬을 갖고 노니는 모습, 용과 봉황 혹은 청룡과 백호가 함께 어울려있는 형상에서 太極의 본원과 그 주위에 陰과 陽의 氣가 포진하고 있는 양상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주역에 담긴 宇宙觀의 본령, 즉 태극의 본원에서 음과 양의 氣으로 파생되는 것처럼 모종의 유기적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여기에는 天地, 日月, 山谷, 水火 등 자연적 현상들처럼 세계의 구성방식, 즉 대립과 통일의 관계도 함축적으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類比的 사유의 입장에서 볼 때, 용의 원형은 세계의 실재(reality), 즉 끊임없는 변화하는 현실적 현상의 원리로 구현된다. 통행본 주역에 있는 乾卦의 효사, 즉 彖辭에서 여섯 가지 효의 변화의 양상은 여섯 마리 용들로 상징화된다. 건괘의 효사는 다음과 같다.
초구: 잠긴 용은 쓰지 말라.
구이: 나타난 용이 밭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구삼: 군자가 하루종일 힘쓰고 힘써서 저녁에도 두려워하면 위태롭지만 허물이 없다.
구사: 간혹 연못에서 뛰어올라도 허물이 없다.
구오: 나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보는 것이 이롭다.
상구: 높은 용에게 후회가 있다.
용구: 많은 용을 보니 우두머리가 없어 길하다.**
이 여섯 가지 효의 명칭, 즉 初九爻, 九二爻, 九三爻, 九四爻, 九五爻 및 上九爻는 각각 ‘용이 잠겨있고(潛龍)’ ‘나타나고(見龍)’ ‘두려워하고(惕龍)’ ‘뛰어 오르고(躍龍)’ ‘날고(飛龍)’ 지나치게 높이 날고(亢龍)’ ‘많은 용(群龍)’의 뜻을 지닌다. 특히 「단전」에서는 건괘의 속성을 해석하여 “여섯 가지 위치가 때에 맞게 이루어지고 때에 맞게 여섯 마리 용을 타고 하늘을 다스린다”***고 말한다. 이 효들은 용이 昇天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일에 관한 시간성의 과정이 상징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이를 현대적 관념으로 이해하면, 初九爻는 시의적절한 어떤 상황을 기다리는 내용을, 九二爻는 그러한 상황에 직면하는 내용을, 九三爻는 그 상황이 진행되는 내용을, 九四爻는 그 상황을 처리하는 데에 시행착오를 겪는 내용을, 九五爻는 실제로 이행하는 내용을, 上九爻는 그 상황을 처리하는 데에 대한 평가와 점검의 내용을, 용구는 천하가 태평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용의 형상화를 통해 올바른 人間像을 제시한 것이다.**** 즉 변화하는 세태에 시의적절하게 잘 처신하고 능동적으로 잘 대처하는 通權達變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용의 형상화에는 군자가 세상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하는 일종의 經世觀이 담겨 있는 것이다.
용의 형상은 그 배후에 君子 혹은 인격체의 덕성이나 吉祥如意를 담은 상징적 부호의 체계도 담고 있다. 용은 天神과 통하는 신령스러운 실제의 동물로부터 신령스러운 상서로운 관념적인 동물로 승화되었다. 이는 원시적 토템의 신앙을 넘어서 吉祥의 부호체계의 상징으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원시적 토템의 신앙에 하늘과 인간의 관계가 섞여있는 혼돈의 天人觀이 반영되어 있다면, 용의 문화적 원형에는 자연과 인간을 구분하면서도 그 양자를 연결하는 천인관이 반영되어 있다.
용의 형상에 함축된 변화무쌍함의 원리에서 음과 양의 대립과 통일의 조화로운 관계, 즉 中和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용의 형상은 끊임없이 분화되고 끊임없이 통합되며 또다시 분화하고 통합되는 과정을 거치며, 이것이 용의 개념과 같이 생명의 창조력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생명의 창조력은 문화의 다양성과 통일성의 결과이다. 여기에서는 심지어 대립, 긴장 및 충돌조차도 모두 더욱 높은 차원의 조화를 지향하는 구조적 방식을 지닌다. 이를 문화의 현상으로써 설명하자면, 전체는 반드시 다원적으로 발생하는 개체화를 발생시키는 반면에, 다원적인 개체는 반드시 대립과 조화의 과정을 거친다. 즉 대립은 조화를 낳고 조화가 새로운 전체를 낳으며 새로운 전체가 새로운 가치와 새로운 문화를 낳으며 그런 다음에 다원화된 현상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용의 문화적 원형에는 具象에서 抽象으로 다시 추상에서 구상으로의 순환적 과정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
*龐進, 「龍文化與易文化」, 濮陽職業技術學院學報 제7집, 제4기(2014)를 참조할 것.
**周易, 乾卦: 初九, 潜龍勿用. 九二, 見龍在田, 利見大人. 九三, 君子終 日乾乾, 夕惕若, 厲無咎. 九四, 或躍在淵, 無咎. 九五, 飛龍在天, 利見大人. 上九, 亢龍有悔. 用九, 見羣龍無首, 吉.
***周易, 「彖傳」, 乾卦: 六位時成, 時乘六龍以御天.
****이러한 내용은 帛書本 周易에 있는 「二三子」편에서도 용의 특성 속에서 宇宙觀을 피력하고 용의 덕성과 군자의 덕성을 비교하여 합리적 人間像과 그 인문적 성향을 제시하고 있다. 連劭名, 帛書周易疏證 (北京: 中華書局, 2012), 203-212쪽, 徐强, 帛書《易傳》解《易》思想硏究 (北京: 人民, 2014), 137-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