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마을 어린이들에게 구 삼촌이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또 구 선생님의 감사장 수여식도 있기에 아침부터 일직 일어나 복장을 단정히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구 선생님을 드리려고 준비한 케이크와 초, 상장 케이스도 가방에 잘 들어있었습니다.
구 선생님과의 마지막 날인 동시에 그간 준비해 온 종이접기 교실을 실제로 하는 날이어서
기대도, 아쉬움도, 긴장감도 미묘하게 섞여있었습니다.
종이접기 교실의 성공이 목표가 아니라, 준비과정부터 그 전체가 목표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선생님이 오늘 수업을 잘 하셨으면 하는 기대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단기필마. 오늘 아침 선생님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옆구리에 종이접기 책을 끼고 당당하게 걸어오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무척이나 듬직했습니다.
아이들이 오기 전까지 선생님과 수업 내용을 한 번 더 체크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어느 순간에 어떻게 보조해야 할지를 한 번 더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09시 55분.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리본을 하나씩 달아주고 선생님께 인사를 하게 합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이름표를 꾸미게 했습니다.
이때가지만 해도 선생님도 긴장하셨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간단히 인사만하고 자기소개도 기침을 하시며 피하셨습니다.
여기선 제가 나섰습니다.
"선생님이 아프신지 얼마 안되셔서 목이 좀 아프세요"라고 양해를 구하고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하게 했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자 선생님께서도 어느정도 적응이 되셨는지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접을 줄 아는 거 뭐 있어요?"
비행기를 접을 수 있다는 아이도, 부끄러워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럼 비행기부터 접어볼게요"라고 말씀하시며 종이접기 책을 쭉 넘기시더니
"날개 4개 비행기 절을 줄 알아요"라고 하시고 수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종이접기 과정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시기만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막히는 아이들에게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라고 하시며 지도를 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를 완성한 후에는 공을 접으셨습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뭐 접는 거 같냐고 퀴즈도 내셨습니다.
이때부터는 조금씩 설명을 해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학을 접을 때는 정말 선생님 같았습니다.
학은 저도 아직 못 접는 어려운 종이접기인데 아이들 모두 예쁜 학을 한 마리씩 만들어 가져갔습니다.
그 정도로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셨습니다.
시끄러운 아이는 조용히시키고,
진도가 빠른 아이는 기다리라고 하고,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는 도와주고,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차근차근 천천히 가르쳐주셨습니다.
잘 듣고, 따라해준 아이들도 정말 고맙습니다.
이후에는 구 선생님의 감사장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상장철과 케잌도 사고
감사장에 관장님 도장도 받고,
함께 축하해줄 관객분들도 섭외해 두었습니다.
준비하는 동안
선생님께서 그간의 준비과정에 대해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인정받고 축하받으시는 모습이 그려져 너무 기대되었습니다.
선생님께 오늘이 잊지 못 할 한 순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할만한 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가득했습니다.
그렇게 진행된 감사장 수여식.
많이 미숙했지만, 관장님께서도 와주시고, 다른 실습 선생님들과 복지사분들도 와주셔서 꽤나 크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식순에 구 선생님 소감 발표를 넣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정말 소감 발표를 잘 해주실지 수여식을 하면서도 계속 불안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목이 아프다"와 같은 평소하시던 변명도 하지 않으시고 앞으로 나오시더니
꽤나 길고 감동적으로 소감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솔직히 구 선생님께서 처음 해주신 "앞으로 더 잘 할게요"가 소감의 끝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더 많은 말씀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했고, 감동했습니다.
감사함과 감동이 너무 커 무슨 말씀을 해주셨는지 잘 듣지는 못했습니다.
이게 너무 아쉽지만, 선생님께서 십 여명의 사람들 앞에서 멋지게 소감을 말씀하시는 그 순간만큼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수업도 그렇고 소감 발표도 그렇고, 제가 선생님의 가능성을 저 스스로 너무 제한한 듯 하여 죄송할 따름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종결평가서를 준비하면서 그간의 과정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선생님께 너무나도 감사했고, 너무나도 죄송했던 나날들이었고,
선생님 덕에 그 어느 때보다 가슴 따뜻하고 보람찬 나날들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실습일지를 완성하는 지금도 선생님께서 마지막에 해주셨던 덕담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를 않습니다.
"그동안 도와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공부 열심히해요"
선생님도 많이 아쉬운 듯 보였고, 저희에게 많이 고마워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에 다같이 배드민턴 치러가자고 복지사님께 말도 먼저 꺼내주셨습니다.
나눠주신 사랑을 기억하며, 저도 선생님처럼 따스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