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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18 (함순자 수필집)
『초이의 노래』
979-11-7155-058-6 / 222쪽 / 147*210 / 2024-04-11 / 13,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수필은 솔직함과 정직한 자의 몫이지만, 사람을 변화시키는 강한 힘을 가졌다. … 지금의 나, 잠재 속에 숨어있던 본래의 나를 수필이 찾아낸 것은 아닐까.”(「빗장」 중에서)
딱 들어맞는 낱말을 찾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완성하는 기쁨과 재미로 더없이 행복했다. 가슴속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내며 써 내려간 노래는 삶의 크나큰 위안이었다. 수필이라는 동반자와 지내 온 세월의 깊이만큼 모인 작품의 결정체, 함순자 수필가의 꾸밈없이 정직한 고백이 매력적인 수필집, 『초이의 노래』가 한국현대수필100년 〈사파이어문고〉 18권이다.
「행복 나누기」, 「초이의 노래」, 「전쟁」, 「민들레」, 「한국인」 등, 진솔함과 따뜻함, 감동이 살아있는 작품들을 모아 엮었다. 단숨에 읽힌다. 희로애락 일상의 텃밭에서 가꾼 사랑, 희망, 행복, 감사… 등 값진 삶의 덕목에 대해 이만큼 수월하게, 이토록 편안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애틋한 감동까지 한 아름 안겨줄 수 있다니! “무음의 리듬을 타고 흐르는 가사 같은 글, 독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여운이 있고 달콤하고 웃음이 곁들어 있는 수필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에 꼭 들어맞는다. 넉넉한 작가의 마음이 가슴으로 낳은 자식, 편 편의 수필 작품이 환하고 미쁘다.
■ 저자 소개
함순자 (草伊)
• 《에세이21》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산영수필문학회 회원
•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 한국기독교작가협회 회원
• 남강문학회 자문위원
• 에세이21 기획위원
• 남강문학상 수상
• 산문집 『편지에 채워진 행복 이야기』
• 수필집 『푸른 계절의 약속』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초이(草伊)의 노래』
■ 목차
|머리말|옹이를 풀어내는 효소
1부 행복 나누기
행복 나누기 / 자유 / 남자의 인생 / 아버지 구두 / 몽키의 봄 / 발에게 말을 걸다 / 세상 사는 이야기 / 엄마라는 이름 / 손으로 엮은 정 / 아들은 우산이다
2부 초이(草伊)의 노래
초이(草伊)의 노래 / 파랑새의 꿈 / 빗장 / 동아(冬芽) / 수족관 / 한솥밥 / 장애가 준 선물 / 예순의 길목 / 승자와 패자 / 아들에게 쓴 편지 / 이별
3부 전쟁
전쟁 / 할끼 / 김치국수 / 나를 길들이기 / 아빠의 청춘 / 바이러스 / 일타쌍피(一打雙皮) / 바람[風]은 바람[所願]이었다 / 할머니 / 응원의 글
4부 민들레
민들레 / 영순이 / 짝꿍 / 할아버지의 등 / 꿈을 꾸는 서장대 / 온도 차이 / 안스리움 / 밥순이 / 가요는 역사다 / 그 사랑, 내 영혼의 반석
5부 한국인
한국인 / 문학수업 / 비를 주신다 / 인나와 향나 / 연금술(鍊金術) / 요두출수(搖頭出手) / 열 살의 서원(誓願) 기도 / 보약 원기소 / 작가노트-잉태에서 해산까지
■ 책 속으로
“붕어빵은 종일 닭장 같은 경비실 안에서 우리 집을 지켜주는 경비 아저씨 몫이 되기도 하고 붕어빵가게 건너편에서 무 몇 개 오이 몇 개 푸새 다듬어 놓고 볕을 안고 앉아 있는 허리 굽은 할머니의 간식이 되기도 한다. 작은 것이면 어떤가. 거기에 따뜻한 마음을 보태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이 함께 전해지는데 받는 이보다 주는 자의 행복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기쁨이다.”(「행복 나누기」 중에서)
“우리의 봄은 멀고도 아득했다. 기다림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순리를 거스르거나 이탈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왔다. 때로는 냉대와 찬바람의 아우성에 저항할 힘없는 가난한 사람이지만 남의 눈엔 보이지 않아도 내 눈에는 작은 가능성이 동아처럼 보일 때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은혜로 받은 선물처럼 겨울을 이겨낸 보답으로 내려준 봄은, 아픈 설한을 이겨낸 후에 받은 상급이기에 더욱 찬란했다. … 겨울을 참고 견디며 연둣빛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실버들처럼,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여물어서 단단한 맑은 마음이 겨울을 풀어준 아지랑이였을까. 누리에도 가슴에도 찬란한 봄이 꽃비처럼 가득히 내린다.”(「동아(冬芽)」 중에서)
“어머니의 바람[風]은 바람[所願]이었다. …… 바람은 얇은 소지 속에 담겨 있었다. 불을 붙이고 두 손으로 소지를 올리고 재가 되어 내려앉을 때까지 응시한다. 손은 마주 포개고 절을 하며 소원을 읊으셨다. 소지 속에 담아 올리는 소원은 소곤거리듯 낮은 음성이었지만 귀를 세우고 들어 보면 엄마의 고달픔도 가슴앓이도 알게 되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육 남매에 대한 아픔과 상처가 소지 한 장 한 장에 담겨 올라갈 적마다 나는 눈물을 삼키며 듣고 있었다. 아버지의 짙어가는 지병도 언니들의 시집살이의 고달픔도 엿들을 수 있었다. 큰오빠의 차례가 되면 소지 두 장을 포개어 두텁게 접고 다른 식구들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하여 천천히 불을 붙여 올렸다. 대를 이어갈 맏아들의 이름을 부를 때 엄마의 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내 이름은 막냇동생 앞자리에 언제나 있었다.”(「바람[風]은 바람[所願]이었다」 중에서)
“내게 재봉틀이 없었다면 헝겊 조각이나 자투리 천이 무슨 상관이며 솜씨 자랑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시집올 때 엄마가 해 주신 브라더 재봉틀이 없었다면 감히 바느질을 생각이나 했을까. “너는 손끝이 야무져서 재봉틀만 있으면 먹고는 산다. 논 한 마지기보다도 재봉틀이 효자 노릇 할 것이다.” 딸의 앞날이 걱정스러워 마련해 주신 재봉틀 앞에 앉을 때마다 “엄마, 마음 놓으세요. 삯바느질하지 않아도 잘 삽니다.” 하고 중얼거린다.”(「연금술」 중에서)
“그가 따뜻한 시선을 아끼지 않았던 이웃, 그가 사는 아름다운 동네, 하는 일마다 자랑거리인 자손들, 그리고 그 텃밭 위에 쏟아지는 신앙의 햇볕, 그가 일궈낸 삶의 밭은 점수로 매기자면 누구도 A+를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응원의 글」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초이의 노래』에는 가난한 우리의 마음을 풍요로 그득하게 채우는 붕어빵 같은 따뜻한 사랑이 있다. 작가는 “지하철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도 식구들이 기다리는 내 집 찾아오는 고마운 남자들의 인생”(「남자의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혼자 가슴을 치며 속앓이를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의 허물을 꼭꼭 숨기고 살아오신 우리 어머니”(「아버지 구두」)의 삶을 존경의 마음으로 기억한다. 또, 천륜으로 맺어진 아들, 딸, 손녀(「아들은 우산이다」, 「아빠의 청춘」, 「할끼」)는 물론이고 인연으로 만난 자식(「엄마라는 이름」)에 대해 다함이 없는 사랑과 가슴에 담아둔 애틋한 정을 표현한다. 또 동네 사랑방이 된 미장원 풍경(「세상 사는 이야기」)이나 “어머니와 단둘이서 작은 가게를 꾸려 가는 청년의 모습”(「몽키의 봄」)을 정답게 그려냄으로써 이웃과도 진한 사랑을 나누는 모습까지, “눈 밝은 나이에 내 마음을 다해 수놓았던 수예품 한 점”(「손으로 엮은 정」)처럼 넉넉하고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작품마다 담았다.
『초이의 노래』에는 겨울나무처럼 푸르른 희망이 있다. “날도 저물고 나도 저물었네.” 들릴 듯 말 듯 한, 남편의 뜬금없는 소리는 스러져 가는 황혼의 노래처럼 들린다.”(「초이의 노래」) 하지만, 꿈을 가진 사람에겐 끝내 “아름다운 추수를 거둬들일”(「파랑새의 꿈」) 희망이 있는 법이다. 설한을 견디며 “동아(冬芽)를 품”은 나무들처럼. 희망의 꿈을 품은 편 편의 글이 찬란한 봄날처럼 환하다. 희망은,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은 손가락에 절망하던 열다섯 소녀 시절(「장애가 준 선물」)에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시련(「수족관」) 한가운데에서도, 예순의 길목에 들어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된 후 운전면허증을 반납(「이별」)하게 된 노년에도 절대 꺾이지 않는다. “문학을 그리는 갈증과 꿈을 회복하면서 예순의 고개는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참 착한 길목이 되었고 글을 쓰는 무한한 시간은 바쁘게 살아가는 여자로 살 수 있게 해 주었다.”(「예순의 길목」)라는 대목을 보자. 가슴에 박힌 시련의 옹이를 희망으로 승화하는, 도전의 삶이 참으로 찬란하지 않은가.
『초이의 노래』에는 전쟁과도 같은 삶을 견뎌내는 절절한 기도가 있다. 치열한 노력으로, 뜨거운 신앙으로, 삶의 고난을 이겨내는 이야기 속에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는 인간의 강렬한 의지를 담고 있다. “첫걸음이 쉬울 수는 없지만, 자국마다 힘겹다. 가다가 쉬고 쉬다가 걷지만 주저앉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전쟁」), “모질고 탄탄한 백일홍은 진부(陳腐)한 내 성정에 잘 어울린다.”(「일타쌍피」), “후회하는 마음이 발목을 잡기 전에 두려움을 벗어던지고, 아픔이 얼마나 나를 황폐하게 하는지 알았으니 나답게 일어서야 한다.”(「나를 길들이기」), “아빠의 극진한 사랑에 하늘도 감동하시어 한 점 흠도 티도 없이 뇌막염에서 놓임 받고 정상아로 자란 것은 하늘의 은총이었다.”(「아빠의 청춘」), “미개하고 문맹 한 시대의 호열자와 과학 만능 시대에 닥친 코로나는 무엇으로 비교하며 설명할 수 있을까.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을 기다리는 부끄러운 기도를 올린다.”(「바이러스」) “주치의마저 포기하라는 아이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기도였으니 나쁜 엄마요 어리석은 엄마였다. 아이를 안고 달려간 그 새벽에 처음으로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기도는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임을 깨닫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던가.”(「그 사랑, 내 영혼의 반석」), 「열 살의 서원(誓願) 기도」 등, 고통을 받아들이고 인내하며 간절히 기도하는, 믿음과 감사의 마음이 충만한 작품들이 뭉클하다.
『초이의 노래』에는 “달달한 봄”날 같은 행복도 있다. “냉장고 안에 자투리 야채와 김치를 채 치고 새콤달콤하게 참기름 듬뿍 넣고 고추장 넣어 비빔국수를 버무린다. 세상에 어떤 잔칫집에서 어떤 한식집에서 이보다 더 맛있게 할 수 있을까. 나만이 누리는 행복 중의 하나다.”(「김치국수」), 농사를 가르쳐준 할아버지와의 귀한 추억(「민들레」), “넓고 포근하고 든든한 쉼터였던 아빠의 등은 아내인 나에게도 쉬고 싶을 때 기대고 싶은 푸근한 사랑이었다.”(「할아버지의 등」), “체질화되어버린 절약의 근성을 이해하는 아들과 이해 못 하는 딸, 내 편이든 저편이든 어떤가.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먹고 자란 위대한 나의 후원자들이다.”(「온도 차이」), “새싹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새 화분으로 옮기며 대대로 이어지는 그들만의 세계가 흐뭇한 즐거움이었다.”(「안스리움」), 진주, 고향에서의 아련한 시절(「꿈을 꾸는 서장대」) 밥이라는 일상의 소중함(「밥순이」) 질병과 즐거운 싸움(「요두출수(搖頭出手)」) 등, 지난 시절의 그리움을 간직하고, 사랑으로 채워가는 현재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
『초이의 노래』에는 주어진 삶을 긍정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감사가 있다. 문학의 길을 열어준 부모님, 선생님들에 대한 감사(「문학 수업」)부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만나 같은 비를 맞으며 밭 가운데 서서 이편저편 바라보니 모두가 웃음이다. 그래, 눈을 열어라 웃어라 생명의 비가 내린다. 흠뻑 마셔라. 살자. 다시 시작이다.”(「비를 주신다」), 무정하든 다정하든 그는 내 삶의 지배자이고 인향의 집을 꾸미고 가꾸어 가는 주인이며 나의 인생이다.”(「인나와 향나」), 어머니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과 탄원(歎願) 같은 끝없이 이어진 간절한 기도에 대한 감사(「보약 원기소」), “소리 없이 피었다가 지는 꽃처럼 조용히 글을 쓰며 왕복표 없는 편도의 인생길을 가는 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내 안의 나에게」)라며 자신에게 전하는 감사까지,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진리인 감사의 힘을 되새기는 작품들이 고맙다.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 같고 목마른 풀잎을 적셔주는 새벽이슬 같은 수필을 쓰고 싶은 꿈을 날마다 꾼다.”는 수필가 함순자의 A+ 수필집, 『초이(草伊)의 노래』.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덕목을 다시 만나보는 기쁨을 끝없이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