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린이의 옹알이중에 ‘아빠아빠아빠~’ 이렇게 아빠소리를
연속으로 내는 부분이 있는데,
정말 의미있는 말로 아빠를 부른 것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이말저말 하다가 나온 소리일까 궁금하다.
그런데, 남편은 아빠인 자기를 부른게 확실하단다.
세린이를 얼굴 가까이로 들어올리며 아빠를 불렀나며 마냥 좋아한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 정말 아빠를 부른 것일까?
이유식을 시작한 뒤로 세린이가 변을 잘 보지 못하고 있다.
2일에 한번씩은 봤었는데, 요즘엔 5일을 자주 넘기고 있다.
인터넷으로 소아과에 갔더니 10일동안 똥 눟지 않고도 보채지 않고
잘 노는 아이도 있다고 해서 그냥 마음에 두고만 있었는데,
만약 오늘도 변을 보지 않으면 내일은 주일이라 병원도 못가고..
도저히 안될 것만 같았다.
오래 기다렸다. 8일째인 오늘 드디어 소아과에 다녀왔다.
관장을 당장 하란 말씀은 없었지만, 처방전에 관장약이 있었다.
저녁에 보행기에서 놀던 세린이가 좀 다른 모습으로 울기에
혹시나 해서 기저귀를 풀어봤더니 역시 변보기 위해 힘주는 찰나였다.
힘은 힘대로 들고, 그게 나올 기색은 없고...
보고 있는 남편과 나도 애가 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가장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했던 관장을 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세린이는 즉시 변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굳었던지 아가는 고통스럽게 울어댔다.
8일이라니... 친정엄마가 놀라며 나무라셨다.
이론대로만 하려했던 나의 융통성 없음을 나는 적지않게 한탄했다.
문득 세린이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싶어졌다.
백일때도 못찍었고, 그럴싸한 액자사진도 없는데다가
이제 세린이가 몸을 가누게 되니
내 마음에서도 한결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아가가 낯선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편을 졸라 사진관에 갔는데,
역시나 세린이는 카메라 앞에서 도대체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옷 저옷 갈아입히느라 나는 땀나게 힘만 들고
세린이는 세린이대로 즐거워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