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출발 대전, 속초 찍고 돌아서 남북출입국 사무소 통과.
긴장과 호기심으로 비무장철책 울타리통과.
북한 땅 첫인상은 산이 헐벗었고, 한두 군데 눈에 띄는 마을의 집들은 일률적 모양으로 허름하고
조금은 초라한 느낌이 들고, 마을 입구에는 북한군 초병이 어김없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산 중턱에는 탱크와 대포를 설치한 군사시설이 어딘가 긴장감을 더해준다.
우리 일행을 실은 버스길에는 북한주민의 통행은 전혀 없고 저 멀리 검정 장화를 신은 북한주민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였으나 버스나 승용차는 눈에 띄지 않는다.
숙소인 첫 도착지는 저 멀리 장전항이 바라다 보이는 북한 속의 대한민국 현대아산의 관광단지 금강 패밀리비치콘도.
우리나라 어느 관광지 항구도시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해변에는 모래 채취선이 바다 가운데 정박해 있을 뿐 여타 배들의 모습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해변가 주변에는 그 흔한 해초도 보이지 않고 날아다니는 물새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모든 것들이 무언의 침묵 속에 멈추어 서 있는 느낌만 들뿐이다.
밤에는 이곳 관광지는 전기 불이 밝게 켜져 있는데 저 멀리 장전항은 검은 도화지에 붉은 점이 몇 점 찍혀있는 듯
반짝거리는 전기 불이 없는 암흑의 세계다. 전기 에너지 난이 심각한가 보다.
다음날 아침 첫 금강산을 등산한다는 들뜬 마음으로 일찍 일어나 산행 준비를 부산스럽게 준비하였다.
금강산은 태백산 북쪽에 솟아있는 세계적 명산으로
계절의 아름다움과 정취가 각각 달라 봄에는 온갖 꽃이 만발하여 화려하고 산수가 맑기 때문에 금강산(金剛山),
여름에는 온 산에 녹음이 물들어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단풍이 들어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기암괴석의 산 체가 뼈처럼 드러나므로 개골산(皆骨山)이라 한다.
예로부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꼽혔다.
오늘은 구룡폭포를 산행하기로 일정이 잡혀있는데 장마철이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와 상관없이 입구에서 비옷을 사 입고 걷기 시작했다.
굽은 곳이 없이 쭉쭉 하늘로 뻗은 늘씬한 미인송, 아무리 봐도 예사 소나무가 아니다.
높이 20여미터가 넘는 붉으면서도 미끈한 금강송(홍송, 미인송, 적송, 황장목 등)의 환영을 받으니
금강산의 선녀를 만난 것처럼 가슴이 뛴다. 미인송을 쳐다보니 마음이 맑아지고 흘리던 땀도 저절로 식는다.
미인송림이 둘러서 있어서 풍치는 한층 더 품위가 있어 보인다.
물따라 계곡따라 굽이굽이 구룡폭포를 향해 걷다보니 목란관이 나온다.
목란은 나무에 핀 난이란 뜻으로 백목란과 자목련을 통틀어 목란이라한다.
북한은 이 목란을 국화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은 금강산을 선전할 때 목란관을 자주 보여준다고 한다.
기암절벽과 계곡에 흐르는 시원한 물을 보며 산행을 하다보니
산행 길목에 간이 판매대에 북한 처녀들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산삼과 녹용이 녹아 흐르는 물이라는 삼록수(蔘鹿水).
한 모금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는 깨끗한 물이다.
금강산 안내원들은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된다고 일침을 놓는다.
젊어지려고 욕심을 부리다보면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삼록수를 두어 컵 마시고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오르니 여인네 속살처럼 하얀 자작나무가 손짓을 하고,
너무나 맑고 깨끗하여 플랑크톤과 물고기가 없는 1급수 에메랄드 명경지수의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신선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사람이 몇 생을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겹이나 轉化해야 금강산의 물이 되나!"
시인 조운은 노래했다한다.
걷다보니 구름다리인 연담교가 허공에 걸려있다.
연담교는 구룡연과 상팔담을 연결하는 다리라는 뜻이란다.
갑자기 물방아 찧는 소리에 귀청이 막힐 지경이다. 어디서 나는가. 계곡을 뒤흔드는 폭포의 굉음.
大鵬이 날개를 쫙 펼쳤다. 우리나라 3대 명폭 가운데 하나다.
깎아지른 절벽의 높이가 100여미터. 거대한 물줄기가 마치 비단 폭을 온필로 드리운 듯
하얗게 깔려 내리는 폭포는 일대 장관이다.
관폭정에 걸터앉아 彌勒佛의 [佛]자가 살아 움직이는 미래의 부처인 미륵부처님의 자비가 하얀 물줄기를 타고
자비를 베푼 것 같아 산행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다.
나이가 무엇이길래,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깃든 비취옥 덩어리들이 물속에 담긴 팔담을 보지 못하고
하산 길 목련각에서 들쭉술로 동료들과 멋과 맛의 풍류를 즐기자고
부라보를 외치고 나니, 북쪽의 미인 아가씨가 개인별 식탁 위에 냉면 그릇을 살포시
갖다놓으며 [맛있게 잡수시래요]하며 생긋 웃는 아름다운 미소에 거스름돈을 팁으로
건네니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받는다.
땀으로 젖은 온 몸을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북한의 자랑거리 교예공연을 관람하고나니
이틀 일정을 마무리하듯 비는 쏟아져 내린다.
후렴으로 숙소 콘도 앞 쉼터에서 북한의 들쭉술로 술잔을 주고받고나니 모두들 흥에겨워
회원 모두들 손에손잡고 잔도아리랑과 폭덴스로 흥을 만끽하다보니
콘도 뒤편 산에서 보초근무를 서고있는 북한 병사들에게 미안한 마음 어쩔 수 없구나.
마지막날 바다에 떠오르는 만물상. 만가지 형상을 가진 기암괴석들이 불끈불끈 솟아있고,
갖가지 바위와 절벽은 천태만상의 물형을 연출하고 있다.
이렇게 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내 눈에는 부처님 앞에 만 분의 나한으로 보이고
일곱 개 솔 섬은 칠성신으로 보여 마치 깨달은 사람들이 [이리 와서 나에게 소원을 빌어라 ]손짓한 것 같아
두 손 합장하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광주 문화관광해설사와 관계된 모든 분들에게 무병장수와 복을 주시라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동해의 깊고 푸른 물 속에 영원히 간직해 주시라고 합장 3배했습니다.
일정에 쫓겨 동해가 융기되어 육지 속의 호수로 변한 삼일포로 향했다.
산이 물을 안고 물이 산을 에워싸고 있는 삼일포.
하늘나라 신선들도 절경에 취해 사흘이나 머물게 되었다는 삼일포는 관동팔경중에서도 으뜸가는 경승지로 손꼽힌다고 한다.
호수 가운데에는 와우도를 비롯한 4개의 바위섬이 보인다.
남북이 하나되는 날 나도 이곳에 와서 한 사흘 묵어 가면 좋으련만........
그 날이 언제일런고.......
삼일포 남쪽의 큰 바위 언덕 위에 세워진 봉래대. 호수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이다.
금강산 곳곳에 글씨를 남긴 봉래 양사언이 이곳에서 풍광을 즐겼다하여 봉래대 라고 불리게 되었단다.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짓는 곳.
멧돼지 꼬치구이 안주 삼아 옥수수 막걸리로 마무리하면서
금강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눈에 넣고 월남하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북한에서 월남할 때는 오직 신발에 묻은 흙만 가지고 갈 수 있고 그 어떤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가이드의 안내가 끝나자
비무장지대에 접어드니 남북한계선 푯말이 을시년스럽게 박혀있다.
모든 수속절차를 마치고 대한민국의 땅을 밟으니 안도의 한숨이 길게 내뿜어지구나.
미개발지에서 탈출한 느낌이 든다.
차안의 시원함과 자유분방하게 흥을 발산하는 동료해설사들의 모습에
자유의 소중함과 내가 살고있는 이 땅 조국 대한민국이
왜 이렇게 자랑스럽게 느껴지는지.......
금강산 답사기행을 추진해주신 모든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광주 문화관광해설사 회장님과 사무국장 그리고 임원진들, 시청 안길웅 주임과 관광과 과장님과 계장님,
안기석 전임 과장님, 그리고 광주문화관광해설사 동료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시기를 주님께 기도 드립니다.
첫댓글 "금강산관광의 피곤한 여정속에서도 이렇게 답사기행을 작성하신 이원창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아~멘!!
2박3일간의 일정 언제 메모하신걸 본적이 없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그 말 전회장님에게 꼭 어울리는 단어입니다.
부지런한 해설사님들....절로..우왕~~ 소리가 나옵니다...^^ 열심히 해서 다시 그런자리 만들어욧~^^
샘, 글보는 기쁨을 기다렸어요. 금강산도 올려주시리라 생각하면서도불안했는데...다시 한번 갔다온 듯 생생해져요 꾸벅^^
이원창 샘 덕분에 금강산을 다시 한번 다녀왔습니다.너무 아름다워서 물리지도 않는 금강산이네요.
아름다웠던 금강산과 행복했던 여행에 추억까지 한몫 곁들여져 찾아 온 더위도 즐겁습니다.올려주신 후기 넘^^자알 보았습니다.
밤에도 섭씨 25도를 넘는 열대야에 낮에는 33도를 넘겨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날 그냥 땀 주르르 흘리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다시 금강산에 있는 느낌입니다. 폭포소리 들리고 만져보기도 아깝게 맑은 물이 눈앞에 아른거려 저절로 피서가 됩니다. 선생님 역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