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부 아파트 경비원 일기] 우리들을 괴롭히는 좀도둑.
어느 날인가 부터 자전거를 잊어버렸다고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말들을 한다.
요즘엔 자전거가 흔하기 때문에 누가 잊어버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좀 잊어버려도 웬만하면 그냥 지나치기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좀도둑들도 귀금속이나 스마트폰 같은 작고 값이 나가는 물품이래야 인기가 있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전거 한 대에 약 20여 만 원씩 가는데 몸체도 크고 내다 팔면 잘해야 5천원내지 1만 원정도 받는다고 그런다.
그까짓 5천원내지 1만원을 받자고 그 큰 자전거를 훔쳐간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머리통이 돌았다거나 좀 미련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된다.
참 머리가 좀 돌아버리고 헷갈린 청년을 우리들은 매일같이 만나고 있다.
그 청년은 체격도 좋고 인물도 잘생겼다고 보는 사람들마다 안타까워들 한다.
그는 매일같이 뒤뚱뒤뚱 뒤뚱거리면서 큼지막한 발걸음으로 우리 경비실 앞에 와서 이런 말 저런 말을 물어보는 것이다.
머리가 어떻게 좋은지 우리들의 책상에 비치된 주소와 이름을 줄 줄 줄 외우고 있다.
일단 귀로 한번 들었거나 눈으로 본 글자는 잊어버리지 않고 달 달 달 달 외우고 있다.
누구를 해친다거나 괴롭히는 일도 없다.
항상 싱글벙글 웃어가며 씨알머리 없는 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다.
22세인 그 친구는 항상 웃고 싱글벙글 이다.
“누구 아저씨는 퇴근했어요?”
“그래 퇴근했다.”
“내일 출근하지요?”
“그래 내일 출근한다.”
“아저씨는 어느 동 무슨 아파트에 살지요?”
“그래 맞다. 어떻게 아니?”
“다 알아요”
“너 머리가 천재인데 어떻게 한 다냐? 생업에 종사해야하는데!!”
“누구 아저씨는 자전거 타고 하늘나라로 갔어요?”
“왜 하늘나라로가 집으로 갔지, 자기 자가용타고 갔어!!”
“언제 근무하러 나와요 내일 나와요?”
“그래 내일 근무하러 나온다.”
“얼라 얼라 얼라 붕붕 떠서 하늘로 간다~아.”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
전문 의사들에 의하면 그러한 사람들은 암에 걸리지를 않는다고 한다.
아파트 자전거 보관대에는 자전거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아파트 계단이나 현관출입구 등등에 자전거들이 많이 있다.
아니 길거리에도 자전거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 더러 있다.
웬만하면 자전거는 누가 가지고 가지를 않는다.
자고나면 모르는 자전거가 있고, 또한 자고나면 자전거가 없어지고 그야말로 흔한 것이 자전거이다.
아이들이 아무데서나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에다 세워두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아파트에 자전거가 너무나 많이 적체되어 있기 때문에 웬만한 고철 하치장 같은 것이다.
그래서 관리 사무소에서는 1년에 몇 번씩 공문을 붙여놓고 주인이 있으면 표시를 해놓으라고 그런다.
표시를 해놓지 않으면 치워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1년이면 폐자전거를 몇 트럭분을 처분하고 있다.
그렇게 흔한 자전거를 잊어버렸다고 날이 갈수록 신고하는 주민들이 많이 있어 그때부터 심각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새 자전거를 잊어버렸다고 검색을 해달라고 말들을 많이 하니 어쩔 수가 없다.
그때부터 경비실엔 비상이 걸렸다.
우리들은 모니터의 검색창을 열고 검색에 들어갔다.
산에 가면 야간에 산짐승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잡아먹을 것을 노려보듯이, 우리들도 두 눈에 불을 켜고 검색하는 것이다.
경비들도 경찰처럼 개 코는 못되지만 똥파리쯤은 되는 듯이, 까짓것 좀도둑쯤은 잡을 수 있는 있다고, 나와 같은 멍텅구리 사촌쯤은 되는 사람들은 큰소리를 뻥뻥 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아이들이 자전거를 훔쳐가려면 계단으로 내려가지 승강기로는 내려가지를 않는다.
승강기로 내려가면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날짜와 시간대별로 차근차근 검색을 해보는 것이다.
제발 자전거를 훔쳐간 사람을 찾게 해주십시오.
몇 명이서 들여다보는 검색창에 마치 철판을 자르는 절단기처럼 구멍이 날것 같이 열을 받는 모양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던가? 검색을 해보니 버젓하게 승강기로 자전거를 들고 내려가는 학생을 목격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정글에서 출몰하는 게릴라처럼 모니터에 웬 정체불명의 괴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째 자주 그러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몸엔 기다란 두루마기 같은 외투를 입고, 머리엔 모자를 깊이 눌러썼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누가 누구인지 잘 분간이 되지를 않는다.
누군가가 완전 범죄를 노리고 귀신한테 홀린 듯 아슬아슬한 곡예사의 묘기처럼 꿈같은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 찾았다 찾았어. 자전거 도둑 눔을 찾았어.” 누가 소리를 지르는데 나는 그만 벌렁 나가 자빠질 뻔하였다.
뇌진탕으로 쓰러진다면 큰일이다.
좀도둑을 잡는다고 마치 고래가 새우들의 싸움에 넘어져 뼈골이 흐물흐물하게 골병이 들면 안 되기 때문이다.
멍청한 귀신만도 못한 내가 항상 꽹매기 칠 자리에서 징을 치는 엉뚱한 짓을 잘 하기 때문에 검색하다가 큰일이 날 번 하였다.
여러 번 검색을 해보니 바로 그 집 아이구나 하는 촉감이 떠오르는 것이다.
우리는 그 부모를 불러낼까 말까 많이 망설이고 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우리 단지의 동대표로 큰소리깨나 치고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 대표는 자기의 직업상 홍보를 많이 하고 다녀서 지방에서는 그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만큼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어찌 할 방도가 없다.
잊어버린 입주민들의 항의가 있고 관리실 소장과 직원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 부모를 오라고하여 검색에 들어갔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는 한 번에 알아보고 그만 경비실 바닥에서 썩은 나무토막이 쓰러지듯 폭삭하고 주저앉는 것이다.
마치 썩은 참나무 마디에서 액기를 갉아먹는 딱정벌레처럼, 자기의 아들이 불한당 같이 못된 짓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머리통을 앙칼지게 쥐어뜯으며 화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 같은 소인은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대성통곡을 해도 시원치 않을 상황이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그래서 절망하고 좌절하여 땅바닥에 주저앉은 것이리라.
그런데 그 아버지는 필름을 다시 돌리고 또 돌려가며 자기의 자식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검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자기의 자식임을 확인하고는 그만 풀이 죽어 살얼음 빙판을 설설 기어가듯 엉거주춤 하며 살금살금 아무 말을 못하고 걸어 나가고 있다.
그 사람은 입주민의 동대표로서 큰소리깨나 치고 다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식의 일로 인해서 약호가 죽어 할 말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내 자식은 절대로 그럴 자식이 아니다 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마치 생쥐가 살강을 갉아서 구멍을 내놓고 생선을 물어 나르듯, 자식이 자전거를 훔쳐 나르는 현장을 목격하고 나니, 한마디로 말해서 자식 때문에 겁먹은 강아지가 꽁지를 사리고 슬슬 기듯 고개를 제대로 들고 다니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러한 자전거를 싸게 사는 사람들도 정신이 돌아버린 미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왕 해먹으려면 크게 해먹든지 말든지 하지, 까짓것 돈 몇 푼으로 평생토록 쌓아올린 인생 인격의 금자탑을 허물고 있단 말인가?
하기야 뭐 돈이라면 환장을 한 사람들이라면 인격이고 양심이고 앞뒤를 가리겠는가?
그전에 대도[大盜] 조세형이는 부자 집만 털기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5천원이나 1만원씩 받으려고 가치 없는 자전거에 눈독을 들인단 말인가?
세살 버릇이 80간다고 그 아이들도 공부보다는 그런 일에 더 관심을 갖고 세상을 살아갈지 걱정이 된다.
여기 경비원 일기를 올리고 있는 글이 내가 잘나서 올리는 글이 아니다.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들이 겪는 일들은 어느 한 사업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전국 어느 아파트 단지든지 골고루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 단지에선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
[그렇다면 참으로 좋은 일이다.]
그런데 세상은 만만하지가 않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일들이 경비원들을 괴롭힌다.
경비원들도 친인척이 있고 선후배가 있어 전국곳곳에서 서로가 정보를 공유한다.
전국 어느 곳에서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고충은 비슷비슷한 것이다.
좋은 사람이 천명이라면 한두 사람은 좀 안 좋은 사람이 있어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다.
어느 곳에서든지 100% 다 좋은 일만 있을 수가 있나?
그리고 내가 글을 쓰면서 흥미 있으라고 원 줄거리에다 약간의 가지를 치듯 양념을 친다.
비빔밥도 밥에다 고추장만 넣고 비비면 별맛이 없다?
밥에다가 숙주나물, 치 나물, 매 실액, 콩나물, 쑥갓, 시금치, 가지나물, 깨소금, 참기름, 밴댕이, 풋고추, 깻잎, 마늘, 열무, 배추김치, 비듬나물, 갓김치, 육회, 거기에다 고추장을 듬 푹 넣고 비벼야 맛이 있다.
그건 그렇고,
나 역시 집사람도 모르게 용돈을 숨겨두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었다.
술을 무척 많이 마시고 다니던 나는 어느 때는 밤새도록 술을 마시다가 다음날 조간신문에 끼어들어 와서 아침밥을 먹고 다시 출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술을 많이 마시다보니 어떤 때는 용돈이 궁할 때가 더러 있는 것이다.
매일같이 퍼마셔대는 술독에 빤한 월급을 축낸다는 것이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어, 집사람이 모르게 약간의 용돈을 비밀리에 숨겨두면 어떻겠는가 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난 것이다.
그리고 가끔씩 약간의 용돈을 시골의 큰집에 나름대로 몰래 보내기도 하였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집사람한테 용돈을 매일 같이 타다가 쓴다는 것은 좀 미안하기도 하고 아니꼽고 치사하며 매스꺼운 일이었다.
어쩌다가 주머니에 용돈이 남아있으면 세탁을 핑계로 몽땅 압수당하고 몰수당하는 일들이 다반사 인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누구도 모르게 용돈이 두둑하게 들어오는 횡재를 하게 되었다.
그 돈은 누가 청탁한 돈도 아니고 대가성 있는 돈도 아니며 그야말로 내가 노력해서 부수입을 올린 결과금인 것이다.
이 돈을 어떻게 숨길까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은 책장의 책 속에 숨겨두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책 속에 넣어두기 시작을 하였었다.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날부터 용돈이 생기는 대로 집사람 몰래 책속에 숨겨두며, 그야말로 스릴 있고 흥이 나서 책을 꺼내어 꼭꼭 숨겨놓은 돈을 세어보고, 다시 꺼내어 세어보며 황홀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집사람 몰래 살짝살짝 숨겨놓는 비자금이야말로 진짜 눈먼 돈인 것이다.
마치 비밀 창고에 순 황금금덩어리를 숨겨두는 맛인데, 그 기분이야 말로 깨소금에 간 천엽을 찍어 머는 것보다도 더 고소한 맛이며, 사람이 그냥 환장하게끔 신이 나는 일이다.
얼마동안이나 모았었는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집엘 들어오니 집사람이 숨겨놓은 그 알밤 같은 돈을 꺼내놓는 것이다.
그 돈을 찾느라고 마치 추리소설을 방불케 하는 비밀 특공대처럼 수색작전을 펼쳤던 집사람이, 얼마나 땀을 많이 흘리고 책을 뒤적거려보았을까를 생각하니 그야말로 전율이 뜨끔하게 울려오는 것이다.
이가 갈리고 사지가 떨리며 아래위턱이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거리는데 참으로 미칠 것 같은 것이다.
아~아, 여자는 남편한테 평생토록 숨겨도 들키지 않는 비밀이 많아 틀니를 속이고, 몸에 점박이임을 속이며, 머리가 가발이라는 것도 숨기고, 과거에 연애하던 애인이 있었던 사실을 속이고, 꼬리가 열두 발이라는 비밀을 숨겨도 평생 남편이 전혀 모른다고 하는데, 남편들은 개미 눈곱만큼 만도 못한 용돈을 숨기고도 발칵 들통이 나서 압수당하고 만단 말인가!!?
“제기랄” ㅎㅎㅎㅎㅎ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주님 그 아이에게 밝고 착한 심성을 내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