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4일 (금요일)
- 경로: Saltoluokta에서 Sitojaure까지
- 걸은 거리: 24.5km (iPhone 건강 App)
- 걸은 시간: 08:40 ~ 16:50
- 난이도: 상
- 강평: Saltoluokta 언덕에서 바라보는 호수 Langas는 최고의 절경 중 하나.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에서 스웨덴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에 취해 걷다.
어렸을때부터 하늘 보기를 좋아했다.
캠핑을 가면 서울,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는 밤하늘의 별을 꼭 보고자 했다.
하늘의 파란색을 엄청 좋아라했다.
쪽빛이라 하는 그 하늘색과 하얀 구름의 대비를 너무 좋아한다.
2014년 유럽 여행때 접한 그 눈부신 파란 하늘을 잊을 수 없다.
최근 한국은 미세먼지와 공해로 인해 파란 하늘과 밤하늘의 별을 보기가 어렵다.
백야로 인해 밤하늘의 별은 볼 수 없지만, 스웨덴의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을 많이 기대했다.
Saltoluokta에서 Sitojaure로 가는 내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에 황홀히 취해 걸었다.
아침 부페는 7시부터이다.
서로 믿는 시스템으로 입장을 할때 영수증이나 이름을 확인하지도 않는다. 아니, 입구에 서 있는 사람 자체가 없다.
주로 치즈, 햄, 빵, 요거트, 견과류, 시리얼, 쥬스, 우유, 과일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모처럼 보는 하얀 계란이 신기했다.
어렸을때에는 하얀 계란도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 한국에 있는 계란은 모두 노란색이다.
찾아보니 관련 기사도 있더라.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93772.html)
Saltoluokta에서 계속 느낀 것은 풍요로움, 여유, 넉넉함이었다.
부페 출구에 위의 노란 봉투가 놓여져있고 저 비닐 봉투에 담긴 견과류, 초콜릿, 오렌지, 바나나 등을 가져갈 수 있게 비치해놓았다.
얼마든지 가져가도 되겠지만 여기는 필요이상으로 탐하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만, 필요한 만큼만 가져간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 대자연을 걷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져 새삼 고마웠다.
나도 저 간식을 하나 챙겼고 20km가 넘는 대장정 중에 아주 유용히 잘 먹었다.
이 풍경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몇번이고 탄성을 외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Saltoluokta에서 Sitojaure로 약 9km 떨어진 지점에 오두막이 하나 있다.
걷기 여행자를 위한 쉼터이다. 날씨가 좋으면 아무곳에서나 식사를 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비나 눈이 내리는 경우 이런 오두막은 너무도 고마운 안식처가 된다.
20km나 되는 먼 거리이고 기온도 꽤 높아서 힘들었지만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에 취해 힘든지도 모르고 걸었다.
주책 혹은 청승을 떤 얘기를 하려한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기록을 위해 남긴다.
Kungsleden을 걸으며 듣기 위해 한국에서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과 노래를 스마트폰에 담아왔다.
그 중에는 작년부터 인기있던 복면가왕의 주옥같은 노래들도 있다.
힘들 때, 심심할 때 듣기도 하고 입으로 흥얼거리며 따라부르기도 하며 Kungsleden을 걸었다.
어제 Saltoluokta STF Mountain Station에서 인터넷을 통해 처남댁의 출산 소식을 들었다.
고모부가 되었는데 조카 태어난 모습도 보지 못하고, 고생한 제수씨, 처남도 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제수씨는 제수씨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지난 처남 결혼식때 아버지가 아닌 다른 분의 손을 잡고 입장하던 제수씨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번 출산때도 제수씨는 아버지가 손주의 모습을 보셨다면 얼마나 좋으셨을까 라며 안타까워했을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그리고 혼자 자식을 키워 그 자식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 모습을 보신 제수씨의 홀어머니께서도 먼저가신 남편이 얼마나 그립고 보고싶고 원망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 아이들이 커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다고 상상을 하게 되었고, 그때 만약 나나 집사람이 없다면….???
생각이 이렇게 전개되며 기분이 뭔가 묘해지는데 그때 마침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부른 한오백년이었다.
한많은 이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오백년 사자는데 왠 성화요
이 노래가 절묘하게 나의 감정샘을 콕 찔렀나보다.
나도 모르게 눈이 시큰해지더니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에구, 나도 주책이다. 나이를 먹었나보다…
말 난 김에 그 노래 한번 들어보자.
며칠전에는 완전 겨울이었는데 이곳은 여름 같다.
벌레를 거의 못봤었는데 점점 모기와 날벌레가 많아진다.
이 날벌레는 우리나라의 하루살이과 비슷한 크기이고 수십, 수백마리가 모여서 날고있는게 하루살이와 비슷한데 다른 점이 있다면 문다는 것이다.
모기보다 가렵지는 않지만 역시 피부가 간지러우니 안물리는게 상책이다.
여기 모기도 한국 모기보다 독하지는 않은데 한국모기보다 수가 많다.
애초에 원천봉쇄가 답이다.
전에 말했던 보트 3대의 규칙이 이곳에서도 유효하다.
참고로 Teusajaure는 폭이 1km 이고, 이곳은 4km이다.
운이 나쁘면 12km 를 노를 저어야한다.
나는 이곳에서 노를 저어 건널 생각은 하지도 않았고 아침에 수상택시를 탈 생각이다.
자다가 밤중에 이곳에 도착한 듯한 어떤 남녀의 소리가 들렸고 (이상한 상상 하지 말기를…) 그들은 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넌 것 같다.
이곳에 보트가 한대가 있었으니 그들은 갔다왔다갔다를 해야했을텐데 다음날 보니 다른 보트 한대가 잘 놓여져있는 것으로 봐서 그들은 12km를 노저어 갔나보다.
이성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힘든줄도 모르고 건너갔나???
Warden(산장지기)에게 Vatten(마시는 물)이 어디있냐고 물으니 이 호수의 물을 그냥 마시면 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동안 강이나 냇물처럼 흐르는 물만 마셨는데 이런 호수의 물도 마실 수 있다니…
사실 살짝 꺼름직했는데 물을 떠서 보니 아무런 부유물이나 이물질이 없어서 안심하고 마셨다.
물이 그리 차갑지 않을것이라 예상했다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스웨덴에 오면 호수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해서 직접 실현하고자 한쪽 발을 집어넣었다가 들어가면 얼어 죽을 것 같아 수영하는 꿈은 포기하고 말았다.
자작나무로 캠프파이어를 하며 멍때리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도 힘들었지만 걷기 여행의 진수를 접한 듯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이제 6월 25일, 26일, 27일 3일만 더 걸으면 이곳에서의 걷기 일정이 끝이 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