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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11 -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S#1. 스포츠센터 휴게실(낮)
떡볶이를 먹는 은호, 윤희, 헬스강사들.
은호, 고추장이 듬뿍 묻은 떡을 이쑤시개로 찍어 막 입에 넣으려는데
윤희가 먼 데 있는 순대를 먹으려다가 은호 팔꿈치를 툭 친다.
은호의 하얀색 트레이닝복에 고춧물이 든다.
윤희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며 코를 긁적긁적한다.
S#2. 화장실(낮)
은호, 휴지에 물을 적셔 고춧물을 지워볼려고 하지만, 번져서 더 흉해질 뿐이다.
핸드폰이 울린다.
은호 : 지호니?........... 할 얘기 뭐?...... 오늘은 좀 그런데..... 집에서 하면 안돼?......
(거울속의 자신을 본다) 무슨 일인데?
S#3. 커피 전문점(저녁)
지호가 통화를 마친다.
준표가 지호를 본다.
준표 : 너 지금 잘못하고 있는 거다.
지호 : 지금 언니한테는 강도 높은 자극이 필요해요.
준표 : 뒷감당은 어떻게 할려고?
지호 : (비장하게) 책임은 내가 져요.
지호,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안을 어쩌지 못해 손톱 끝을 잘근 잘근 씹는다.
준표, 지호의 손을 잡아 내린다.
지호 : (불쌍한 얼굴로) 닥터공이 책임지면 안 될까요?
준표 : 난 살고 싶다.
S#4. 커피전문점 화장실(저녁)
핸드폰에 검색된 이름, 이동진.....
유경이 통화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 중이다.
포기한다.
유경이 립스틱을 덧바르고, 머리를 부풀린다.
S#5. 커피전문점 안(저녁)
불안해서 무릎을 달달 떠는 지호.
준표가 지호의 무릎을 누른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유경, 화장을 고쳐서 더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유경이 자리에 앉는다.
지호. 아이처럼 뻗대는 느낌으로 유경을 바라본다.
유경 : (창밖을 흘깃 쳐다보며) 바람이 많이 부나 봐요.
지호 : (힐끗 창밖을 볼뿐) ....
유경 : 지호씨. 언니하고 닮은 편인가요?
지호 : (조금 퉁명스럽다) 왜요? 우리 언니 나보다 훨씬 이뻐요.
옷도 잘 입고, 세련되고, 여자답고, 나처럼 게을르지도 않고, (준표한테) 그쵸?
준표 : 얘보단 낳아.
‘것보라’는 듯 단순하게 의기양양해지는 지호.
문득 유경 뒤쪽을 보더니 썩은 표정이 된다.
유경이 돌아본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볼이 빨개서 촌스러운, 머리가 바람에 날린 여자가 다가오다가
유경을 발견하고 움찔한다.
유경이 은호를 응시하며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은호가 얼떨결에 인사를 받으며 지호 옆에 앉는다.
지호 : (속상해서 작은 소리로) 오늘 이쁘게 하고 나갔잖어? (츄리닝의 붉은 얼룩을 보며) 이건 또 뭐야?
추운데 있다가 들어와서 더욱 빨개진 볼을 부비며,
은호 : 그럴 일이 있었어. 근데.... (유경을 본다)
유경 : (은호의 시선에 답하듯) 안녕하세요, 정유경이라고 합니다.
은호 : (누군지 모르지만) 예. 안녕하세요, 유은호라고 하는데... 누구신지...
문득, 은호 표정이 굳는다.
은호가 준표를 보자 준표가 고개를 끄덕인다.
유경 : 미안해요.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지호를 바라보는 은호의 표정이 굳어진다.
지호, 우물쭈물 시선을 돌린다.
S#6. 커피숍 앞(밤)
지호와 준표가 나온다.
지호, 유리너머로 안을 들여다본다.
유경과 은호가 얼핏 보인다.
은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걸 보고,
지호, 홱 나간다. 쫓기는 사람처럼 빠르게 걸어간다.
준표 : (쫓아가며) 그러게 말릴 때 멈췄어야지.
지호 : (일부러 가슴을 펴면서) 괜찮아요. 이 한 몸 바쳐 언니가 정상으로 복귀한다면, 기꺼이....!!
준표 : 진심이냐?
지호 : (아무렇지도 않게 말 바꾸는) 진심이겠어요? 해본 소리죠. (한숨쉬며) 오늘 나 좀 재워줘요.
움찔하는 준표.
지호 : 아. 우리 싸웠지. 불쑥 불쑥 까먹네.
지호, 앞서 걷기 시작한다.
준표, 뛰는 가슴을 진정하듯, 조용히 숨을 몰아쉬더니 지호를 쫓아간다.
S#7. 커피 전문점 화장실(밤)
은호가 거울을 보며 자기 모습을 수습 중이다.
머리도 가지런히 하고, 뻗친 머리를 눌러보려고 물도 묻혀보고,
그러나 츄리닝 입은 모습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더구나 하얀 윗도리에 고추장 묻은 자국...
(은호) : (분노에 찬) 미치겠네. 유지호, 유지호... 니가 감히 나를 능멸해...
(하다가 문득) 지호야 애니까 그렇다 치고, 이 여자 성격 이상하네. 지가 왜 날 보고 싶대?
이동진이랑 사귀는 거면 사귀는 거지. 내가 뭘 어쨌다구 날 보잔 거야? 보면 어쩔 거야? 웃겨...
(픽픽대다가 다시 붉은 얼룩으로 시선이 가면) 아... 진짜 미치겠네.
은호, 얼룩 부분을 손으로 문질러 본다.
S#8. 커피전문점(밤)
화장실에서 나온 은호가 자리에 와 앉는다.
유경, 무안해서 웃는다.
은호, 시선도 안 마주치고 커피 잔을 내려다본 채 뚱하다.
유경 : 기분 상했죠?
(은호) : 상했지 그럼.
유경 : (조근조근) 나도 이러는 거 실례인줄 아는데....
(은호) : 실롄줄 알면 하질 말아야지.
유경 : 그냥 갈까도 생각해봤어요.
(은호) : 생각만 하면 뭐해?
유경 : 궁금하더라구요. 동진이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해서도 못 잊는 여자가 누굴까....
그제서야 은호, 유경을 쳐다본다.
은호 : (퉁명스럽게) 못 잊어요?
유경 : (추궁한다기보다는) 동진이... 아직도 은호씨하고 살던 그 집에 살대요.
은호 : (별일 아니라는 듯 틱틱대는) 그거야 이사 다니기 귀찮으니까 뭐...
유경 : 지금도 가끔 만나고.
은호 : (어쩐지 변명하듯) 볼일이 자꾸 생겨서 만난 거지 뭐....
유경 :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아직도 이런 걸 갖고 있더라구요.
은호에게 건네지는 메모지.
포스트잇 중의 하나다. ‘입을 옷은 하나 없고, 봄 세일은 지나간다. 이동진은 각성하라’
그 밑에 머리띠 두르고 투쟁하는 은호의 아바타.
은호 : (별일 아니라는 듯) 이동진. 그 인간이 치울 줄을 몰라요. 구석구석 넣어놓기만 하구.
유경 : 두 분.... 왜 헤어지셨어요?
은호, 포스트잇을 둘둘 말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유경 : 준표한테 대충 들었는데...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애서...
은호 : (담담하게) 그냥 뭐... 아이가 그렇게 되고 나니까 같이 있기가 힘들어지더라구요.
딱히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진도 다 빠져버렸다 싶구....
우리는 결혼생활의 최고도, 최악도 그때 다 봐버린 셈이죠.
더 이상 같이 살아봤자 기대할게 없어진 거죠. 그래서 헤어졌어요.
은호, 별일 아니라는 듯 슬쩍 웃으며 말을 마친다.
유경이 따라 웃는다.
은호 : 이동진, 그 녀석.... (그 녀석이라고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그 사람이 바람을 폈다거나 도박을 했다거나 손찌검을 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 말아요.
유경 : 동진이... 어떤 사람이에요?
은호 : 뭐..... 외동아들이라서 고집 세고, 지기 싫어하고, 우기기 좋아하고, 귀찮은 거 못 참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이지만 좋은 남자죠.
유경 : 은호씨 보고 나니까... 안심이 되네요.
은호, 웃다가 자기 옷차림을 내려다보고
은호 : 나 지금 화내야 되는 거죠?
유경이 처음으로 소리 내 웃는다.
S#9. 건물 앞(밤)
은호가 자전거를 풀른다.
유경이 그 옆에서 은호를 기다렸다가 인사한다.
은호가 먼저 출발하고,
유경이 갓길 주차된 차안으로 들어간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은호 앞으로 유경의 차가 지나간다.
은호의 시선이 잠깐 유경 쪽으로 돌아간다.
신호가 바뀌고 은호가 횡단보도를 건넌다.
S#10. 은호의 집 거실(밤)
지호가 빗자락으로 자기 손바닥을 때려본다.
아프다.
빗자락을 소파 밑에 숨겨놓고, 다른 걸 찾는다.
벽에 걸린, 작은 죽비(대나무로 만든 소리가 크게 나는 막대기)를 내리는데
문소리가 난다.
죽비를 옆에 두고 얼른 현관 앞에 무릎꿇고 앉는 지호.
은호가 들어온다.
은호 : (신발 벗으며) 그것도 너무 자주하면 안 먹혀.
지호 : (죽비를 앞으로 밀며) 언니 분노가 풀릴 때까지 때려.
은호가 죽비를 잡으려 하자 재빨리 뒤로 숨기는 지호.
지호 : 24개월 할부로 나눠서 때려주면 더 좋구.
은호, 픽 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지호, 일단 안도한다.
S#11. 은호의 집 침실(밤)
은호가 옷을 막 갈아입었다
지호가 들어온다.
지호 : (눈치 보며) 그 여자.... 어때?
은호 : 넌 어땠는데?
지호 : (일부러인 듯) 별루더라구. 나이도 많고, 청승맞아 보이고, 음침한데다가. 그런 여자 지루하잖어.
은호, 진실을 말하라는 듯 빤히 쳐다보면.
지호 : (딴 데 보며)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긴 하더라.... 피부도 탱탱
은호 : 또?
지호 : 차분하고 지적인 느낌이 약간.
은호 : 그리고?
지호 : 깊이도 조금 있어 보이고..
은호 : (클렌징 크림을 바르며) 그러게. 그 녀석이랑 어울릴 것 같고 어쩐지 안심되더라.
지호 : 진심이야?
은호 : (잠깐 생각해본다. 밝게) .....진심일 거야.
은호, 티슈로 닦아내면서 씻으러 나간다.
S#12. 은호의 집 침실(밤)
어둠 속,
침대에 누운 은호가 어둠을 보고 있다.
S#13. 포스트잇 몽타쥬(과거)
-식탁 위 찌게 그릇 위에
‘찌게 데워먹어’
-장롱 문에
‘입을 옷은 하나 없고, 봄 세일은 지나간다. 이동진은 각성하라’
-현관문에
‘오늘도 늦으면 죽어’
‘야. 이 나쁜 xx야, 길게 이러다가 내 손에 **&게 죽는다.’
이 메모지가 붙어있는 곳은 동진의 이마 위다.
술 취해서 뻗은 듯, 옷도 못 갈아입고,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S#13-2, 헬스룸(낮)
정우성이 러닝머신 중이다. 마지막 스퍼트중이다.
숨을 몰아쉬며 내려와, 헬스 의자에 앉는다.
헐떡이는 정우성,
은호가 정우성의 굽은 등을 펴준다.
정우성, 크게크게 심호흡한다.
은호 : 많이 빠졌죠?
정우성 : (웃는다)
은호 : 다들 중간에 힘들어하는데 다이어트를 하는 목표가 뚜렷한가 봐요.
정우성 : 작년 가을에 어느 날인가 샤워하고 거울을 보는데 내가 나한테 미안하더라구요.
외모지상주의. 이런 건 아닌데... 그냥 한 번쯤 날 위해 노력해보고 싶었어요.
진정된 정우성, 근육운동을 시작한다.
은호, 그런 정우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S#14. 강의실(낮)
40여명 가까운 학생들 앞에서 강의중인 윤수.
수영할 때와는 딴판으로 자신 있고, 멋진 모습이다.
윤수 : ...이맘때의 애기들은 나와 남이 다르다는걸 몰라. 엄마하고 자기가 분리된 존재라는 걸 모르는 거지.
자기라는 존재개념이 없는 거야. 그때를 자폐 인접적 시기라고 부르는데,
이 시기에 인격이 형성된다고 추측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세상과 자기가 분리되는 이 시기에....
뒷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은호가 들어와 앉는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윤수, 은호를 보고 당황한다.
은호, 살짝 웃으며 맨 뒷자리에 앉는다.
윤수 : (완전 당황했다) 그러니까 에... 자폐 인접적 시기가... 시기를... 인격이 형성되기까지... 그러니까...
윤수, 당황해서 메모를 뒤적이다가 와르르 흘리고 만다.
당황해서 자료를 줍는 윤수.
학생들, 웅성거린다.
은호, 미안해진다.
S#15. 조교 방(낮)
여자 조교가 케익을 조그맣게 잘라 먹으며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굵은 웨이브 머리. 분홍색의 뽀얀 피부, 약간은 통통하고 귀여워 보이는
20대 초반의 ‘로맨스를 꿈꿀 것’ 같은 조교다.
은호와 윤수가 들어온다.
여자 조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은호가 여자 조교에게 가볍게 인사한다.
윤수가 안쪽 교수실로 통하는 문을 열어 은호가 먼저 들어가도록 배려한다.
여 조교 호기심어린 눈으로 은호를 바라본다.
S#16. 교수실(낮)
윤수가 이것저것 테이블 위의 것들을 정리하는 동안
은호가 서서 기다린다.
윤수 : 오면 온다고 말을 해줘야지.... 볼 때마다 한심한 꼴만 보이고....
은호 : (농담으로) 일관되고 좋잖아요.
윤수 : (대충 치우고) 갑자기 웬일이에요?
은호 : (담담하게) 나도 날 위해 노력해 볼려구요.
윤수. 이해 못 한다.
은호 : 저녁 같이 먹을래요?
윤수 : (은호가 적극적인 게 뜻밖이다) .... 그럼요.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윤수 : (전화 받는다) 네.... 아,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은호,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윤수가 나가고,
은호, 소파에 앉아 윤수의 방을 둘러본다.
책들뿐, 장식성 소품은 전혀 없는 방, ‘학자의 방이란 이런 거구나...’란 느낌.
노크와 함께 조교가 차를 갖고 온다.
은호 : 고마워요.
조교 : (나가려는 생각 없이) 저기....
은호 : ...?
조교 : 사모님이시죠?
은호, 순간 당황한다.
열린 문틈으로 이쪽을 보고 있는 여학생들 두 명의 호기심어린 시선도 보인다.
조교 : 미인이란 얘긴 들었는데 너무 젊으세요.
은호 : ...
조교 : (꿈꾸듯) 그렇지만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세요. 유학 중에 만나셨다면서요?
은호 : ...
조교 : 저도 그쪽으로 유학갈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은호, 이 호기심 많고, 사람 좋지만 눈치 없는 여자 조교가 난감하다.
S#17. 대학교 복도(낮)
윤수가 서둘러 걸어온다.
방으로 들어간다.
S#18. 조교실(낮)
윤수가 들어온다.
조교 자리가 비어있다.
윤수, 교수실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다.
마침 들어오는 여자 조교.
윤수 : 저기 나랑 같이 온....
여자조교 : 사모님요? 좀 전에 가셨는데....
윤수, 상황을 이해한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의미 없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간다.
S#19. 숲 주방(저녁)
손님이 뜸한 시간.
유리가 카리스마 주방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요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카리스마 주방장 가타부타 말없이 팔짱을 낀 채 유리의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유리. 카리스마 주방장의 눈치를 보는데,
카리스마 주방장 작은 한숨을 쉰다.
그때. 은호가 들어온다.
유리. 위기의 순간에 와준 은호가 반갑다.
유리 : 앉어... 혼자 왔어?
은호 : (웃으면서) 유리씨 보고 싶어서...
S#20. 중학교 운동장(저녁)
텅 빈 중학교 운동장.
동진과 유경이 교문을 들어선다.
동진이 운동장을 바라본다.
(지난날, 중학생 유경이 허들을 넘으며 동진 앞을 지나간다.)
동진이 유경을 돌아본다.
유경 : (옥상을 가리킨다) 저기였지? 니가 나 쳐다본데...
동진 : 알고 있었어?
유경, 웃으며 옥상을 바라본다.
(망원 카메라를 든 중학생 동진이 얼른 숨는다.)
S#21. 교실 밖(저녁)
유리창으로 들여다보이는 교실.
일요일의 빈 교실을 동진과 유경이 들여다본다.
S#22. 운동장(저녁)
유경은 놀이기구 아무데나 앉아있다.
유경은 나른한 봄볕을 즐기듯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팔다리를 늘린다.
동진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서너 개 하고 내려온다.
손바닥 냄새를 맡아보며
동진 : 철봉하고 나면 냄새나잖아. 피 냄새하고 같댄다. 맡아볼래?
동진이 손바닥을 유경의 코에 들이대자.
유경이 웃으며 밀어낸다.
동진 : (유경 옆에 앉으며) 우리 정말 궁금한 거 하나씩만 물어보기로 하자.
유경 : 이제 시작하는 거야? 신상조사.
동진 : 결혼하려던 적.... 없었어?
유경 : ...두 번
동진 : ....
유경 : 더 자세히 말해줘?
동진. 팔다리를 쭉 펴면서...
동진 : 됐어. 더 이상 들으면 부대낄 것 같어. 자 인제 궁금한 거 물어봐.
유경 : 난 됐어.
동진 : 야. 그런 게 어딨어? 이러면 나만 쫀쫀해지잖어. 빨랑 물어봐.
유경 : 글쎄...
동진 : (충격 받은 척) 너 나에 대해 궁금한 게 하나도 없는 거냐?
유경 : 그게 아니구... 킵 해 놓으면 안 될까? 나중에 써먹을게.
동진 : (일어나며) 봐줬다. 그 대신 나 하나만 더 물어볼게.
유경과 동진이 운동장을 빠져나간다.
(유경) : 뭔데?
(동진) : 손 잡아도 되냐?
유경이 손을 내민다.
동진이 유경의 손을 잡고 걷는다.
S#23. 숲(밤)
바에 홀로 앉은 은호,(많이 취하거나 하진 않았다)
늦은 시간이라 손님이 거의 없다.
구석테이블에 남자 손님 둘이 있을 뿐, 그들이 은호 쪽을 흘깃 쳐다본다.
테이블을 치운 유리가 은호 옆에 앉는다.
유리 : 겨우 한가해졌네.
유리, 은호의 빈 잔에 술을 따라준다.
은호 : 무슨 일이냐고 안 물어봐?
유리 : 물어보나마나 속상한 일이겠지.
은호 : (웃는다) 유리씨 좋아한다고 내가 얘기했나?
유리 : 친구 이상은 곤란해.
주류 배달원이 유리를 부른다.
‘에이 참’..... 유리가 그들을 상대하러 빠진다.
은호, 혼자 술을 마시는데.
구석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 손님 중 잘생겼지만 3류 느낌이 나는 놈이 은호에게 다가온다.
3류 : (딴에는 멋지게 웃으며) 혼자 왔어요?
은호 : (단호하게 들리도록) 예. 혼자 마시고 싶어서요.
3류 : 그러지 말고, 같이 한잔 합시다. 외로운 영혼들끼리...
은호 : (짧은 한숨을 내쉬며) 됐거든요.
S#24. 숲 앞(밤)
유리가 사인을 끝내고,
마지막 술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온다.
S#25. 숲(밤)
술 상자를 들고 들어오는 유리.
은호에게 집적대는 3류를 본다.
술 상자를 내려놓고, 은호 쪽으로 다가간다.
3류 : 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
유리 : 손님. 그만하시죠.
3류 : (유리를 무시한 채 은호에게) 사람을 의심하고 그래요. 기분 나쁘게...
유리 : (3류의 어깨를 잡으며) 이러지 마시구요.
3류. 유리의 손을 탁 쳐낸다.
3류 : 뭐야? 레이스 달린 코끼리는? (돌아선다) 재수 없어.
유리. 상처받은 걸 재빨리 숨긴다.
(은호) : 사과해.
3류가 돌아본다.
유리 : (은호를 말린다) 됐어.
은호 : 방금 당신이 한 말, 듣는 사람은 상처가 됐으니까 사과해요.
3류, 은호와 유리를 번갈아 보더니 픽 웃고 그냥 가려한다.
은호, 3류의 어깨를 잡는다.
은호 : 사과해, 이 나쁜 자식아!
3류 : (은호를 밀어버리며) 아, 됐거든요.
밀려 쓰러지는 은호.
그 순간 유리가 3류의 머리를 잡아 보인다. 헤드락 걸듯..
3류의 친구가 달려온다.
유리. 3류를 헤드락 건 채 그를 지지대 삼아, 달려오는 남자를 걷어찬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남자.
국자를 든 채 주방에서 내다보는 카리스마 주방장. 무표정한 얼굴로 홀을 바라본다.
S#26. 숲 앞(밤)
경찰차가 도착했다.
구경하는 사람들.
‘일방적으로 당했다’라고 방방 뛰는 3류 양아치가 경찰차에 오르고,
뒤이어 은호와 유리가 겁에 질려 사람들 눈치를 보며 경찰들에게 이끌려 나온다.
S#27. 병원복도(밤)
준표가 사무실에서 나온다. 퇴근중이다.
지호가 앞에 걷고 있다.
기지개를 켜면서 목을 우두둑 우두둑 소리가 나게 꺾는다.
준표, 그런 지호를 보며 히죽 웃는다.
막 지호를 부르려는 순간.
어디에서 나왔는지 젊은 의사가 지호한테 다가온다.
준표. 흐뭇하던 표정이 싸악 사라진다.
앞서가는 두 사람을 노려보며 걷는 준표.
젊은의사 : 늦었네요?
(준표) : 늦었으면 뭐?
지호 : db작업이 늦게 끝나서요.
젊은의사 : 피곤하죠?
(준표) : 피곤하면 뭐?
지호 : 돈은 쥐꼬리만큼 주면서 일은 무지하게 시켜요.
젊은의사 : 어디 가서 맥주한잔 할까요?
준표 : (둘 사이를 끼어들면서) 지호야! 잘 만났다. 그렇잖아도 전화할려고 그랬었는데.
지난번에 하던 얘기 있잖아.. (젊은 의사를 그제서야 발견한 척) 미안. 중요한 얘기가 있어서...
준표. 지호 팔을 끌고 앞서간다.
젊은의사, 뭐야 싶다.
지호, 끌려가면서...
지호 : 지난번에 하던 얘기 뭐요?
준표 : 어... 여기서 얘기하긴 그렇고, 차에 타서 얘기하자. 빨리 걸어라, 좀...
준표. 조금이라도 젊은 의사에게서 멀어지려고 끌다시피 걷는다.
지호 : (종종 쫓아가며) 뭔데요? 나 넘어져요.
S#28. 준표의 차안(밤)
어이없는 지호의 얼굴.
지호 : 춘천이 서울보다 북쪽이란 게 그렇게 중요한 얘기였어요?
준표 : (우긴다) 당연하지. 국토지리에 관한 문젠데...
지호 : (그런가?) 근데 그게 왜 조용히 해야 될 얘기예요?
준표 : (딱히 변명할 말이 없어서) ...크게 떠들 얘기도 아니지 않나?
지호. 뭔가 이상하지만, 뭐 그렇다고 치자...
준표 : 근데 말이야. 너...
순간 지호의 핸드폰이 울린다.
문자메시지.
‘내일 저녁 때 뭐해요’ 한지훈.
준표 : 누구냐?
지호 : 지훈씨.
준표 : 지훈씨이?
지호, 답 문자를 보낸다. ‘왜요?’
준표 : (지호가 핸드폰 닫기를 기다려서) 너 그녀석이랑 사귀냐?
지호, 또 다시 문자가 온다. 확인하면서,
지호 : 사귈까 생각중인데..
준표 : (움찔한다) 그 녀석 좋아하냐?
지호 : 네.
준표 : 어디가?
지호 : 일단.... 의사잖아요
또 문자가 온다.
확인하는 지호. 계속 문자질 중이다.
신호에 걸린다.
준표 : 얘는... 의사 흔해. 병원에 널린 게 의사야. 나도 의사야.
지호 : (문자 치면서) 게다가 내 의견을 적극 지지하구요.
준표 : 너 꼬실려고 그러는데 그럼 적극지지하지, 적극반대 하냐?
또 다시 문자가 온다.
준표. 지호의 핸드폰을 뺏더니 밧데리를 분리해서 툭 던져준다.
지호 : 이게 무슨 만행이에요?
준표 : 정신 사납게... 넌 어른이 말하는데 태도가 그게 뭐냐?
준표. 열 받았다.
지호 : (조심스럽게) 닥터공.
준표 : (버럭) 왜?
지호 : 신호 바뀌었는데요?
준표 : (움찔) 알어. 갈라고 그랬어.
준표. 차 출발한다.
지호. 왜 이래? 이 인간.... 눈치 본다.
S#29. 경찰서(밤)
시끄러운 소리들.
움찔거리면서 은호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중이다.
기계음 ‘고객의 사정으로 인해 전화를 연결할 수가 없으므로....’
은호, 핸드폰을 끈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싸우는 소리.
은호와 유리,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린다.
S#30. 유경의 거리-집 앞(밤)
봄밤의 로맨틱한 분위기가 풍기는 거리.
동진과 유경이 걸어온다.
문앞에 도착하는 두 사람.
동진이 유경의 손을 잡는다.
동진 : (돌아가기 싫어 미적대면서) 저기...
그 순간 동진의 핸드폰이 드르륵 진동한다.
문자... ‘좀 도와줘’ 발신자는 ‘은호’다.
동진 : (표정 변화 없이) 들어가. 잘 자...
유경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지켜본 동진.
유경이 사라지자, 돌아서며 전화를 건다.
동진 : 왜? 무슨 일이야?
S#32. 경찰서 안(밤)
술 취해 몸싸움을 벌이는 아저씨와 택시기사.
술에 떡이 된 아저씨는 옷을 벗을려고 했다가 의자를 들었다가 난동 수준이다.
경찰서 한쪽 구석진 곳, 은호와 유리가 겁에 질려있다.
바짝 붙어 앉아 경찰서가 주는 공포에 질려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난폭한 언어와 소음에 움찔움찔 거린다.
동진이 들어와 그러고 있는 은호를 발견한다.
동진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제서야 발견한 은호, 반갑고도 무안하다.
동진 : (이기죽댄다) 잘 한다. (유리를 향해) 장외난투극이냐? 은퇴는 왜 했냐?
유리 : ....
동진 : 하다하다 별 짓을 다 하네. 교수 선생은? 연락했어?
은호 : (주눅 들어서) 어떻게 연락 하냐?
동진 : 창피한 줄은 아는구나, 그나마 다행이로세.
니가 깡패냐? 술 먹고 싸우게... 너 나중에.... 늙어서 뭐가 될라고 이러냐?
은호 : (열 받았다) 그럴 거면 가.
은호, 머리카락을 넘기는데
동진. 은호 팔뚝이 긁혀 상처가 난 것을 본다. 크진 않지만 아파 보이는 상처다.
동진. 은호 팔을 비틀어 상처를 본다.
은호, 아파한다.
동진 : (이제까지의 이기죽대는 거와는 다르게 울컥 화를 내며 은호 손을 팽개치듯 놓는다)
잘하는 짓이다. 진짜... 그 자식들은 어딨는데?
그 순간 안쪽에서 경찰과 카리스마 주방장과 함께 나오는 3류 양아치들,
코피 나고, 얼굴에 멍들고, 입술은 찢어지고,
동진. 화냈던 게 조금은 뜨악해서 유리를 쳐다본다.
유리. 무안한 듯 시선을 돌린다.
카리스마 주방장, 피해자들 정면에 선다.
처음엔 픽픽대며 눈도 안 마주치던 3류 양아치들,
카리스마 주방장의 눈빛과 분위기에 제압당한다.
주방장 숨을 들이 마신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 순간 경찰서의 모든 이목이. 싸우던 취객과 택시기사조차도 이쪽에 쏠린다.
주방장 : (90도로 꺽으며) 선처바랍니다.
뜨악한 유리. 은호, 동진.
S#33. 경찰서 앞 거리(밤)
주눅 든 유리가 카리스마 주방장을 따라 가는 뒷모습을
은호와 동진이 잠깐 바라본다.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드는 동진. 택시가 그냥 지나친다.
동진 : (시선은 거리에 둔 채로) 여자가 혼자 술 먹고 그러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잖어.
은호, 동진의 뒷목 부분을 볼뿐...
동진 : 이래서 교수 사모가 되겠냐? (멀리서 빈 택시가 오자 손을 흔들면서) 이런 일은 한번도 많다.
또 그러지 마라. 알았냐?
동진. 돌아보는 순간,
은호 눈에 얼핏 고인 눈물을 보고 당황한다.
은호도 동진이 갑자기 돌아보자 당황했다.
은호 : (일부러 화낸다) 세상일이 맘대로 안돼서 술 먹었다. 안돼? 당신은 혼자 술 먹고 지랄한 적 없어?
내가 당신을 왜 불렀나 몰라? 두고두고 생색낼 텐데... (택시에 탄다)
동진 : 안쪽으로 들어가.
은호 : 됐어. 혼자 갈 거야.
은호. 택시문을 꽝 닫는다.
동진 : (어이없다) 지가 뭘 잘 한 게 있다고...
동진. 눈썹을 긁적긁적 긁는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은호의 눈물이 맘에 걸린다.
S#34. 택시 안(밤)
은호, 정면을 노려본다.
눈물이 고여 온다.
(은호) : 울고 싶은 이유는 많았다.
불륜처럼 느껴지는 연애. 생전 처음 가본 경찰서에 대한 두려움.
그 녀석 와이셔츠에 묻은 긴 머리카락 따위는 잽도 안 되는 이유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눈물이 막 흘러내리려는 순간, 은호가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우는 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단호하게.
S#34-2. 버스안(아침)
동진이 출근중이다.
스포츠센터 앞을 지난다.
동진이 은호의 자전거를 확인한다.
은호의 자전거가 없다.
동진, 고개를 돌려가면서까지 보지만 없다.
S#35. 서점 사무실(아침)
동진이 전화 중이다.
통화 연결음이 끊기고.
동진 : 유은호씨 출근 안 하셨습니까?
S#35-2. 스포츠 센타 사무실(아침)
윤희가 통화중이다.
윤희 : 유팀장님요? 몸이 불편하다고 월차 내셨는데요. 어디라고 전해드릴까요?
S#35-3. 서점 사무실(아침)
동진 : 아니 됐습니다. 예.
전화를 끊는 동진.
동진 : (혼잣말 하는) 뭘 잘했다고 결근까지 하고...
못마땅한 동진.
(플래시)
은호의 눈에 고인 눈물,
동진, 심난하다.
유경에게 전화를 건다.
동진 : 난데... 오늘 영화보기로 한 거 다음으로 미루면 안 될까 해서...
아니 별건 아닌데... 먼저 해결해야 될 일이 생겨서... 응.... 미안해. 내일 전화할게
동진. 전화를 끊는다.
S#36. 교수실(저녁)
윤수가 우편 봉투를 개봉한다.
안에서 나오는 건, 갈기갈기 찢어진 이혼서류,
윤수의 이름과 도장이 찍힌....
전화벨이 울린다.
윤수가 전화를 받는다.
윤수 : 정윤숩니다.
윤수의 표정이 살짝 굳는다.
윤수, 전화기를 든 채 말이 없다.
잠시 후 할 수 없다는 듯 작은 한숨을 쉰다.
윤수 : 길건너 은행 옆 건물에 조용한 와인 바가 있습니다.
S#37. 대학교 정문 앞(저녁)
동진이 대학교 정문을 보며 통화중이다.
동진 :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뒤로 돌아서는 동진.
은행 옆 건물과 와인 바를 찾는다.
S#38. 와인 바(밤)
우아한 느낌의 술집 여주인(30대 초반)이 문소리에 돌아본다.
동진이 들어온다.
여주인 : 일행이 계십니까?
동진 : 한 명 더 올 겁니다.
여주인의 안내를 받는 동진.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없다.
동진. 각오를 다지듯, 얼굴을 짝짝 두드려본다.
윤수가 도착한다. 실내를 둘러보는 윤수.
동진이 손을 든다.
(점프)
소믈리에가 윤수의 지시에 따라 동진의 잔에 와인을 따라준다.
동진. 음미고 냄새고 없이 와인을 벌컥 벌컥 원샷하고 잔을 내려놓는다.
소믈리에가 흘깃 쳐다본다.
윤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믈리에가 와인 병을 내려놓고 가버린다.
동진. 콧김을 뿜어대고는
동진 : (이기죽대듯) 이혼한다는 거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윤수 : ....
동진 : 이혼할 마음이 있긴 있는 겁니까?
아니면 적당히 즐기고 놀다가 부자 사모님한테 돌아가겠다, 그 계산입니까?
윤수 : 말을 심하게 하는군요.
동진 : (퉁퉁대듯) 이혼하겠다는 게 언젠데 뭐하나 진행된 게 없잖아요.
교수님은 여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사이 은호는 망가진다구요.
윤수 : (추궁당하자 화가 난다) 나는 이 상황이 좋은 줄 알아요?
이혼서류를 보내면 찢어져서 돌아오고, 영인이는 만나주지도 않고.
소송을 하겠다고 했더니 은호씨는 반대하고. 나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동진 : (외면하면서 혼잣말처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어?
분위기 냉랭해졌다.
S#39. 와인바 밖(밤)
차가 도착한다.
기사가 차문을 열어준다.
와인바를 슬쩍 올려다보는 영인.
픽 웃더니 안으로 들어간다.
S#40. 와인바(밤)
윤수와 동진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윤수, 와인 잔을 비운다.
윤수 : (잔을 내려놓으면서) 다시 한번 말씀해보십시오.
동진 : 그렇게 미적거릴 거면 은호 앞에서 사라지라고 그랬습니다.
윤수 : 무슨 권리루요. 이동진씨가 은호씨한테 무슨 권리가 있습니까?
동진 : (할 말 없다)...
윤수 : 이동진씨 이러는 거 난 이해가 안 갑니다.
동진 : 그러니까 난... 은호한테 첫 번째 실패를 안겨준 사람으로서...
(진심이라 우물쭈물 거린다) 또 실패한 은호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래요
윤수 : (조금 큰소리로) 실패하지 않습니다.
입구.
영인이 들어온다.
여주인이 영인에게 다가온다. ‘일행이 있냐’고 묻는 듯.
대답 없이 안을 둘러보는 영인.
윤수의 화난 목소리가 들린다.
윤수 : 오히려 동진씨가 주변에서 왔다 갔다 하니까 은호씨가 더 헷갈리는 거 아닙니까?
동진 : 선생들이 말은 잘하지. 내가...
이기죽대던 동진. 테이블로 다가오는 영인을 먼저 발견한다.
그러나 영인은 동진 쪽은 보지도 않는다. 오로지 윤수만 쳐다보며 다가온다.
윤수도 영인을 발견한다.
영인 : 조용한 곳인데 목소리가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윤수 : (영인을 노려본다) 너....
영인 : (냉랭하게 웃는다) ...그래도 와이픈데 조금은 반겨주지 그래?
동진. 영인을 다시 쳐다본다.
윤수 : (참는다) ... 일행이 있어.
영인. 그제서야 동진을 보며 고개를 까닥하고는 그 옆에 앉는다.
동진. 영인의 분위기에 기가 죽었다.
영인 : (별 뜻 없이 와인의 라벨을 확인하며) 어린 애인이랑은 잘 돼?
윤수 : (동진의 눈치를 보며) 다음에 얘기해.
영인 :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봐, 당신은 너무 안 즐기고 살았어.
윤수 : 그만 하지.
영인 : 뭐 그쪽 여자도 즐기는 타입인가 봐. 내가 이혼 안 하겠다는데도 떨어지지 않는걸 보면.
하긴 불륜이 가슴 뛰는 일이긴 하지.
윤수 : 최영인!!
영인 : 운동하던 여자라 뒤끝도 없을테고, 섹스 파트너로서 그보다 좋은 조건도....
(동진) : (화났다) 그 여잔 그런 여자가 아닙니다.
영인이 돌아본다.
처음으로 동진을 똑바로 본다.
동진 : 은호는 그런 여자가 아닙니다.
영인 : (윤수에게) 누구야?
동진 : 당신이 말한 그 여자 전남편입니다.
그 여자에 대해서는 내가 가장 잘 아는데, 당신이 말하는 그런 여자가 아닙니다.
영인. ‘재밌는 상황’이다 싶다.
어느새 영인 옆에 와 서는 여사장. 문제가 커질까봐 걱정스럽다.
동진 : 은호는 불륜 같은 거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정윤수라는 이 남자를 선택했다면, 이 남자에게 뭔갈 봤기 때문일 겁니다.
영인 : 그래서요?
동진 : 당신은 이 남자를 행복하게 해주지도 않고, 이 남자 옆에서 행복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혼해주지 않는 겁니까?
은호는 이 남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도, 이 남자 옆에서 행복해질 수도 있는 여잡니다.
영인의 냉소가 점점 사라진다. 대신 무서운 표정이 된다.
동진 :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러는 거.... 세 사람 다 불행하게 만듭니다. 이혼해 주십시오.
영인 : (쥐어짜듯) .... 당신이 왜?
동진 : 은호가 행복해지지 않으면 나도 행복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인의 표정이 일순간 무너진다.
그러나 곧.
영인 : (깔깔 웃으며 일어난다) 당신 참 재밌는 사람이네요. 그래도 안 되겠다면요. 무릎이라고 꿇을 건가요?
동진. 말이 안 통하는 여자에게 열 받았다. 영인을 노려본다.
영인.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동진을 내려다보다가 픽 웃으며 돌아선다.
그 순간, 여사장의 표정이 일순 굳는걸 보고, 영인, 뒤돌아본다.
동진이 무릎을 꿇고 있다.
동진 : 됐습니까?
윤수 : (동진을 일으키려 하며) 일어나요, 소용없어요.
동진. 열 받아서 영인을 노려본다.
영인. 동진과 윤수를 번갈아보더니,
영인 : (깔깔 웃으며) 재밌는 사람 참 많아.
영인이 와인 바를 빠져나간다.
S#41. 건물 앞(밤)
건물 앞에 서 있는 영인.
무서운 눈으로 어둠속을 노려보고 있다.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차가 도착하고, 젊은 남자가 문을 열어준다.
영인이 차에 오른다.
S#42. 거리(밤)
터덜 터덜 걷는 동진과 윤수,
둘 다 말이 없다가...
동진 : (머쓱하다) ..... 내가 좀 오버했죠.
윤수 : 미안합니다.
동진 : (비난한다기 보다는) 굉장한 여자랑 결혼하셨군요.
윤수 : (한숨쉬듯) 미안합니다.
멀어지는 동진과 윤수, 묘한 동지애가 느껴지는 뒷모습이다.
S#43. 던킨도넛츠 야외 테라스(낮)
창문 너무 은호가 계산을 끝내고 둘러보다가 밖으로 나온다.
자리에 앉는데 그 앞에 동진이 있다.
은호 : 잠 못 잤어? 얼굴이 처졌네.
동진 : 너 교수 선생이랑 헤어져라.
은호 : (커피를 마시며 올려다본다) ...??
동진 : 못 헤어지겠으면 둘이 어디로 도망가라. 외국이나 이런 데로.
은호 : 아침에 뭐 먹었어? 상한 거 먹었어?
동진 : 내가 너 땜에 잠이 안 온다.
은호 : 관심 접어.
동진 : 못난 전부인이 빌빌대는데 관심이 접어지냐?
은호, 커피를 마시는 척하면서 동진을 본다.
(윤수) : 그여자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습니다.
이동진씨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그랬지만, 은호씨는 알아야 될 것 같애서요.
은호의 표정, 조금은 애틋해진다.
동진이 바라보자 은호가 시선을 돌린다.
동진 : 그 와이프 굉장하더라, 완전 표범이야. 너 같은 건 한입에 잡아먹힌다.
은호 : 지가 표범이면 난.................하이에나야.
동진 : 좋기도 하겠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은호 : 왜? 전주이씨의 뼈대 있는 가문, 이동진!!
동진 : ....?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냐?
은호 : 알 게 뭐야?
멀리서 본 두 사람. 또 다시 틱틱대고 있다.
S#44. 병원 복도(낮)
준표가 연이를 배웅중이다.
준표 : 니가 긴장하면 뱃속의 애기도 긴장하는 거야. 절대 긴장하지 마.
아무 문제도 없거든,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 알지? 게다가 이 병원에는...
준표. 막 병실로 들어가는 젊은 의사를 발견한다.
준표. 결심한다.
준표 : 자 그럼 조심해서 가. 다음에 보자.
연이. 갑작스럽게 말을 끝내고 가버리는 준표를 쳐다본다.
준표, 좀 전 젊은 의사가 들어간 병실로 들어간다.
S#45. 병실(낮)
준표가 들어온다.
주사기에 주사액을 넣으려던 간호사가 준표를 돌아본다.
침대에 엎드려 엉덩이를 내놓고 있는 젊은 의사. 문소리에 돌아본다.
젊은의사 : (준표에게) 감기 기운이 있어갖구요.
준표 : (간호사에게) 내가 할게요
간호사, 주사기 등을 넘기고 밖으로 나간다.
준표, 주사기에 주사액을 넣으며 젊은 의사를 흘깃 흘깃 쳐다본다.
준표 : 저기... 지호 말이야...
젊은의사 : (엎드린 채로) 선배님 말 들을 걸 그랬어요.
준표 : .....응?
젊은의사 : 무슨 애가 그래요?
준표 : (반가워서) 왜?
젊은의사 : 어딜 가든 의자 위에 양반다리로 앉더라구요. 발바닥을 벅벅 긁지 않나.
그 손으로 과일을 집어먹질 않나.
준표 : (맞장구) 그렇다고 그랬잖아.
젊은의사 : 식탐 말씀 하셨죠? 개불까지 먹더라구요. 많이도 먹어요. 고기 먹잖아요? 저 혼자 3인분이에요.
나중에 밥까지 볶아 먹더라구요..... 그러고도 살 안찌는 거 보면 연비가 나쁜 건지...
준표 : (좀 기분 상한다) 그래?
젊은의사 : 술은 또... 술 좀 먹여서 어떻게 해볼려고 와인 바에 데려 갔다가 거덜 났습니다.
분위기 좀 잡아볼려고 하면 킥킥 웃기나 하고, 그런 애 첨 봤어요.
마스크만 그럴듯했지. 아우 짜증나.
젊은 의사 갑자기 윽! 비명을 지른다.
쓰레기통에 사용한 주사기를 던져 넣는 준표.
준표 : (어쩐지 화난 투로) 엉덩이 잘 문질러라.
나가는 준표를 젊은 의사, 엉덩이를 문지르며 쳐다본다. 어이없다
S#46. 병원복도(낮)
굳은 결심을 한 준표, 나름 비장한 얼굴로 도서실로 향한다.
준표의 시선 한 곳만을 바라본다.
시야 밖은 초점이 흐려졌다.
S#47. 도서실(낮)
준표가 들어온다.
db작업 중이던 지호가 고개를 들어 쳐다본다.
준표의 시야엔 지호만이 보인다.
준표 : (지호만을 똑바로 바라본 채로 진지하다) 며칠동안 생각해봤다.
너도 알지만 나 이런 얘기 쉽게 하는 사람 아니야.
(비장하기조차 하다) 지호야.... 나 너 좋아하는 거 같다!!!!
지호, 말똥말똥 준표를 바라보다가 머리카락에 가려졌던 이어폰을 뺀다.
지호 : 뭐라구요?
야구 중계를 듣고 있었던 듯, 이어폰에서 새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
(아나운서) : (흥분한) 헛스윙!! 아주 큰 헛스윙이 나왔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한 헛스윙이었죠.
준표 : 너.... 넌 사람이 말 하는데... (다시 마음을 가다듬는다) 그러니까 내 말은 내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줌마) : 저기.... 잠깐만요.
준표. 그제서야 책상 너머로 시선이 간다.
바닥에 주저앉아 바코드를 붙이던 자원봉사자 아줌마 둘,
준표에게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밖으로 나간다.
엉뚱한 사람만 들어버린 사랑의 고백.
준표. 휘청한다.
(아나운서) : 아, 이건 또 뭡니까? 어이없는 플레이가 계속 나오네요.
이렇게 되면 게임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는데요. 안타깝습니다.
준표. 그대로 돌아서 나가버린다.
지호 : (그 뒤에 대고) 어이... 닥터공!! (혼잣말하는) 곰곰이 뭘 생각했다는 거야?
지호, 다시 이어폰을 꽂고 일을 하기 시작한다.
S#48. 병원복도(낮)
도서실에서 나오는 준표.
걸어가는 준표의 뒷모습, 휘청한다.
S#49. 윤수의 차안(밤)
윤수가 운전 중이다.
S#50. 아파트 주차장(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윤수가 내린다.
S#51. 아파트 거실 현관(밤)
어둠 속,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현관의 자동센서 불빛!!
윤수가 들어온다.
윤수가 거실 불을 켠다.
소파에 앉아있던 영인의 모습이 그제서야 보인다.
영인, 눈이 부셔서 얼굴을 찡그린다.
빈집인 듯 대부분의 가구들은 하얀 천으로 덮여져있다.
윤수 : 왔으면 불이라도 켜고 있지?
영인 : 밝을 때부터 이러고 있으면 언제 어두워졌는지 모르거든.
(창밖을 보며) 언제 이렇게 깜깜해졌을까? 우리는 언제 이렇게 틀어졌을까?
안타깝다라기 보다는 즐기듯이 영인이 윤수를 본다.
윤수 : (떨어진 자리에 앉으며) 왜 만나잔 거야?
영인 : (비웃듯) 보고 싶어서...
윤수 : (낯선 듯 실내를 둘러본다) ....
영인 : 저 사진 잘 나왔지?
영인이 가리키는 결혼식 야외촬영 사진.
사진속의 영인도 윤수도 행복해 보인다.
영인 : 당신 사진 중에서 가장 쓸만한 걸 거야, 응?
윤수 : 왜 보자 그런 거냐구?
영인 : (마이페이스다. 집을 둘러보며) 생각보다 좋은 집이네. 조용하고, 3개월 살고 말기엔 아까워. 안 그래?
윤수 : (화를 참는다) 어차피 당신 집에서 사준 거니까 당신이 와서 살든 좋을 대로 하면 되잖아. 할 얘기나 해.
영인 : 할 얘기 뭐? 다음주에 우리 아빠 생신인데 같이 갈래?
윤수가 영인을 노려본다.
영인 큭크 소리 내 웃기 시작한다.
윤수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윤수 : (나간다) 니 그런 제멋대로가 한때는 매력이라고 생각한 내가 저주스럽다.
영인 :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얘긴 재미없나 봐.
윤수, 구두를 신으려는데...
영인 : 그럼 당신이 듣고 싶은 얘길 해볼까? 이혼해줄게.
윤수, 멈칫한다.
영인 : (돌아본다) 어때? 이 얘긴 맘에 들어?
윤수 : 진심이야?
영인 : 거짓말은 안 해.
윤수 : ....서류해서 보낼게.
영인 : 내가 봐온 모습 중에... 당신 요즘이 가장 섹시해.
윤수 : ...간다.
윤수, 나간다.
S#52. 아파트 복도(밤)
안에서 나오는 윤수, 영인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
무거운 짐을 벗어놓은 것 같은 안도.
S#53. 아파트 거실(밤)
가구를 감싼 하얀 덮개 천들 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영인이 도드라진다.
냉소적으로 웃지 않는 영인은 슬퍼 보인다.
S#54. 거리(밤)
경쾌한 음악과 함께 꽃바구니를 실은 퀵 서비스.
차들 사이를 달린다.
S#55. 헬스룸(밤)
운동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간다.
퀵서비스 맨이 꽃바구니를 들고 걸어간다.
윤희를 비롯한 여자들, 자기 앞으로 다가올 때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는다.
정우성에게 호흡을 가리키는 은호 앞에 멈추는 꽃다발.
은호가 제일 놀란다.
S#56. 레스토랑(밤)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오는 은호,
창가자리에 윤수가 기다리고 있다.
(점프)
펑 소리를 내면서 터지는 샴페인.
잔을 채우고, 종업원이 가버리면, 윤수가 건배를 청한다.
일단, 잔을 부딪치는 은호.
윤수가 웃는다.
윤수 : 이혼하기로 했습니다.
한 템포 늦게 미소 짓는 은호.
은호 : ...예.
윤수 : 은호씨는 나만큼 기쁘지 않나 봐요.
은호 : .... 누군가의 이혼을 맘 놓고 기뻐한다는 게 미안해서 그래요.
윤수 : 지금은 이기적으로 생각하자구요.
은호 : 예. 그래요.
윤수와 은호 다시 한번 잔을 부딪친다.
(점프)
피아노 연주자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달린다.
창가 쪽의 은호와 윤수, 느긋한 밤을 보내고 있다.
S#57. 레스토랑 입구(밤)
윤수와 은호가 차를 기다리고 있다.
차가 도착한다.
은호가 차문을 열어준다.
자동차 키를 받고, 운전석으로 가는데, 핸드폰이 진동한다.
음성 메시지.
S#58. 윤수의 차안(밤)
시동을 걸면서 음성메시지를 듣는 윤수
(영인) : 나 때문에 한번이라도 가슴 설렌 적이 있다면, 날 용서해.
윤수, 멈칫한다.
은호가 쳐다본다.
윤수, 털어내듯 안전띠를 매고 출발한다.
S#58.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밤)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을 윤수의 차가 달린다.
S#59. 길(밤)
은호와 윤수가 밤길을 걷는다.
윤수, 얼굴이 어둡다.
(영인) : 나 때문에 한번이라도 가슴 설렌 적이 있다면, 날 용서해.
윤수 : (은호에게) 잠깐만.
윤수, 전화를 건다. 신호만 갈뿐 받지 않는다.
윤수가 핸드폰을 접기를 기다렸다가.
은호 : 무슨 일 있어요?
윤수 ; 왜요?
은호 : 아까부터 얼굴이 어두워서...
윤수 : ...아닙니다.
은호 : 사모님 때문에 그러세요?
윤수 : ...
은호 : 갑자기 이혼해준 이유가 뭐예요?
윤수 : ...모르겠습니다.
윤수, 점점 걱정된다. 한숨을 쉰다.
은호가 돌아보자, 윤수가 핸드폰을 조작해 은호 귀에 들려준다.
윤수 : 이런 메시지가 왔는데...
메시지를 들은 은호, 놀라서 윤수를 본다.
윤수 : 전화도 안받고...
은호도 불안해진다.
은호 : 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윤수 : ....별일은 없을 겁니다.
은호 : 그래도 가보세요.
윤수가 은호를 본다.
S#60. 드라이브하기 좋은 길(밤)
윤수의 차가 급하게 출발한다.
은호가 멀어지는 윤수의 차를 바라본다.
(은호) : 사랑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S#61. 윤수의 차안(밤)
윤수는 불길함에 사로잡혔다.
(은호) : 시작할 때는 두려움과 희망이 뒤엉켜 아프고,
S#62. 아파트 주차장(밤)
윤수의 차가 주차된다.
윤수가 뛰쳐 내린다.
(은호) : 시작한 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싶어서 부대끼고.
사랑이 끝날 땐 그 끝이 같지 않아서 상처받는다.
S#63. 영인과 윤수의 신혼집(밤)
바닥에 뒹구는 포도주 잔.
잔에서 새나온 붉은 와인.
축 늘어진 영인의 팔이 그녀가 단순히 잠든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소파의 하얀 덮개 천위에 검은 옷의 영인이 늘어져있다.
(은호) : 사랑 때문에 달콤한 것은 언제일까?
문이 열리고 윤수가 들어온다.
윤수가 영인을 보고 멈춰 선다.
윤수.... 숨이 가빠진다.
S#64. 아파트 주차장(밤)
앰뷸런스에 실리는 영인.
윤수가 따라 오른다.
동네 주민들이 구경나왔다.
앰뷸런스가 아파트를 떠나간다.
S#65. 은호의 집 거실(밤)
핸드폰을 손에 쥔 은호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창밖으로 보고 있다.
(은호) : 그리하여 사랑은 늘 사람을 아프게 한다.
11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