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전날 방송을 탄 이명박 대통령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관련 발언으로 충청권은 부글거렸다. <디트뉴스24>가 6일 오후 지역의 정계 인사들로부터 전해들은 충청권의 명절 민심은 분노와 울분 그 자체였다.
이들 모두 “충청도민의 배신감과 충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스스로도 놀라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종시 논란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사실에도 정파를 초월해 한 목소리를 냈다.
박성효 “G20 국가 중 약속 놓고 논란 있는 나라 있나” 개탄
우선 한나라당 박성효 최고위원은 명절 민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 알면서 그러느냐?”며 난처해 한 뒤 “높은 물가와 전세난, 구제역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충청권에서는 과학벨트에 대한 충격까지 겹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라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소개하며 “대통령께서 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신데, 과연 G20 국가 중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나라가 있는지 궁금하다. 세종시로 혼란과 아픔을 겪었던 충청권에 ‘표를 얻기 위해 그랬다’는 말을 한다면 민심이 어떻게 되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당위원장(천안갑)은 “충청권의 분노가 세종시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세종시 때는 겉으로 표현 안 하고 표로 심판했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조차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명절 연휴 동안 지역의 경로당 등을 다녔다는 양 위원장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과학벨트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충청도 사람을 호구로 보는 것 아니냐!’,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주민들 모두 심한 모욕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양승조 “심한 모욕감과 분노 느껴”…김창수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씀 많아”
오정동 농수산물시장과 중리시장, 노인정 등을 둘러봤다는 자유선진당 김창수 사무총장(대전대덕)은 “과학벨트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표 얻으려고 했다는 게 대통령이 할 소리냐’, ‘세종시 가지고 그러더니 또 왜 이러나!’라며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면서 “개헌에 대해서는 ‘되지도 않을 걸 가지고 왜 그러느냐?’라는 질타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최고위원(보령·서천)은 “‘충청도가 낚시터냐! 이 대통령, 저 대통령 표를 낚아가는 곳이냐!’며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면서 “이 대통령이 던진 미끼가 공갈미끼, 가짜 미끼였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상민 의원(대전유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설 민심을 돌아보니 약속 뒤집기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노,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 지역당이라면서 무기력하기만 한 자유선진당에 대한 낙담, 물가고 전세난 등 팍팍한 삶의 고달픔 등 많은 말씀이 있었다. 송구스럽다”며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의 차가운 시선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류근찬 “충청도가 낚시터?”..이상민 “분노, 실망, 낙담”..심대평 “무슨 정치를...”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공주·연기)는 “내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정치에 관심이 많지 않았지만 과학벨트에 대해서는 격앙된 분위기였다”면서 “‘구제역이 마무리 되면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슨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분노했다.
이들 중에는 과학벨트로 폭발한 충청민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또 오는 4월 5일 이후 추진위원회가 과학벨트의 최적지로 충청권을 선정하더라도 충청인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을 거란 전망도 많았다.
이래저래 이 대통령의 과학벨트 관련 발언은 충청도민에게 오랜동안 곱씹어질 최악의 망언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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