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달 북카페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까지 내가 아는 생텍쥐페리의 책은 ‘어린왕자’뿐이었다. 또 작가가 비행기 조종사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텍쥐페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생텍쥐페리는 공군이었으며 비행기를 타다가 죽었다는 추측이 있다고 한다. 이정도로 비행기와 관련있는 사람인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북카페까지 하니까 꽤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간비행’은 1920년대, 비행기가 발명되기 시작되면서 비행기를 우편기로 썼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공 우편기지가 배경이며 그곳에는 주로 칠레, 파라과이, 파타고니아를 넘나드는 우편기들이 있다. 총 책임자인 리비에르는 아주 엄격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에게까지도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아주 오랫동안 근무한 정비사도 실수를 했다는 이유로 단칼에 해고시켜버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파비앵은 파타고니아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우편물을 가득 싣고 날아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우편물은 유럽으로 다시 건너갈 예정이었다. 이상하게 기지국에서는 파타고니아선 비행기와 무전이 연결되지 않았다. 파비앵의 비행기가 태풍에 휘말렸기 때문이었다. 파비앵은 계속 연락을 시도했고 태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태풍의 범위가 너무 커서 벗어날 수 없었다. 리비에르도 파비앵을 안전한 지대로 안내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파비앵의 아내는 기지국에 찾아간다. 하지만 리비에르는 아무것도 말 할 수 없다. 파비앵은 가까스로 빛을 찾는다. 그리고 그 빛을 향해 올라가서 마침내 태풍 속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연료가 얼마 안 남았다. 죽은 목숨이라는 뜻이다. 비에르와 기지국의 사람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기지국은 순식간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자신들의 동료를 잃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을 받는다. 리비에르 또한 복잡한 심경이다. 자신의 부하직원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비에르는 어떤 명령을 내려야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명령을 내린다. 파라과이선 비행기가 도착할 예정이니 유럽행 비행기를 준비시키라고 말이다. 또 한 대의 비행기를 밤하늘을 향해 쏘아 올렸다. 리비에르는 완벽주의 성격이 아주 강한 것 같다. 정말 대단하다. 아끼던 비행사의 실종에도 굴하지 않고 다음 할 일을 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일(p.140)’이라는 문장과 딱 맞는 것 같다. 그런데 그정도로 해야할 일인가 싶다. 여러모로 대단하다. 그 옛날에는 gps같은 좋은 시스템들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을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그것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야간에 말이다.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심지어 눈 딱감고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업으로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내가 과연 이렇게 목숨을 걸 정도의 용기를 낸 적이 있었나하고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없는 것 같다.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물론 살면서 하는 모든 것들이 목숨이 걸린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시절의 비행기를 타고 수만 수천 키로미터를 이동하는 것은 정말 생사가 궁금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좀 다른 것 같다. 이런 엄청난 비행사들이 가진 용기처럼 지금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용기는 뭘까? 그냥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이 있어야 뭔가를 시작할 때 편하기도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아도 이 마음만 있다면 어떻게든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사실 용기라는 것은 뭐든 좋다. 처음에는 이 책이 정말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끝으로 갈 수록 점점 이해가 되면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그리고 독후감을 쓰며 좀 더 살펴보는 와중에도 새로운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 이 책이야말로 읽으면 읽을수록 진가가 들어나는 책인 것 같다.
사람의 목숨은 값을 매길 수 없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의 목숨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