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시회 후기
이번에는 서울 리움 미술관에서 열린 상설전을 다녀왔다. 고미술, 공예, 현대미술, 백자 등등 여러 분야의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첫 번째 파트는 청자였다. 고려시대, 조선시대 등 다양한 세기의 도자기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사진은 현대의 작가분이 다양한 백자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금속으로 많은 그릇들을 만들었는데 상당히 고풍스럽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조선시대에 고위층이 사용했던 잔인줄 알았다. 현대의 작가분들이 이러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마지막 백자는 크기가 상당히 컸다. 그렇다고 어떤 희한한 모양이나 특별한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특유의 새하얀 색깔과 거대한 크기에서 신비로움을 느꼈다.
평소에도 풍경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종종 고민을 하곤 하는데 여기에는 선조들이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이 그림들을 열심히 봤던 것 같다.
고려시대의 불화는 동시기 중국이나 일본의 불화와 뚜렷이 구별되는데, 섬세한 표현과 독자적인 미감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공덕을 쌓기 위해 불교 경전을 손으로 베껴 쓴 사경에서는 당시 사람들의 간절한 발원과 깊은 신앙심을 느낄 수 있다. 함께 전시된 현대 조각은 인간 세계의 번민에서 벗어나 숭고함에 도달하고자 하는 불교미술의 주제와 어우러진다고 한다. 위 불상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간절한 마음과 걱정 없길 바라는 소망에 답변하듯 인자하지만 위엄 있는 미소를 띄고 있다. 나도 언젠가는 이런 미소를 띄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술관 내부에 커다란 원형 구멍이 있었다. 점점 창문이 내려오는 모습이 재밌어서 찍어보았다. 여기는 4층에서부터 내려오는 계단이다.
기념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에코백, 장식품, 그릇 등등 다양한 물건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요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게 감성이 느껴지는 상품들이었다.
- 아니쉬 카푸어 이중 현기증 (2012, 스테인리스 스틸)
이 작품은 상당히 신기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굴곡이 있는 거울인데, 이 사람처럼 앞에 서면 인물이 2개로 갈라진다. 작가가 이 작품의 이름을 정할 때도 이를 노리고 지은 게 아닌 가 싶다. 또, 뒤에 같은 거울이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서면 계속해서 비춰지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엘리베이터 같은 곳에서 계속해서 반사되는 모습은 종종 보았는데 거기에 굴곡이 더해지니까 더욱 신기했다.
여월지항 박영숙 백자
전시 제목인 ‘여월지항(如月之缸)’은 원래 ‘시경 소아’, ‘천보’ 시에 나오는 구절 ‘여월지항’을 응용한 것으로 그의 작업이 차오르는 달처럼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달항아리는 몸체에서 느껴지는 넉넉한 자연스러움과 흰빛에서 느껴지는 검박함으로 인해 유고문화의 표상이자 조선후기 백자를 대표하는 기형으로 널리 평가받는다고 한다. 조명도 백자의 위쪽 절반 정도만 비추게 의도한 것 같은데 백자의 넉넉스러움과 입체감을 표현하는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번 미술관 방문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우리나라의 얼이 느껴지는 여러 문화재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많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옛날에 기품이 느껴지는 불상, 청자, 그림 등을 만들어냈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현재의 기술로 따라 만드는 것은 물론 쉽겠지만 그 시대 때 진정으로 그 사람들이 느끼고 감명을 받았던 점들은 절대 따라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그 시절 감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무늬, 구도, 질감 등을 생각했는지에 대해 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렇게 계속해서 생각해볼수록 나의 예술 감각도 늘어가는 것 같아 보람찼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