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다'에는 다섯 가지 뜻이 있다.
1. 두 물체를 맞대어 문지르다
2. 어떤 재료에 다른 재료를 넣어 한데 버무리다.
3. 어떤 물건이나 재료를 두 손바닥 사이에 놓고 움직여서 뭉치거나 꼬이는 상태가 되게 하다.
4.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부하는 행동을 하다.
5. 많은 사람 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다.
주로 앞의 세 가지 뜻으로 많이 쓰이는데, 양손을 비비거나 볼을 맞대고 비비는 건 1번이고, 밥을 비비고 국수를 비비는 건 2번이며, 볏짚을 비벼 새끼를 비비 꼬는 건 3번이다.
그런데 유독 1번에 해당하는 '비비다'만 '부비다'로 달리 쓸 때가 많다. 볼을 부빈다거나 손을 부빈다고 말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비부비춤'이라는 묘한 춤 이름까지 나올 지경이다.
'비비다'를 '부비다'로 잘못 알았다거나 '부비다'가 '비비다'보다 발음하기 편해서라면 '밥을 부벼 먹자'라거나' 몸을 부비 꼰다' 또는 '부빔밥'이나 '부빔국수'라고 할 만도 한데 그런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한 가지겠다. 서로 얼굴이나 손 또는 몸의 일부분을 맞대고 문지르며 사랑과 애정을 맘껏 드러내는 행위가 양푼에 밥과 나물을 잔뜩 쏟아 붓고 쓱싹쓱싹 비벼 대는 행위와 같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이리라. 나라도 해맑게 웃는 아기의 볼에 자신의 볼을 맞대고 사랑스럽게 문지르는 엄마의 모습을 국수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버무리는 모습과 뒤섞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긴 '부비부비춤'을 '비비비비춤'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그게 아니라면 혹시 '붐비다'를 연상한 결과일까. 붐비는 곳에서는 몸을 비빌 일이 잦을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무려나 십수 년 뒤에는 '부비다'라는 '낱말이 표준어로 새롭게 지정돼 '비비다'와 가려 쓰게 될른지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비비다'만이 표준어다. 그러니 밥을 비비는 것이든 볼을 비비는 것이든 비빈다고 하는 수밖에.
당연히 맞부빈다거나 맞부벼 댄다는 표현도 '맞비비다'나 '맞비벼 대다'로 가려 써야겠다.
참고 도서 《동사의 맛》 김정선 지음
첫댓글 저도 부비다를 쓰고 싶은데. 비비다로 씁니다.
어감상 뭔가 사랑스러운 꼬물꼬물한 그 무엇은 부비다가 더 당기는 건 뭘까요?ㅎ
잘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