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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예산 10조원…
1원이라도 필요한 곳에 쓴다”
“모 공대학장이 ‘과학기술 관련 문제가 있을 때 과거엔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는데 이제 혁신본부를 찾아가면 된다’며 기뻐하더라” “한국인 우주인은 내년 1월쯤 최종 후보 2명을 확정하게 된다. 그 중 한 명이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 7∼8일 간 350㎞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며 과학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정부가 확정한 2007년도 R&D 예산(기금포함)은 올해보다 9348억원, 10.5% 늘어난 9조8443억원으로 편성됐다. 정부의 이 같은 R&D투자 증가율은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이며 2004년 과학기술혁신본부 출범 이래 2년 연속으로 복지, 국방 등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조원에 달하는 이 막대한 예산을 조정하고 배분하는 일을 담당하는 곳이 과학기술혁신본부라는 조직이다. 정부는 2004년 10월 과학기술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고 20개 부처 공무원과 19명의 민간인으로 이루어진 과학기술혁신본부라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조직을 만들었다.
출신도 배경도 성향도 제각각인 데다 세계 어느 누구도 운영해 보지 못한 조직에서 출범 2년 연속으로 부문별 최고 예산증가율을 기록, 물경 10조원을 확보한 것이다. 물론 과학기술육성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지만 시스템 정착, 가시적 성과 도출 등 안팎에서 잇단 인정을 받은 결과이다. 외국에서도 배우겠다고 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혁신적 외인부대’라는 평가를 받았던 혁신본부의 초대 ‘부대장’은 기획예산처 예산실장, 과기부 차관을 지낸 임상규 본부장이다. 그는 호방하고 활달한 성격으로 과기부 내에서 큰형님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반면 경제기획원 출신답게 업무에서는 칼로 무 자르듯 깔끔하게 처리하는 일솜씨를 갖고 있다.
임 본부장은 “소중하고도 소중한 국민들의 세금에서 나온 R&D예산이고 국가의 미래의 초석을 다질 과학기술에 사용되기에 10조원에서 1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R&D라는 특성을 감안, 예산을 조정함에 있어서는 짠돌이, 자린고비 경영을, 필요한 곳에 배분함에 있어서는 열린 경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년 동안 과학기술혁신본부 운영에 대한 소감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짧은 기간 내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고 여러 일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출범 당시만 해도 비관적 시각이 많았다. 복잡한 인적구성에다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 예컨대 기획·조정, 평가, 예산 등을 잘 하겠느냐는 우려였다. 무난하게 새로운 체제가 자리잡았다고 하니 기쁘다.
실제로 작년 전국 공과대학장 협의회에서 어느 공대학장이 이런 말을 했다. “과거에는 과학기술관련 문제가 있을 때 어디로 찾아가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 혁신본부를 찾아가면 된다. 혁신본부에서는 결론을 내주던 다른 길을 알려주던 반응(response)한다는 게 큰 변화이다.” 우리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정부 전체예산을 총괄하는 예산실장을 지낸 재정통이자 정통 경제관료인데.
혁신본부장은 과학기술분야 전반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핵심기능인 종합기획·조정, 평가, 예산조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대학에서 공학(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을 전공한 경험도 업무상으로 생소한 분야인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과거의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예산처를 거치면서 28년여 간 경제전반을 거시적으로 보고 정부 전체 예산을 종합조정·편성하는 데서 쌓아온 경험, 나름대로 잘 쌓아왔다고 생각하는 인간관계 등을 고려하면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개인으로서는 신설조직을 이미 한 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 1998∼1999년 기획예산위원회가 신설되고, 그 후 기획예산처로 승격되며 완전히 탈바꿈할 때 총무과장, 공보관을 맡으며 실질적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 그동안 이룬 성과를 꼽는다면.
먼저 과학기술정책과 관련 기획·조정, 평가 그리고 R&D 예산 조정기능을 확립하여 과학기술부총리체제를 확고히 정착시켰다. 연구개발예산을 크게 확대한 것만이 아니라 예산 규모를 늘리면서 투자 효율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도 확실히 추진했다. 작년 11월과 올해 9월에는 미래 성장동력 연구성과 전시회를 개최해 홍보도 했다. 과학기술계의 사기가 높아지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진 게 가장 큰 성과이다.
- 혁신본부 성공적 안착 비결로 하나는 예산조정권 확보, 또 하나는 과학기술관계 장관회의로 볼 수 있는데.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는 혁신본부 출범과 함께 부처 간 현안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신설한 제도이다.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의장으로 재경·교육·국방·문광·기획예산처·국무조정실장·경제수석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한다.
2004년 11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명 당시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제1회 과학기술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여 신기술인증 제도 개선방안과 특허심사 기간 개선방안 등을 심의, 확정했다.
이후 2006년 10월까지 총 19차례 회의가 열려 84개의 안건을 심의했다. 여기에서 개발한 정책은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 사업,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 과학기술분야 일자리 창출, 우주기술 개발, 해외R&D센터 유치관련 법규정비 등이 있다. 지난 6월 22일 의결된 과학기술 분야 일자리 창출 건은 재경부 등 12개 부처가 참여해 만들었다.
IT와 BT의 융합 등 융합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지난 4월 개최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한 ‘범부처 융합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올해 말 계획을 확정하여 체계적인 지원을 할 예정이다.
- 정책에 현장감을 반영하기 위해 비공식 모임도 만들었는데.
과학기술정책과 관련한 산업 인력 지역혁신 정책 등에 관해 산 학 연 관 간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현장수요에 맞는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산 학 연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관계부처 간의 정책협의를 통해 보다 비중 있는 의견을 나누고 싶었다.
지난해 6월 30여 명으로 구성된 과학기술혁신정책협의회라는 첫 모임을 가진 이후 격월마다 모임을 가지고 있다. 2월에는 휴대인터넷 등의 정책방향을 구하고자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했고 이어 국립중앙박물관, LG경제연구원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우진이라는 중소기업을 방문, 기업 R&D투자 현황과 과제에 대해 공부했다.
(참여 인사로는 김광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 김상선 과기부 정책홍보관리실장,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이휘성 한국IBM 사장, 윤대희 연세대 부총장, 황윤원 중앙대 부총장, 오세정 서울대 교수, 박성주 KAIST 교수, 임형규 삼성종합기술원장,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임주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등이 회원이다. 여기에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박형식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사장, 백만기 김&장 법률사무소 변리사 등도 동참하고 있다.)
- 외국에서 새로운 과학기술 행정체제에 대한 관심이 크다.
과학기술부총리를 중심으로 과학기술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체제가 세계에는 드물다. 아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부총리의 정책조정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학기술혁신본부에 R&D예산의 조정·배분권을 부여한 것도 관심사이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서 국무위원급이 방문하여 자세히 물어보고 갔다. 대만에서도 우리의 과학기술행정체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전해왔다.
- 정부 R&D 예산의 상당부분은 출연연구 기관 쪽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연구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R&D 예산의 효율적인 쓰임새를 결정할 것 같은데.
2006년도의 경우 정부의 연구개발예산(8조9096억원)중 과학기술분야 3개 연구회 및 소관 출연연구원이 사용하고 있는 예산은 약 24.4% (2조1746억원) 수준이다. 큰 돈이다.
정부는 이에 출연연구원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된 연구환경을 조성하기로 하고 출연연구원 연구활성화방안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는 세계적 성과를 내도록 하는 톱브랜드프로젝트, 우수연구원 퇴직 후 활용확대와 정년 후 연장근무제도, 기관장 연봉의 성과중심 개편, 간담회 개최 등이다. 연구윤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연구윤리·진실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지침)’을 지난 6월에 마련하고 예방을 위해 윤리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선발에 국민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10월 중에 필기시험과 신체검사를 통해 1차로 선발된 245명에 대해 심층면접, 정밀신체검사, 우주적성 검사를 마치고 30명의 후보자를 추리고 이 중에서 내년 1월쯤 최종후보 2인을 확정하게 된다. 최종 선발된 2명은 2007년 초부터 약 12개월 간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 우주적응훈련 및 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 훈련을 받고 그 중 1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은 약 7∼8일 간 지상에서 약 350km 상공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면서 기초과학, 응용산업 등 전문 과학실험과 교육 목적의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 출범 2주년을 맞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포부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과학기술을 지향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제반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여 우리경제를 확고히 뒷받침할 미래 먹을거리 창출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할 핵심인재의 양성과 확보 노력을 강력히 추진하겠다. 고령화, 에너지·환경문제 등 국가적 현안에 대처하고 서비스산업과 혁신형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과학기술이 기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
He is…
조직장악력·소탈함 갖춘 큰형님
임상규 본부장은 공무원 시절 내내 목소리가 하도 커서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업무는 매섭고 깔끔히 처리하여 요직을 두루 맡으면서도 뒷말을 남기지 않았다. 활달한 성격 탓에 직원들과 운동과 술을 즐긴다. 상관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행동할 만큼 자유분방한 성격이 무기. 과장보다는 국장, 국장보다는 예산실장 등 주어진 역할이 클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타입이다. 강한 추진력, 친화력이 좋아 여러 부처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는 초대 본부장에 발탁됐다. 과기부 내에서도 별명은 큰형님. 다양한 출신의 구성원들에게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의 의견을 자주 많이 듣는다. 매달 혁신본부 전 직원이 참여하는 호프데이를 개최하고 종종 직원들과 삼겹살을 함께 들면서 선배 공무원으로서 격려와 충고도 잘한다. 기획원, 과학기술계, 연구소뿐만 아니라 대학, 기업 등 각계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폭 넓은 교류를 하고 있다. 또한 경제기획원 출신에 경제부처 요직을 장악한 행시 17회 동기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의 행시동기는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 박병원 재경부 1차관, 진동수 재경부 1차관, 김종갑·이원걸 산자부 1, 2차관, 김용민 조달청장, 윤대희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등이다. 전윤철 감사원장, 진념 전 부총리, 장승우 전 장관, 김인호 중소기업연구원장 등 기획원 선배들과도 자주 만난다. 임 본부장은 공직 생활 30년을 넘으면서는 내면의 풍요로움을 중시하고 있다. 골프를 쉬는 대신 주말에 다독(多讀)하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나간다. 정신과 전문의 이무석 박사가 쓴 《30년만의 휴식》을 읽고 마음에 진정한 쉼과 여유를 찾았다고. 또한 와인에 대한 지식서로도 꼽히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은 아들에게 추천 받아 7권을 완독했다. |
■ 1949년 광주출생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학사편입, 74년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행시 17회로 체신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경제기획원 원가조사과 사무관 시절 깐깐하기로 소문난 이철수 과장(전 기술신보 이사장)에게 업무의 기본을 배웠다. 시라큐스대에서 경제학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뒤에는 기업 2과장 경제조사과장을 비롯해 총무과장 공보관 등을 두루 거치며 요직 중 요직인 예산실장을 맡았다. 2004년 1월 과학기술부 차관에 발탁됐다가 같은 해 10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취임했다. 부총리 체제하에서 과기부 차관이 장관 보좌라면 혁신본부장은 부총리 보좌로서 일반 차관급보다 위상이 높다.
첫댓글 광주일고 43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