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캄보디아 시엠립시의 꼭 트나웃 마을에 한 초등학교가 개원했다. 1억원이 넘는 건축비용을 부담한 사람은 경기 안성 서일농원 대표 서분례(62, 법명 자비화) 원장이다. 지난해 환갑을 맞아 가족들에게 “환갑 잔치 대신에 돈을 달라”고 요청해 학교를 건립한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즐겁다. 막히는 도로도, 텅 빈 도로에 뻘쭉하게 놓여있는 빨간 신호등에도 언짢지 않다. 지난 12일, 일체유심조를 생각하며 농원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자비와 보시엔 무르익은 장맛이 난다
“주 업무는 봉사, 여행사 농원은 활동위한 수단”
자비실천회 설립, 캄보디아에 6년째 구호사업도
장류사업 성공 밑천, 박물관 양로원 등 설립 추진
깔끔하게 정돈된 농장 곳곳으로 오래된 돌들이 눈에 띈다. 옛날에 사용했던 맷돌에서 물을 담는 수조, 대형 방아 등등. 그보다 방문자가 놀라는 것은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항아리다.
세 곳으로 나뉘어 도열한 항아리와 건물 처마를 장식하며 익어가는 메주가 장관이다. 전통방식 그대로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서일농원의 서분례 대표가 환한 미소로 맞았다.
서일여행사와 서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서분례 대표의 삶은 불교와 봉사로 점철돼 있다. 사업가들이 수입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반적 모습과 반대로 서 대표에게 사업은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한 보조 수단이었다.
서 대표는 결혼을 통해 불법을 만나게 됐다. 개신교인이었던 그녀가 독실한 불교집안으로 시집을 오게 된 것. 사찰에서 절을 하는 사람에 대해 ‘나무나 돌로 만든 우상에 절을 하는 미신행위’라 생각했던 그녀는 결혼을 하면서 오히려 ‘예수쟁이’가 됐다. 한참을 종교적 문제로 방황하다가 ‘불교가 뭐길래 그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계사 인근 불교서점에서 책을 펴보는데 ‘내가 착하게 살면 그것이 곧 부처가 되는 길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사진> 서일농원 서분례 대표가 지난 12일 메주의 발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서 대표는 노인을 위한 양로원 건립을 발원하고, 보시하는 삶을 살고 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었어요. 불교에서는 바르게 사는 길을 제시하고 있구나. 잘못을 회개하라고 강요하는 여타 종교와 달리, 내가 복을 짓는 만큼 좋은 인연을 맺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사서 10번을 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는 발길 닿는대로 찾아간 곳이 바로 서울 연화사였어요.” 절에 간다고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서 대표를 보고 시어머니가 그렇게 좋아하더란다.
“25년 전에 여행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때 일이에요. 당시 저는 천박한 봉사활동을 했어요. 왜 회사에서 연말에 복지시설을 방문해 물품 쭉 쌓아놓고 기념사진 찍고 오잖아요.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당시에 저도 당시 그랬죠.”
서분례 대표에게 또 한번 인생의 전환기를 가져온 계기는 연말에 여행사 직원들과 함께 당시 수락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던 서울시립양로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방문하는 날 한 할아버지가 죽음을 맞았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를 슬퍼하지 않는 것 아닌가. 다음날 화장장에 간다길래 아침 일찍 다시 양로원을 찾았다. 어떻게 장례가 치러지는지 궁금했다.
싼 나무로 관을 짜서 시신을 넣고, 원장과 운전기사 둘이서 벽제화장장으로 옮기는 것이 전부였다. 시신을 지키는 이도 없었다. 한참만에 화장된 뼈를 갈아 한 주먹 정도의 재만 건네받는 것을 본 그녀는 두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처음가 본 화장터의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아, 나도 죽으면 결국 저렇게 되고 마는구나.’
“내가 저 노인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줘야겠다.” 이후 매달 양로원을 찾아 생일잔치를 열어주기 시작했다. 두 번째 방문까지도 무심하게 대하던 노인들은 세 번째 방문하자 그때서야 마음을 열었다. 그렇게 일년이, 십년이 흘렀다.
“양로원을 가면서 귀걸이, 목걸이, 반지 등 내 몸을 장식했던 장신구들이 하나 둘 줄어들기 시작하고, 신발굽이 낮아지더군요. 보석을 하나씩 빼내면서 큰 정신을 얻었어요.”
그 당시 한 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의 한 보살님이 사업이 잘못돼 땅을 매각해야 하는데, 인연이 있으니 서 대표가 그 땅을 제 가격에 구입하라는 연락이었다. 제대로 된 시설에서 노인들을 모시고 싶었던 그녀는 양로원 건립을 서원하고 그 땅을 매입했다. 하지만 절대녹지지역이라 건물 증축이 불가능했다. 양로원을 세운 다음에 지속적으로 경비를 충당할 일도 과제였다.
“빈땅을 놀리기 뭐해 콩을 심었어요. 그리고 가을에 수확을 했는데, 콩을 팔려고 하니 흘린 땀에 비해 아주 낮은 가격을 부르더군요. 그래 메주를 쑤어 된장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줬어요. 한 사람이 고맙다면 봉투에 돈을 약간 담아 주는 거예요. 무릎을 탁 쳤죠. ‘이거다!’ 하고요.”
음식솜씨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듣던 서분례 대표는 본격적으로 된장, 고추장 사업을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유달리 항아리에 애착이 많았던 서 대표는 ‘항아리를 실컷 볼 수 있다’는 즐거움도 컸단다. 장맛을 직접 맛볼수 있게 식당을 차렸는데, 깔끔하게 차려진 식단이 입소문을 타고 3만여명의 회원을 엮어냈다.
7년전, 연화사 주지스님이 과제를 건넸다. “캄보디아가 불교국가인데,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많은 스님들이 피부병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약 좀 구해서 우리 여행 삼아 한번 캄보디아를 가 보면 어떨까요?”
습진을 비롯해 각종 피부병을 앓는 스님 500여명을 치료하고 귀국을 하려는데 캄보디아 왕사 텝퐁스님이 한 아이의 배를 만져보라고 권했다. 배 안에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회충이었다. “내년에 아이들을 위해 회충약을 구해 와 줄수 있습니까?”
앞뒤 생각없이 그러마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약값이 적은 돈이 아니었다. 보다 싼 가격에 약을 구입하기 위해 제약회사에 공문을 보내야 한다길래 ‘자비실천회’라는 단체명을 만들었다. 탤런트 강부자 씨를 비롯해 몇몇 지인들과 돈을 모아 회충약 3500명분을 구입해 다시 캄보디아에 갔다. 그렇게 6년째 구호사업을 펼치는 동안 단체 이름뿐이던 자비실천회에 40여명의 회원이 가입을 했다.
“한 학교에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을 지어줬어요. 그런데 다음해 가보니 화장실 입구에 태국기와 캄보디아 국기를 나란히 그려놓은 거예요. 고마움을 아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수 있었어요.”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맨발로 땅을 밟아야 하는 아이들. 교실에 빽빽이 앉아 땀을 흘려가며 공부를 하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서 대표의 눈에 밟혔다.
지난해 환갑을 앞두고 남편과 자식들을 모아놓고 서 대표는 “환갑 잔치 대신에 돈을 줘라. 쓸데가 있다”며 5000만원을 받아 학교를 짓기 시작했다. 1억원에 달하는 건물은 서 대표가, 200여개의 책상과 의자는 자비실천회 회원들이 부담을 했다.
“한번은 회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이 창가에 붙어서 부러운 눈빛으로 우리가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더군요. 그 눈을 보니 목이 막혀서 밥이 안 넘어가요. 이후로는 도시락을 준비해 다 같이 먹습니다. 지난해 교사와 운동장을 완공하고, 지금은 식당을 짓고 있어요.” 서분례 대표의 얼굴을 바라보니 행복함이 가득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전날 내린 눈이 농원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양로원은 몇 년이나 방문했었나요?” 문득 첫 대화가 생각나 질문을 했다. “지금도 매달 한번씩 가서 생일잔치 하고 있어요. 몇 년전에 가톨릭 봉사단체에서 운영을 위탁받고 강동구로 옮겼는데, 법당을 없앤 거여요. 두 달을 안 갔죠. 그랬더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구청을 찾아가 데모를 해서 결국 법당을 만들었답니다. 그러니 어찌 안 갈수가 있나요.”
올해 서일농원에는 된장, 고추장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장류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어 양로원 공사도 진행할 계획이란다. “가난한 노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좋은 양로원을 세우겠다”는 20대 후반 자신과의 약속을 위해 정진하는 서분례 대표의 삶. 관세음보살이라 불러야 할까, 약사보살이라 불러야 할까.
서일농원은 /
2만여평의 부지위에 자리한 서일농원은 다양한 자연체험 공간과 좋은 식단을 자랑한다. 50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는 뜻의 ‘솔里’ 건물에서는 직접 서일농원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2000여 개의 장독에서 2년간의 숙성을 거치는 된장과 고추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콩을 가마솥에서 삶아 지푸라기로 엮어 메주를 쑤는 전 과정이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서분례 원장은 음식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정성’을 꼽는다. 좋은 음식은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을 만들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봄이면 배나무와 매실나무 꽃이 장관을 이뤄 가족 나들이로도 좋다.
첫댓글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
나무 지장보살 마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