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띄어쓰기]
제가 한글이나 맞춤법에 대한 내용을 편지로 보내드리면서, 이것만은 큰 맘 먹고 꼭 자세히 설명해야지 하는 게 몇 개 있습니다.
얼마 전에 보내드린 사이시옷 문제도 그것이고, 띄어쓰기, 단위 문제 따위가 그런 겁니다. 글자나 낱말 하나의 문제가 아닌 이런 문제 저런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 일을 시간 나는 대로 풀어가야 하는데, 오늘은 띄어쓰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먼저, 띄어쓰기는 원칙이 있습니다. 아주 쉬운 원칙이죠. ‘낱말별로 띄어 쓴다’가 바로 그 원칙입니다. 우리글은 낱말별로 띄어 쓰면 됩니다. 그럼 낱말은 뭐냐? 바로 국어사전에 하나의 단위로 올라있는 게 낱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아홉 가지 품사도 낱말로 취급해서 띄어 씁니다. 다만, 조사는 예외적으로 붙여 씁니다.
원칙이 간단하죠? 낱말별로 띄어 쓴다. 품사도 낱말로 취급한다. 단, 조사는 예외적으로 붙여 쓴다. 이게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의 원칙입니다.
오늘은 첫 편지니까 간단하게 ‘우리’를 어떻게 띄어 쓸지 알아볼게요. ‘우리’는 “자기나 자기 무리를 대표하여 스스로 일컫는 말”인데요. 당연히 ‘우리’는 사전에 올라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우리아버지, 우리집, 우리누나, 우리청 따위는 어떻게 쓸까요? ‘우리’와 붙여 써야 할까요, 띄어 써야 할까요?
앞에서 말한 대로, 띄어쓰기는 낱말별로 하고, 낱말은 사전에 하나의 단위로 올라있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럼 답은 간단하죠. ‘우리나라, 우리아버지, 우리집, 우리누나, 우리청’을 사전에서 찾아봐서, 사전에 있으면 붙여 쓰고, 없으면 띄어 쓰면 됩니다. 간단하잖아요.
참고로, ‘우리’가 붙어서 사전에 올라가 있는 말은,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글’ 이 세 개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이 세 개만 붙여 쓰고, 나머지는 모두 띄어 써야 합니다.
글이 슬슬 길어질 낌새가 보이는데요. 그래도 가능하면 줄일게요.
한글 맞춤법 띄어쓰기에 “전문 용어는 낱말별로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되, 붙여 쓸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중거리 탄도 유도탄’이라고 쓰는 게 원칙인데, ‘중거리탄도유도탄’이라고 써도 된다는 거죠. 이렇게 전문용어는 나름대로 정의해서 쓰면 됩니다.
제가 글을 읽으면서 띄어쓰기가 없어서 참 한심하다고 느낀 부분이 바로 법령 이름입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처럼 다 붙여 씁니다.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다행히, 올해부터는 법령이름을 띄어 쓴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 개의 낱말로 보아 띄어쓰기 없이 붙여 쓰던 법령제명에 ‘띄어쓰기’를 적용하는 거죠. 법제처에서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2005년1월부터 제.개정되는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이나 규정, 훈령, 예규들은 모두 띄어쓰기를 하며 기존 법령의 명칭은 종전대로 붙여서 사용된다.”라고 합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참 다행입니다.
이왕이면, ‘종전대로 붙여서 사용된다’도 ‘종전대로 붙여서 사용한다’라고 썼으면 더 좋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