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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메이저 (누가 세상을 굶주리게 하는가)
과거에는 카길-컨티넨털-루이 드레퓌스-벙기-앙드레를 5대 곡물메이저로 칭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미국계 곡물회사인 ADM과 콘아그라의 곡물 취급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현재는 미국과 유럽의 7대 곡물메이저를 의미한다. 7대 곡물메이저는 미국계 카길-ADM(퇴퍼)- 콘아그라(피비)-컨티넨털(카길과 2001년에 곡물 부문 합병)과 유럽계 루이 드레퓌스-벙기-앙드레(가낙)이다. 이밖에 일본의 미쓰이-미쓰비 시-마루베니와 캐나다 UGG-애그로, 이탈리아 페루치 등이 세계적인 곡물 유통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에너지 위기가 닥쳤을 때 지구촌 사람들은 석유메이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중동 산유국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세계의 석유 유통을 지배해온 거대 석유자본가들을 이렇게 부른다.
식량자원 부문에서도 석유 메이저와 버금가는 유통 지배력을 가진 '곡물메이저'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산물 개방 협상으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국제적인 식량 문제에 집중되면서 곡물메이저가 존재가 주목받고 있다.
곡물메이저란 국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식량자원, 특히 곡물생산국에서 소비국에 이르기까지 교량적 역할을 맡고 있는 미국의 곡물상사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생산국-소비국에 집하 및 수집 기능을 갖추고 곡물 유통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소수 기업이 취급하는 곡물 스케일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석유메이저와 마찬가지로 곡물메이저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 7대 메이저 활약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 정도를 쥐락펴락하는 곡물메이저의 거래 내용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국가별 작황-수급 상황-거래 내역 등 정보는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세계 각국에 있는 지사나 대리점을 경유해 거래함으로써 발주지와 도착지의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국내외에 거미줄 같은 정보망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인공위성을 통해 밀-옥수수-쌀 등 세계 주요 농작물의 국가별 작황까지 수시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지 농산물 생산지나 시카고 선물거래소 등에서 다량의 곡물을 매입, 정부와 기업에 판매함으로써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곡물 매매의 중계는 물론 산하에 선박회사까지 소유, 곡물의 수송과 가공-하역-선적-배분-저장 등 유통 과정까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 다른 상사가 곡물 거래에 파고들어갈 여지가 없을 정도다. 이들은 세계의 곡물 수확뿐만 아니라 시카고 곡물 시장의 가격을 조작해가며 세계적인 스케일로 곡물 무역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의 비밀스러움은 자금결제에서도 잘 드러난다. 카길은 곡물 거래에 따른 자금결제를 스위스 현지법인인 트레이닥스를 통함으로써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 즉, 법인세율을 낮추고 외환거래가 자유로우며 비밀거래 계좌의 설치가 가능한 것이다. 루이 드레퓌스의 소세프, 벙기의 주르핀 등도 자금결제를 위한 스위스 현지법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곡물메이저의 특징은 스코틀랜드계인 카길을 제외하고 모두 유대계 자본이라는 점이다. 또 권력의 중심이 가족에게 집중돼 있다. 즉, 주식을 가족이 분산해 가지고 있다. 곡물메이저는 홍보(PR)활동을 별로 행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은 오래 전부터 곡물 거래를 하기 위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소망스러운 것으로 믿어왔다. 이 때문에 곡물메이저의 매출액이나 순이익은 거의 공개돼오지 않았고, 추측만으로 이들의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알려져 왔다.
곡물메이저 중 최고인 카길은 1865년 윌리암 카길이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소금 판매업으로 출발해 20세기 후반에는 미국 최대의 개인기업으로 성장했다. 자본의 90%를 맥밀런 일족과 카길 일족이 지배하고 있을 정도로 폐쇄적이다.
카길은 1980년대부터 각종 관련 기업을 적극인수-합병함으로서 기업의 규모를 키웠다. 예컨대 1986년부터 98년 10년간만 하더라도 50여 개의 엘리베이터(곡물창고)를 인수-합병하였으며 컨티넨털사의 곡물 부문 유통 사업을 인수-합병함으로서 실질적으로 세계 최대 곡물 메이저의 기틀을 다졌다. 이로서 카길은 곡물의 저장과 수출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세계 2위의 ADM은 1800년대 중반 존 다니엘과 조지 아처가 아마씨 분쇄업으로 곡물업을 시작했다. 본부는 미국 다코타에 있으며 세계 각지에 205개의 가공공장을 운영 중이다. 181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향신료무역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벙기는 아르헨티나 자회사를 통해 남미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이 제2의 대두 생산국으로 올라서며 벙기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1877년 조지 앙드레가 설립한 앙드레는 스위스에서 곡물상으로 출발했다. 앙드레는 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미국에는 가낙이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비밀스럽게 움직이던 곡물메이저들이 역사무대에 나타난 것은 1972년 옛 소련이 미국산 곡물을 대량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때부터다. 즉, 그해 곡물 부족에 고심하던 소련이 비밀리에 곡물메이저와 접촉, 이제까지 곡물 무역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막대한 양의 곡물 계약을 맺으면서 곡물메이저의 존재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곡물메이저는 주식 공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들추어내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곡물메이저가 곡물거래에 우위성을 발휘해가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국제적인 유통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이 어두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곡물메이저는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세계의 정치-경제 등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이들은 단순히 대량의 곡물을 움직이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정부의 식량 안전보장에 깊이 개입돼 있다. 미국 정부와 긴밀히 밀착돼 막강한 파워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쉽사리 무너질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도는 31% 가량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소비하는 총곡물 중 69%를 수입하는 것이다. 쌀은 완전 자급 수준에 있으나 대부분 다른 곡물의 자급도는 5%도 안 되는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약 5백50만~6백만t의 쌀을 포함해 총 7백만~7백50만t의 곡물을 생산하고 있으며 1천5백만t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오랜 기간 곡물을 수입해오면서도 해외 곡물 시장에 대한 관심은 미흡한 편이다.
사진은 충북 소로리 출토 탄화미 2만년 정도 됨
곡물 안정 확보 위해서 일각에서는 곡물메이저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쌀농사가 대풍을 기록해 세계 곡물 수급 문제와 한국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곡물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자금만 있으면 필요한 양의 곡물을 언제든지 자유경쟁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곡물메이저를 과소평가한 것이며 곡물메이저들은 과거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등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곡물의 안정적인 수입-확보라는 차원에서 곡물메이저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곡물메이저란 곡물의 저장-수송-수출입 등을 취급하는 세계적인 상사로 취급량과 독점도가 높은 기업을 뜻한다. 석유메이저인 쉘-스탠더드오일 등에 대비해 이렇게 부른다.
국제곡물 시장은 곡물메이저가 장악하고 있어 이들의 횡포를 막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곡물메이저는 세계 곡물교역량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통 분야 시장점유율도 총 저장 능력에서 75%, 수출 취급 능력에서 56%, 밀 제분에서 69% 등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곡물메이저는 언제든지 수출금지-가격담합 등 불공정 무역을 자행할 수 있다. 이는 세계 곡물 시장이 WTO 등 국제기구의 규범에 따라 유지되기보다는 이들 곡물메이저에 의해 혼란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곡물메이저를 '곡물마피아'로 부르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곡물메이저는 기업 이익을 위해 세계의 식량을 담보로 냉혹한 곡물교역을 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곡물메이저 중 넘버원인 카길은 1998년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에 구상무역 형태로 밀 2,000t을 수출하기로 계약했으나 북한의 아연괴가 준비되지 않자 운송 중이던 수출선을 공해상에서 돌려 다른 나라에 수출했다. 이들이 자선단체(?)가 아니라 영리기업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곡물메이저는 국가간 전쟁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미국은 카터 대통령 시절에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빌미로 엠바고(embargo)를 시행했다. 엠바고는 정부가 곡물상들에게 수출 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당시 소련은 미국에서 밀을 수입해오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을 때였다. 결국 미국의 엠바고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실패했다. 곡물은 이처럼 석유와 함께 어느 때든지 무기화할 수 있는 전략물자이다. 곡물 안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세계 곡물 수급은 공급이 수요를 약간 웃돌아 절대적인 부족 상태는 아니나 중장기적으로 공급량 증가 한계와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비관적인 전망이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태풍 매미 등 기상이변에 의한 흉작도 무시 못할 요소로 곡물이 언제든지 무기화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축산의 60%는 사료이고 사료의 90%를 수입 곡물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수입국답게 현재 국내에는 곡물메이저 중 카길-ADM(퇴퍼) 등이 지사를 두고 있고 루이 드레퓌스-벙기-앙드레 등은 대리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 마쓰이-미쓰비시-마루베니 등 모두 60여 개의 곡물상사 에이전트가 진출해 치열한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옥수수-사료용 밀-대두 수입량의 60%를 곡물메이저로부터 수입했고, 이 중 옥수수는 카길(컨티넨털 그레인 포함)이 50%를 공급하고 있다.
곡물 유통 전문가들은 곡물의 안정적 효율적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급변하는 곡물 시장에서 지금과 같이 곡물메이저를 통한 공개구매는 시황을 자극해 가격에 영향을 미치므로 오히려 불리하며 적정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따라서 곡물 도입의 점진적 다원화가 필요하며 구매방법도 선물거래-현지거래 등으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곡물 자급률이 낮음에 따라 곡물유통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입하고 현지에 진출해 직접 곡물을 구입하는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세계 최대 곡물선물거래소인 시카고곡물거래소(CBOT)의 활용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촉구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곡물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개별기업과 단체로 각각 소규모로 구매를 하고 있어 선물거래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해 꺼리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곡물 18% 생산하는 미국
전 세계 곡물생산은 지난 20년간 경지면적의 확장과 단위당수확량의 증가로 약 2배의 증산을 이뤄, 많은 사람이 염려해온 것보다는 상황이 괜찮다. 곡물생산량은 1961년에 8억4천6백만t, 1985년에 16억4천만t에 비해 2002년은 20억1천8백만t으로 각각 94%, 419% 증가했다. http://blog.naver.com/nmhds/90078601777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미국-중국-인도-러시아 등이 10억t을 생산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곡물별로 옥수수의 경우 미국-중국-브라질 순으로 3대 생산국이 전 세계 생산량 6억t의 64.5%를 점하고 있으며 소맥의 경우는 중국-인도-러시아-미국이 세계 생산량 5억6천8백만t의 45%를, 대두의 경우는 미국-브라질-중국의 순으로 세계 생산량 1억8천만t의 73.4%를, 잡곡은 러시아-미국-독일 순으로 세계 생산량 2억8천만t의 24.5%를, 쌀은 중국-인도가 세계 생산량 3억8천8백만t의 51.8%를 차지하고 여기에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를 합치면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주요 곡물의 경우 대체로 3개 국가가 세계 생산량의 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단일국가로서 세계 곡물 생산의 18.3%를 차지하고 있다. 쌀을 제외한 소맥-잡곡-대두의 경우 3대 생산국에 미국과 중국이 함께 들어가 있다. 중국은 3대 생산국에 속하면서도 인구가 13억이 넘어 수출국으로서는 간헐적으로 등장한다. 오히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잠재적인 수입 가능국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은 1960년대 10억 인구에 2억t을 생산한 것에서 현재 13억 인구에 4억t을 생산하는 비약적인 증산을 이뤘다. 미국은 현재나 미래나 중요한 수출국으로 예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