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수선하다
언덕을 향하던 눈이 불시에 박혀버렸다
두리번 긴 혀를 내밀고 느릿느릿 길 찾는 저것
어둠에 살찐 통통한 몸통 응시하는 세모 눈
봄볕에 멱살 잡혀 끌려나온 뱀이랑
하필 그 좋은 봄날 눈 맞춤 해버렸네
문디야 나는 니 잘 안다 덜덜 떨며 노려본다
하와를 꼬드길 때 교묘하고 음흉했지
그럴싸한 미혹으로 그 심장을 쏘았지
창세가 3장을 읽어 봐 넌 원죄의 제공자
지천에 놓인 유혹의 덫 문어발로 다니고
아니라 변명해도 내 안 움키는 죄의 삯
저주의 저 혀를 이겨야지 이제 마악 봄인데
어떤 기억
깔끄러운 모서리 짚동 속은 따스했다
숨고 숨는 얕고 깊은 아이들의 숨박꼭질
이것아 고마 삐대라 쓰기 전에 부서진다
듬성듬성 그 목소리 가슴을 털어내고
마당을 꽉 채운 촘촘히 엮인 이엉들
횡금빛 지붕에 펄렁이던 망자의 옷자락
가을이 떠나가도 가난은 그대로 남고
갈라진 아버지 손가락엔 검은 짚물만
아직도 기억 속 움 트는 아버지의 행보들
-《대구시조》 2023, 27호
카페 게시글
시조 작품
죄를 수선하다/ 어떤 기억/ 심인자 시인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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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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