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사장을 나와서 83번 고속도로를 따라 펼쳐진 광활한 농장을 한참을 지나서 노스쇼어NorthShore의 맛 집에 들렀다(지오반니새우트럭:Giovanni’s Shrimp Truck). 바닷가의 마을입구인데 건물을 지어 상점을 내지 않고 포장마차처럼 개조된 차량컨테이너에서 손님을 맞이하여 노천에서 식탁에 앉아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잘되는 곳은 손님이 줄을 서 있고, 다른 곳은 여유가 있었다. 이곳 역시 한국 사람들로 붐볐는데 이유는 ‘백종원’효과였다. 그가 거처가면서 추천한 음식은 모두 손님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그 효과를 알고 있는지 간판과 메뉴판은 한글일색이다. 메스컴이나 SNS의 위력을 실감하는 사례이다. 여기서 가족은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우리는 할아이와Haleiwa바닷가로 나갔다. 집채만한 파도, 노도(怒濤)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의 큰 파도가 백사장에 부서질 때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서핑의 천국, 서핑의 본류라는 생각이 주변 상점에 전시된 서핑보드와 파도가 매칭되었다. 거대한 파도를 보니 일전에 거대한 파도를 찾아가는 서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떠올랐다. 거대한 파도의 향연은 도로를 따라 더욱 장관을 펼치고 있다. 라니아케아비치- 거북이비치에서 도로 옆에 차를 세우고 가족은 해안 백사장으로 내려갔다. 이곳에서는 거북이도 볼 수 있다고 하였는데, 파도가 너무 세차서 그럴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한참을 앉아서 파도의 장관을 구경하고 다시 조금 더 올라갔다. Sunset Beach쯤 되는 지점에서 다시 큰 파도가 방파제를 넘실대는 장면은 상상을 초월한 힘을 느끼게 하였다. 한참을 파도의 흰포말과 경관에 취해서 구경하다 가족을 다시 여정을 시작하였다. 가는 길에 ‘백종원’이 언급한 치킨집(MIKE’S Huli CHICKEN)버스콘테이너에 들러서 맛을 보았다. 시간은 오후 중반을 넘어섰다. 한참을 가는데 길가에 허름한 새우 양식집이 있다. 이곳은 무언가 조건이 있었던 것 같은 데 지나치던 아들이 저곳도 ‘백종원’의 언급이 있었던 곳이라며 다시 차를 돌려 그곳에 가서 새우를 시켜 가족과 맛을 보았다. 옆에는 저수된 양식장이 크게 있었고 길가에 하우스를 설치하고 식당처럼 장사를 하였다. 손님은 없었지만 간혹 가다 연인들이 음식을 먹고 가는 것을 보면 역시 백종원의 SNS를 보았던 한국 사람들이다.
우리는 폴리네시안 문화센터에 들러서 그곳 분위기를 느껴보았다. 시간이 늦어서 자세히 구경하거나 내부를 관람할 수 없었고 전시관과 상품판매점만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여정을 시작하였다. 아들은 중국인모자섬이라고 했는데, 중국인들이 쓰는 모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어둠속에서 접어든 주변 경관은 어스름한 형태만을 보고 짐작할 뿐 보기 어려웠고, 아들의 카메라로는 그래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하루의 여정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장면이 모두 겹쳐서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공간적 부분만 남아있는 기분이다. 그것이 여행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