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친법
반친법反襯法이란 말은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다. 이 말은 한시漢詩 작법상의 한 용어로 쓰이는 말인데, 어떤 이는 이 말을 반친법이 아니라, 반츤법이라 해야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츤[初覲切]’은 본음이고, ‘친’이 새로 생긴 음이니 반친법이라 해도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친법이라 하는 것이 더 현실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말의 반反은 뒤집는다는 뜻이고, 친襯은 속옷 또는 드러낸다는 뜻이다. 그러니 반친은 겉옷을 뒤집어 속옷을 드러내 보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고요한 숲속을 거닐면서, 지금, 이 숲속이 고요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걷는 이는 드물다. 그러나 어느 순간 꿩 한 마리가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갈 때, 비로소 자기가 고요한 숲속에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소리를 통해서 소리 없음을 느끼게 되는, 이러한 수사修辭가 바로 반친이다. 소리를 뒤집어 거꾸로 고요를 드러내는 방법이 반친법이다. 곧 겉옷을 펄럭여 속옷을 내보이는 것이다.
매미 우는 소리에 숲은 더욱 고요하고 蟬寒林逾靜
새 우는 소리에 산은 더욱 그윽하다 鳥鳴山更幽
이것이 바로 반친법의 진면목이다. 매미 소리와 새 소리를 통해 고요를 드러낸 것이다.
반친법은 체용일여體用一如라고도 한다. 본체와 작용이 똑같다는 뜻이다. 이러한 수사법은 불교의 체용일원體用一源 사상과도 관련이 있다. 본질과 현상이 둘이 아니라, 그 근원은 같다는 사상이다. 파도와 물이 별개의 것이 아니며, 생사일여生死一如 곧 삶과 죽음이 같다는 불이不二의 사상과도 같다. 그래서 선禪에 심취했던 왕유王維는 반친법을 사용한 선시禪詩를 많이 지었다.
내 마음 닮아서 계수나무 꽃 한가로이 지고 人閑桂花落
고요한 밤 봄 산은 적막 속에 비어 있네 夜靜春山空
달 뜨니 그 바람에 산새 놀라서 月出驚山鳥
이따금 조잘조잘 산골 물도 졸졸졸 時鳴春澗中
-鹿柴-
적막한 산속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空山不見人
두런두런 소리만이 어디서 들리누나 但聞人語響
석양빛 한줄기 깊은 숲을 꿰뚫으니 返景入深林
안 보이던 푸른 이끼 저절로 드러나네 復照靑苔上
-鳥鳴澗-
앞의 시는 산새 울음소리와 물소리로 고요함을 드러내고, 뒤의 시는 사람 소리로 고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가히 반친법의 절창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