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뱃길로 15분이면 갈 수 있고, 헤엄쳐서라도 갈 수 있을 것만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런 가파도를 내가 원한다고 해서 아무 때나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하루 6차례나 운항하는 여객선이 있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들어갈 수 있는 게 사실이긴 하나..
문제는 제주의 변덕스러운 봄날씨다. 툭하면 안개와 높은 파도에 배가 묶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요즘처럼 청보리 향기로 가득한 가파도를 보기 위해~ 모처럼 제주도를 찾았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주전쯤 방영된 KBS 1박2일 가파도편을 보니까 갑작스러운 파도 때문에 멤버들이 당일에 가파도를 못가고 다음날 아침에 들어간걸 보고..
'설마.. 우리도 그러겠어?' 했는데.. 역시나.. 우리도 그랬다..^ ^
제주도는 그리 크지 않은 섬이지만 동서남북.. 지역에 따라 날씨 또한 제각각일때가 많다.
가파도엘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날씨가 괜찮은지부터 체크하고, 분주히 가파도행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분명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본 하늘은 엄청 맑았는데.. 모슬포쪽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안개가 짙어지는게 심상치가 않았다.
드디어 아침 8시경 모슬포에 도착했는데.. 짙은 안개 때문에 배가 출항할지 못할지 대기 상태로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당초 계획은 아침 9시 첫배를 타고 가파도엘 갔다가 12시20분 배를 타고 다시 모슬포항으로 나와서 오후 스케줄을 소화하는거였는데..
9시 배가 캔슬이 되고.. 그 다음 11시 배를 기다려야했다. 그런데 11시까지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그 배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모슬포항 여객터미널에 앉아 있기엔 우리의 시간이 너무나도 아깝고...
그래서 일단 오후 2시 배를 예약해놓고, 오전엔 다른 곳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그런데.. 결국.. 그날.. 오후 2시 배는 물론이고.. 마지막 배까지.. 짙은 안개로 인해 배가 운항되지 못했다.
어떻게 될지 몰라서 다음날 9시 배를 예약해 두려고 했는데, 이미 매진된 상태다.
그래서 임시로 투입된 10시 배를 예약해 두었다.
결국.. 다음날 10시 배를 타고.... 어렵게 어렵게.. 가파도엘 도착했다..
다른 계절이었으면.. 그냥 다음에 오면 되지.. 하고 포기했을텐데.. 계절의 특성상.. 지금 아니면 가파도의 청보리를 볼 수 없기에..
또 1년 후를 기약해야 하기에.. 기어이 다른 일정을 포기하고.. 가파도행을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기어이 가파도를 고집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다.
청보리 향기로 넘실대는 가파도는 정말 너무너무 향긋하고 멋졌으니까~~ㅎㅎ
작년 가을에 갔을때는 없었던 <올레 10-1코스>의 안내도가 새로 생겼다.
그런데.. 전날 배가 운항하지 않은데다가 시즌이라..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가파도엘 내려서리..
모두들 올레길을 따라 걸으니.. 이거 원... 마치 단체관광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파도의 맛이 뚝 떨어진다.
자... 우리가 가파도에 온 목적은 뭐라고??? 청보리밭~!!!!!!!!!!!!!!!
오로지 '청보리밭'을 구경하기 위해서..^ __ ^
그래서.. 반대 방향으로 걸어.. 청보리밭부터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앗싸~~~^.^*
잠시 마을 올레길에서 담아온 가파도의 돌담길~*
옆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채꽃이 너무나도 화사하고 이쁘다.
매서운 바람 때문이리라.
유독 다른 섬들보다 돌담이 높게 쌓여있다.
바닷가 쪽은 아예 바깥에선 집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을만큼 돌담을 높게 쌓아올려 놓았다.
하긴.. 높은 건물이라곤 하나도 없고.. 모든 건물이 단층인 이곳에서 세찬 바람이 불면.. 막아줄 거라곤 저 돌담 뿐이리라..
자... 이제 본격적으로 청보리밭을 구경해 볼까나~~^.^*
갯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아담한 밭에 멋쟁이 카메라맨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저 분들이 바라다보고 있는 곳은~~
바로 바로~~~ 요기~~~
와우~~~~ 초록 물결 넘실넘실~~~~~ 완전 멋져요~~~~~^.^*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 가파도가 온통 초록 빛깔로 반짝거린다.
이 넓은 청보리밭을 가르는 돌담들~~ 어쩜.. 저리도 아름다울 수 있을꼬~~^.^
이리봐도~ 저리봐도~ 온통 청보리~~~ 돌담~~~
돌담길 아래 여기저기서 손짓하는 갯무꽃들도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청보리밭 여기저기서 아무렇게나 얼굴을 내미는 녀석들도 너무너무 이쁘다~ㅎㅎ
그리고 돌담 아래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녀석이 있어 내려다보니 민들레홀씨~ 바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ㅎㅎ
자.. 그럼 제주도 본섬 쪽을 담아볼까~^ ^
그닥 날씨가 맑은 날이 아니라서.. 건너편의 송악산만 선명하게 보일뿐.. 뒷편의 산방산은 희미하다.
그리고 한라산은 아예 자취를 감추고 없다.. 애석하다.. 그래도.. 뭐... 완전 좋아~~ㅎㅎ
돌담 너머 왼쪽으로 멀리 형제섬도 아스라이 보인다.
멀리 산방산과 송악산.. 그리고 바다.. 그리고 청보리밭과 돌담...
요렇게 쪼매난 섬에 존재하는 보리밭이라서 육지에서 보는 보리밭과는 또다른 향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그리고 마음껏 청보리밭 사잇길로 초록향기에 푹~~빠져 걸어본다.
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배를 타고 들어왔는데도.. 우린 올레길 반대방향으로, 그리고 바로 보리밭길로 올라오니 이렇게 한적하니 좋을 수 없다.
우리가 이곳을 통째로 전세낸 듯 하다~~와~~~완전 좋아 좋아~~~^.^*
다시 가파초등학교가 있는 마을 올레길로 들어선다.
정말이지 어딜 둘러봐도 청보리밭이라니.. 정말 초록의 향연에 푹~~~ 빠져본 시간이었다.
저기 야자나무가 보이는 곳은 바로 가파 초등학교이다.
건너편 송악산에 올라 이곳을 바라보면..
바로 저 야자수가 제일 먼저 눈에 띌 정도로.. 이곳 가파도에선 제일 큰 키를 자랑하는 녀석들이다.
작년 가을에 왔을때는 학교 담장이 꽤 높았는데, 지금은 무릎 높이로 낮아졌다.
학교에도 청보리밭과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
잠시.. 이곳 청보리밭에서 푸른 청보리밭을 무대 삼아~ 그녀들의 흥겨운 쇼가 시작된다.
유쾌한 그녀들.. 어찌나 카메라 앞에서 쇼를 잘하시는지~~완전 설정의 달인들이다~ㅋㅋ
잠시.. 그녀들의 보리밭쇼를 구경해볼까나~^.^
앗싸~~~ 엄청나게 가벼운 그녀들~~ 저러다가 날아가는 거 아닌가 몰라~ㅎㅎ
유쾌한 그녀들의 공중부양쇼도 재미나게 감상하고~~ㅋㅋ
어? 이건 뭐지?
이 녀석들이 몽땅 또아리를 틀고 있네?
아하~~~ 저 똘똘 말린 잎사귀 안에서 보리가 나오는 거구나~~ 완전 신기하다.^ ^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면 초록 물결이 넘실거릴텐데.. 안타깝게도 바람이 너무나도 없는 날이다..
그래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청보리밭이다.
마지막으로 초록빛으로 안구 정화 실컷 해주고~~ 마무리...
그리고.. 이건.. 에피소드..
가파도 대합실에서 배를 기다리다가 잠시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ㅎㅎㅎ~ 완전 유쾌하였다.^ ^
바로바로.. '화장실을 치우는 남자' 때문에 말이다~ㅎㅎ
보통 어디서든..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에 붙여놓은 종이에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하자는 당부의 글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딱딱하다.
그런데.. 여기 가파도 대합실화장실의 글은 약간 다르다.
그 글 하단에 보면.. 글을 쓴 사람이 소개되어 있는데.. '화장실을 치우는 남자, 가파리 이장 올림'이라고 마무리가 된다.
ㅎㅎㅎ~~ 그 글을 읽고선.. 얼마나 웃었던지~~ 센스있는 가파리 이장님이 어떤 분이실지 무진장 궁금하였다.
그런데 지난주 1박2일 가파도 편을 보니까 이장님의 모습이 잠깐 화면에 비춰져 궁금증을 해결하였다~ㅎㅎㅎ
이렇게 우리들의 유쾌한 가파도 청보리밭 여행은 끝이났다.
해풍을 벗삼아 자라난 청보리들의 향기가 너무나도 향긋한 가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