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작년 8월부터 상상촌에서 수업을 들었던 학생입니다.
사정상 작년 봄부터 상상촌 수업을 듣지 못 하고 독학을 시작했는데 사실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기보다
상상촌에서 배운 이론들을 복습하고 제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한예종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기간은 작년 8월경부터 입니다. 공부는 이틀에 꽁트 한 편, 책 한권을 기준으로 삼아서 진행했습니다. 창사능 공부는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준비해야할지 알지 못 해 미학오디세이를 읽는 것으로 시작했고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정리하는 식으로 준비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제가 살아온 이야기들, 글에 대한 생각, 앞으로 하고싶은 작업에 대하여 썼습니다. 이 때까지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능력들을 가지고 있고, 얼마나 매력적인 학생이 될 수 있는지 보다는 당락에 상관없이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실기시험 날, 시제는 <한예종 시험이 시작하는 순간 옆 건물에 비행접시가 나타났다. 이윽고 비행접시는 착륙했고 문이 열렸다. 후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쓰시오.> 였습니다. 쉽게 이야기를 시작하지 못 하다가 상상촌 훈장님께 예전 서울예대 실기 붙은 친구들 중 시험 날 이런 황당한 시제를 주냐는 태도로 글을 쓰고 붙은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덕분에 정신차리고 붙던말던 재밌게 쓰자는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시제는 세가지 일러스트의 순서를 임의로 정해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쓰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습작 중 문을 열 때마다 방의 구조가 바뀌는 이야기를 쓴 적 있는데 그 습작에서 이미지를 차용해 글을 썼습니다.
면접 보러가는 날엔 오히려 마음이 편했습니다. 실기시험까지 붙을거라는 생각 없이 마음대로 쓴 직후라 긴장이 덜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훈장님께서 학교는 학생이 쓴 글이 아니라 그 학생의 세계관을 보고 뽑는다, 는 말씀만 되세겼던 것 같습니다. 면접 전 날 썼던 글들을 복기하며 왜 이렇게 썼는지 정도만 고민해보고 다른 답안들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한예종 면접 분위기는 서울예대 면접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면접시간도 10분정도 더 길었고 자기소개서나 실기 때 썼던 글들에 대한 질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면접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교수님 중 한 분께 말 좀 끊지말라고 꾸중을 들었던 것만 기억에 남습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답답할 때면 합격 수기를 읽고는 했습니다. 합격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합격했구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가이드라인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합격하고나니 합격한 이유가 전보다 더 아리송해 보입니다. 다른 문우분들께 도움을 더 드리고 싶은데 저조차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너무 죄송합니다..
합격 결과가 나온 후 오랜만에 훈장님을 찾아뵈러 갔었습니다. 거의 1년만에 뵙는 거였는데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 어떤 것보다도 훈장님께 가장 감사한 것은 학생이 쓰는 글이 아닌 그 글을 쓰는 학생에 초점을 맞춰 지도해주셨다는 점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린 그 날도 결국엔 훈장님을 부둥켜안고 한참 눈물만 그렁대가가 집에 돌아왔습니다. 웃으시면서 오히려 제게 너무 감사하다고 계속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 어떤 합격수기나 이론들보다 제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건 안심훈장님의 말씀이었습니다. 학생이 쓴 글이 아니라 그 글을 쓴 학생의 세계관을 뽑는거다, 시험은 어차피 운칠기삼이니 정답을 쓰려하지말고 본인의 글을 써라.
안심훈장님께서 언제나 좋은 글을 쓰기에 앞서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주셨던 게 엄청 큰 힘이 됐습니다. 훈장님께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다른 문우분들께 더 도움을 드리지 못 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멋지세요~!
축하드립니다 ㅠㅠ 안심훈장님이 정말 좋은 말씀해주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만남은 횟수가 아니라
마음인 것 같아요.
부둥켜 안고 눈물을 그렁대다니..
이런 게 브로맨스인가요. ㅎㅎ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합격 축하드려요.
모르겠다. 너의 합격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란..
복잡다단한 그 심경을 어떻게 몇 마디 말로 적을 수 있을까.
태평양 건너 있던 너와의 첫 통화,
네가 고민하던 그 꺼리와 너의 낙심한 표정
웃는 얼굴,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공을 남에게 돌릴 줄 아는 인성과
노력의 경험담들.
나를 찾아와 했던 네 얘기를 나를 아주 오래 잊지 못할거다.
내가 했지만 나조차 기억하지 못하거나
지키지 못하는 이야기를
꾸준히 실천하는 제자들을 보곤해.
그 때의 감흥이란
부끄러움과 동시에 그것을 몇 갑절 넘어서는 감동을 주지.
너는 내게 그것을 줬어.
고생했다. 수고했어.
그리고 자랑스럽다. ㄱㄷ아.
축하드려요~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짐작이 되질 않아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도 서창과 지망생인데 수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잘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