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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징검다리] 심장판막증·간경화·폐렴 앓는 재훈 씨 |
수술은 잘 됐으나 병원비 '막막' |
순미(가명·64) 씨는 오늘도 눈물로 하루를 보냅니다. 큰 수술을 받고, 아직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아들 재훈(가명·36) 씨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것입니다.
어릴 적 재훈 씨는 또래 아이들보다 말과 행동이 느렸습니다. 가족들은 조금 늦은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지요. 뒤늦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적장애 불구 성실한 직장 생활
투병 중에도 도리어 어머니 걱정
어머니의 희생적인 보살핌 덕분에 재훈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곧바로 신발공장에도 취직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성실하게 근무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재훈 씨가 다니던 공장이 폐업을 하게 된 것입니다. 자연히 재훈 씨는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주로 재훈 씨의 벌이에 의지해 살던 가족들은 생활이 막막해졌습니다. 순미 씨 남편은 뇌출혈로 10년 전쯤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그 때부터 순미 씨는 청소 일을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집을 나서 밤늦게 귀가했고, 지적장애가 있는 아들 재훈 씨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었습니다.
재훈 씨는 일자리를 잃고 어머니께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소개로 장애인공동작업장에서 가내수공업 일을 하게 됐습니다. 어머니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기뻤지요.
공동작업장은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일거리는 차츰 줄어들고 재훈 씨는 작업장에서 일을 하는 시간보다 작업장 앞 버스정류장을 서성이는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됐습니다. 오늘은 두 시간, 내일은 한 시간, 그러다 일거리가 없는 날이 생기고 그저 출근만 하기도 했습니다.
재훈 씨는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에 아침과 저녁을 거르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작업장 맞은편 복지관에서 점심식사 한 끼를 때우는 게 하루 식사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훈 씨에게 심한 복통이 찾아왔습니다. 식사를 하면 복통이 더 심해져 하루 한 번 하던 식사도 거르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눈치 챌까 아픈 내색도 못했지요.
급기야 재훈 씨는 복통을 이기지 못해 쓰러지게 되었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담당 의사의 말에 순미 씨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아픈 자식을 모르고 있었다니…."재훈 씨는 심장판막증, 간경화, 폐렴 등을 앓고 있었습니다. 돈이 없는 어머니를 걱정해 걷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지요. 상담을 마치고 나온 순미 씨에게 재훈 씨는 "나는 괜찮다"고 말했답니다.
어머니의 설득 끝에 재훈 씨는 수술대 위에 올랐습니다. 8시간의 긴 수술을 마치고 재훈 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하루에 두 번 아들 얼굴을 보는 것 외에 순미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늘에서 기적을 내려준 것일까요. 재훈 씨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해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순미 씨는 모든 것을 얻은 듯 기뻤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1천만 원이 넘는 수술·입원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합니다. 아들에게 따뜻한 밥상 한 번 차려주지 못한 지난날에 대한 후회로 순미 씨의 가슴은 더 미어집니다.
△배정련·동래구청 주민생활과 사회통합서비스 전문요원(051-550-4322)
△지난 22일 자 경서 씨 이야기 72명의 후원자 275만7천원.
※'사랑의 징검다리'는 TBN부산교통방송(94.9㎒)에서 매주 목요일 오전 9시15분에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