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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섬산 기행(1), -
화성, 국화도 섬산행
【 1 】
'달은 발이 없어도 하늘을 오른다(월무족보천/月無足步天).'는 말 있다. 그럴싸 해도 이 말은 시인이 포장한 시구(詩句)에 불과한
여구다. 그러나 서해(西海)쪽을 찾아 여행하다보면 썰물과 밀물따라 갯펄이 열리고 닫히는 조석현상(潮汐現象)을 보게 되고, 섬
과 섬사이에 신비한 바닷길이 열리고 닫힘을 보게 된다. 이 조수간만은 지구와 달, 태양 사이의 인력의 힘에 의해 발생하지만, 주
로 달의 인력(引力)에 의해 일어나는 과학적인 현상이라 한다. 그러고보면 '달은 손이 없어도 바다를 끌어 감(월무수인해 / 月無
手引海)' 을 알 수 있다. 발 없는 달이 하늘 오른다는 말은 허구여도, 손 없는 달이 바닷물을 끌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젊은 날 초
승달에 사랑을 맹세하고 보름달에 이별가를 부르며 농월(弄月)하던 달이 이제는 더 우러러 보인다.
서해 아산만으로 섬산행을 간다. 화성시 우정읍 국화리에 있는 조그만 섬이다. 가끔 만나는 지인이 연락을 해주면서 누군가가 이
섬을 두고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곳'이라 했다며 함께 가잔다. 섬여행을 별로 해보지 못한 터라 얼씨구 같이 가기로 한
다. 멀리서 바라보면 섬 전체가 마치 한 송이 국화꽃 같다하여 이름한 국화도(菊花島)는 과거 조선시대에는 유배지이기도 했었다.
한 때는 누군가에게 한(恨) 많았을 이 섬이 훗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생의 버킷리스트에 오를 만큼 특별한 매력이 넘치는 섬
이었다 하니 괜스레 마음이 설레기도 하였다.
국화도로 가는 길이 좀 특이하다. 서울에서 출발해 가는데 가까운 화성시 항구로 가지 않고 궂이 충남 당진까지 먼 길을 간다. 화
성 궁평항에서 출발하는 뱃길도 있기는 하지만, 비록 육로길 돌아 가드라도 당진 장고항을 통해 들어가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해
서그렇다 한다. 화성 궁평항 남쪽 사십리, 당진 장고항 북쪽 십리에 있는 국화도는 행정구역은 화성시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당진이 가깝다. 그래서 궁평항 보다는 뱃길 짧은 장고항이 더 편리하고, 비용 또한 이곳이 적게 든다. 실제 궁평항과 달리 장고항
에서는 20분 뱃길에 섬을 오가는 항차 배선 또한 많아서 입출도가 훨신 수월하다.
삼복 때의 섬 여행은 염천에 햇살이 이글거려도 파란 하늘이 좋고, 성난 파도가 일렁거려 뱃전이 춤을 춰도 쪽빛 바다가 더 좋다.
국화도를 향한 첫 여행길, 그러나 해그림자 서지 않는 청회색 하늘의 장고항은 갯펄 드러나는 썰물 때라 그런지 바다 또한 회청
색으로 무겁다. 부두에서 처음 대한 국화도는 설레임과 달리 무표정한 모습으로 가까운 듯 멀리 누웠다.밤바다를 드리웠던 마른
구름이 아직은 채 가시지 않은 탓이리. 그런데 그것은 잠시다. 국화도로 가는 십리 뱃길에서부터 파아란 하늘 점차 열리고, 뱃꼬
리의 하얀 물보라 위를 갈매기 떼로 몰려와 날며 삯(새우깡 등 과자)을 달라 따라 온다.
국화도는 부두가 있는 본섬을 중심으로 무인도인 남쪽 도지섬과 북쪽 매박섬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특이한 것은
본섬과 이들 두 부속 섬들이 '모세의 기적' 이라는 바닷길이 매일 열린다는 점이다. 바닷길은 모든 섬들의 로망이다. 한 곳도 아
닌 것이, 조그만 섬에서 두 곳의 바닷길이 열린다는 건 신(神)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일까, 멀리서 바라볼 때와 달리 국
화도의 손님 맞이가 살뜰하다. 섬에 오르기 바쁘게 무리져 피어있는 부처꽃과 참나리가 줄지어 반기고, 눈썹꽃 붉게 피운 왕자
귀나무는 큰 키를 흔들며 온몸으로 반겨준다.
도지섬과 매박섬의 바닷길이 때 맞춰 열려 있다. 애둘러 매박섬을 향해 종종걸음을 친다. 해당화 붉게 익은 몽돌해안을 따라가
악어바위 옆 언덕에 올라서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눈썹달 같은 바닷길이 눈길을 끌어가고, 이어지는 매박섬 (일명 토끼섬)은
절대가인(絶對佳人)이 바다에 누워서 세인의 범접을 막는 모습이다.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에 오르고도 남을 가경이 틀림없다.뿐
만 아니다. 바닷길을 건너 들어간 매박섬 해안에서는 걸음걸음 어디로 발을 딛어야 될지 망설이게 하는 새하얀 굴껍질 조개무지
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해맞이전망대로 다시 돌아와서 국화도 섬산행을 시작한다. 말이 산행이지 산보(散步) 수준이다. 능선을 따라 2km 정도 걸었나
싶은데 이내 본섬 남단에 이르고, 도지섬은 또 초승달 같은 바닷길 저 건너에서 눈길을 끌어간다. 곳곳이 모두 참 아름다운 풍경
이다. 도지섬은 매박섬과 달리 사방이 가파른 바위 절벽이고, 절벽마다 섬화원을 이뤘다. 참나리꽃, 원추리꽃, 보라색 도라지꽃
들이 지천에 늘렸다.뭍에서는 보기 어려운 낯선 풍경이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리는데, 바다 건너 멀리 당진 화력발
전소가 배웅을 한다.
▼ 당진 장고항에서 바라본 국화도
- 아산만 국화도 가는 길 -
■ 당진 장고항을 통해 국화도 가는 길 ■
○ 시외버스 - 각 지역 터미널 → 당진터미널
○ 시내버스 - 당진터미널 → 장고항
○ 도선운항 - 장고항 → 국화도(20분 소요)
■ 장고항 매표소 - (안내 ; 010-4311-0432)
○ 장고항→ 국화도 선편
1항차 : 08 : 00, 2항차 : 10 :00, 3항차 : 12 : 00, 4항차 : 14 : 00,
5항차 : 16 : 00, 6항차 : 18 : 00, 7항차 : 19 : 30, - 이상 하절기 기준.
○ 운임 - 편도 4,000 (원) 성인 기준.
■ 국화도어촌 체험마을 안내
○ 홈페이지 - http://gukhwa.seantour.com
○ 전화 - (031) 356 - 9940.
○ 체험프로그램 - 조개잡기, 고동/ 소라잡기, 낙지잡기체험
■ 국화도 숙박 밒 편의시설
○ 동진팬션 - (031-357-2169) ○ 삼양팬션 - (011-9738-2825)
○ 해오름팬션 - (031- 357- 7517)
○ 명가사계절식당 - (031- 357-7311)
▼ 당진 장고항 풍경
▼ 당진 승경, 장고항의 노적봉과 촛대봉
▼ 장고항과 국화도간 셔틀 여객선(국화훼리호)과 뱃길 풍경
◀ 국화도 ▶
경기도 아산만에 있는 국화도(菊花島)는 입파도와 함께 화성군 우정면 국화리에 있는 섬으로 화성시 궁평항 남
쪽 16km, 당진군 장고항(長鼓項) 북쪽 4km에 위치한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화성군에 속하지만, 지리적으로는
당진에 가깝다. 구화도(仇化島)란 옛 이름이 있으나 고려 때는 육포(六浦)라 하였고, 조선시대에 와서 국화도
라 하였다 전해진다. 본섬의 남쪽에 있는 도지섬과 북쪽 매박섭등 세 섬으로 이루어진 섬이다.
▼ 국화도 선착장의 등대
▼ 국화도 해맞이전망대
▼ 해맞이전망대에서 바라본 국화도 선착장과 등대(상), 도지섬(하좌), 매박섬(하우)
▼ 해맞이전망대 아래 해변 기암
▼ 해맞이전망대 아래 해변의 해당화와 참나리
▼ 국화도 북쪽 해안 악어바위 / 본섬에서 매박섬으로 가는 고개언덕에 있다.
▼ 악어바위에서 바라본 매박섬
▼ 매박섬(일명 토끼섬)
▼ 국화도 본섬과 매박섬을 잇는 500m의 바닷길 / 썰물 때의 풍경
▼ 매박섬 근경
▼ 매박섬 해안 굴 껍질 조개무지
▼ 매박섬 해안 풍경
▼ 매박섬에서 국화도 선착장을 향해 본 풍경
▼ 매박섬과 과 국화도(본섬)를 잇는 500m의 바닷길 풍경
▼ 국화도 본섬 악어바위 고개 풍경
▼ 악어바위 언덕에서 바라본 국화도 팬션마을
▼ 국화도 산능선에서 바라본 매박섬과 멀리 '입파도'
▼ 국화도 본섬 주능선 등산로
▼ 국화도 본섬 주능선에서 바라본 서쪽 도지섬 (무인도)
▼ 국화도 본섬 주능선의 도지섬쪽 날머리
▼ 도지섬 바닷길 풍경
▼ 도지섬 해안 암벽 풍경 - 1
▼ 도지섬 해안 암벽 풍경 - 2
▼ 도지섬 해안 암벽 풍경 - 3
▼ 도지섬에서 바라본 당진화력발전소
▼ 도지섬 바닷길과 함께한 산우들
▼ 국화도(본섬) 해안 풍경 - 1
▼ 국화도 해안 풍경 - 2
▼ 해맞이전망대 아래 해안 암벽
▼ 선착장에서 바라본 국화도 팬션마을
▼ 국화도 내항과 등대- 1
▼ 국화도 등대- 2
▼ 국화도 선착장 풍경
【 2 】
설레임 속에 찾았던 국화도 섬 산행길, 비록 세 시간 반의 짧은 체류시간이라 볼 것 제대로 다 찾지 못했었다.
그렇지만 그 짧은 시간의 국화도 인상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며 시 한 수 남겨 보았다.
국화도
설핏 보면
마치
아산만에 떠있는 표주박 같은
섬
살펴 보면
정녕
바다 위에 피어있는 한 송이
국화
화성시 우정면 국화리, 국화도
이따끔 씩 오는 궁평항 배는 무덤덤 반기고
무시로 오는 장고항 배는 살갑게 반긴다.
타향살이 이골 난
객이 찾으니
매박섬과 도지섬 바닷길 열어주며
하는 말
"오래 전 저도 고향 화성을 떠나
이 곳
장고항 앞으로 왔소"
하네.
2015. 08. 01. 몽중루 . 국화도 여행길에-
▼ 국화도 여행을 마치고 나오는 훼리호의 물보라 / 멀리 매박섬과 입파도가 배웅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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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완전 멋진 국화도...
어쩜 그리도 이쁘게 수놓았나요?
책을 내도 좋겠어용~
감동이네요...
고운 댓글 고맙습니다.
화성시에 계시는 피포님으로부터
칭찬 받았으니 국화도 여행은 잘 한것 같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