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먹을거리는 역시나 수원갈비다. 그런 탓에 수원 혹은 근교로 불리는 지역에서는 항상 고기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어 굳이 밥을 먹기 위해 수원으로 발길을 옮기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불과 수년 만에 수원 바로 옆에 위치한 화성의 안녕리가 ‘맛있는’ 거리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이 ‘화성군’ 에서 ‘화성시’로 승격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이 맛집 거리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한 번쯤 가볼 만한 맛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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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메뉴라면 30% 정도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단체 고객들도 자주 찾는다. 서울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교외 나들이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선호하는 이유. 또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식당이 포진해 있어 여유롭고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 거리의 지표가 되는 수원과학대 옆의 그린피아호텔 옆길로 주욱 들어가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메뉴와 독특한 건물의 식당들이 늘어서 있다. 불과 4~5년 만에 형성된 거리이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맛으로 내로라 하는 식당들이 넓은 부지와 주차장, 꾸준히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기 위해 가게를 낸 경우가 많아 맛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주변에 수원대가 있기 때문에 대학 직원들과 수원시청 직원들도 이 거리의 단골 손님.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근거리에서 고정 고객이 꾸준히 찾아온다는 것도 안녕리 맛집들의 수준이 탁월하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먼저 안녕리에서 맛집으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두부 전문점 한가네 손두부는 직접 손으로 만드는 두부로 이름을 알린 곳이다. 담백하다 못해 고소하고 단내가 솔솔 풍기는 두부는 생으로 먹었을때 가장 맛있다. 대표 메뉴는 보쌈과 무채지, 직접 만든 생두부와 삶은 돼지고기를 내는 두부보쌈과 두부생태찌개. 다양한 두부 메뉴를 갖추고 있어 두부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러보는게 좋겠다. 순수 국산콩으로 만드는 생두부는 찌개를 끓여도, 생으로 먹어도 맛깔나다.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후회 없을 곳이 바로 이 집이다. 생두부 한 모에 5000원, 3인분 전골이 2만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하얏트 호텔 조리사였던 주방장이 운영하는 행화촌은 본격 중국요리 전문점이다. 밖에서 외관만 보면 마치 고급 일식집 같아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하지만 메뉴판을 보면 그 저렴한 가격에 놀랄 정도. 본래 다른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중식집으로 이름을 날렸는데 넓은 주차장을 찾아 이곳까지 왔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설명처럼 담백한 자장면 맛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자장면이 4000원, 짬뽕이 4000원으로 일반 중국요리집보다 몇 백원 비싸지만 맛이나 재료에 비한다면 만족스런 가격이다. 코스 요리 역시 2만원대부터 저렴하게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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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메뉴를 먹고 싶다면 길성이 백숙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마치 펜션같이 아기자기한 건물 하나를 통째로 백숙집으로 사용하는데, 가족 나들이로 가볼 만한 집이다. 누룽지를 끓여서 백숙과 함께 내어주는 길성이 백숙의 하이라이트는 고소한 뚝배기 누룽지. 특허 받은 누룽지 백숙은 찹쌀만을 사용하는 것이 비법이다. 고소하고 자꾸 손이 가는 감칠맛이 단골 손님들을 잔뜩 끌어들이는 이유다. 주로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대부분인데 집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을 위해 포장해 가는 이들도 많을 정도로 남다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도 수원이고 화성인데 제대로 된 생고기를 먹고 싶다면 이름도 독특한 화성 별궁으로 가자. 별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민속촌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대규모의 한옥으로 지어져 있다. 내부도 매우 크고 넓어 단체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호주산 생갈비와 양념갈비는 1인분에 350g을 제공해 양이 넉넉하다. 이곳의 별미는 정성스러운 반찬들. 10가지 정도가 제공되는 밑반찬은 주인 아주머니의 정갈한 요리솜씨가 그대로 배어 있다. 깔끔한 요리솜씨는 꼭 서울 음식 같다는 느낌을 주는데 향토적인 맛보다는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이 매력적이다.
특별한 모임과 장소에 제격인 왕과 비는 별채 구조로 되어 있는 한정식집이다. 옛날 요정을 연상시키는 작은 별채들이 언덕을 따라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어 호젓한 자리를 원한다면 꼭 찾아가 볼 만하다. 음식도 가격대에 맞춰 다양한 코스 요리를 갖추고 있어 손님들의 입맛에 맞게 감칠맛 나게 준비되어 있다. 좌석은 하나하나 개별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상견례, 맞선 자리로 자주 이용된다고. 3만원대의 한정식 요리를 주문하면 구절판, 생선회 등 기본 메뉴부터 요리사가 제공하는 특식을 내온다. 더덕 검은깨 무침 같은 다양한 종류의 퓨전 요리를 별미로 맛볼 수 있어 좋다. 느끼하지 않고 산뜻한 메뉴가 많아 말 그대로 ‘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곳이다.
how to go 수원IC에서 수원대 방향으로 가다 융건릉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그린피아호텔. 호텔에서 좌회전하면 안녕리 맛집 거리
길성이 백숙 배부른 식사를 책임지는 백숙집. 펜션 느낌의 식당도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요소 중 하나이다. 대추, 인삼과 찹쌀이 들어간 백숙은 쫄깃하고 고소해 먹을 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031-222-0594
행화촌 ‘살구나무 피는 마을’이라는 뜻의 행화촌. 이름만큼이나 맛도 요리도 예쁘다. 가게를 화성시로 옮기고 나서도 이전의 단골이었던 대기업 임원들이 아직도 자주 찾을 만큼 맛집으로 유명한 곳. 2만원부터 7만원까지 다양한 코스요리가 준비되어 있다. 031-225-7687
화성 별궁 직접 쇠고기를 떠서 손님에게 제공하는 정성스러운 서비스가 돋보이는 집. 고기맛이 일품이어서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쫄깃한 육질과 냄새가 나지 않는 생고기는 입에 당기는 맛이다. 031-225-7687
왕과 비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상당한 수준의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을 하고 가면 조용한 방에서 아늑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식사 역시 모두 준비해 두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별한 공간에서 특별한 한정식을 맛보길 원한다면 추천하는 집. 031-226-9500
남강장어구이참치회 싱싱한 장어로 맛볼 수 있는 모든 요리가 준비되어 있는 곳. 세 가지 양념 장어가 제공되는데 이것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실속 메뉴도 있다. 예약하면 2층의 특별 룸을 사용할 수 있으니 모임이 있을 때, 한 번 이용해 보자. 031-267-0092
두래촌 토속 한정식집인 두래촌의 메뉴는 1만5000원부터 시작된다. 기본 찬이 스무 가지 이상이기 때문에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옛날 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찾아갈 만한 곳. 031-225-0047
너와집 강원도 양식의 너와집으로 건축을 해 눈에 띄는 집이다. 곰탕과 꼬리곰탕, 꼬리찜 등 기본 메뉴를 참 잘하는 곳으로 서울의 유명 맛집에서도 맛보기 힘든 소꼬리찜을 먹을 수 있다. 031-222-4500
한가네 손두부 말이 필요 없는 손두부집. 두부를 먹어보면 다른 어떤 의심도 들지 않는다. 버석하지 않고 물기가 촉촉하게 남아 있는 부드러운 두부의 질감은 입을 즐겁게 하고 고소한 향기는 식사의 만족감을 두 배로 만든다. 031-225-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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