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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100대 명산의 산방 원문보기 글쓴이: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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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방산 650m 경남 통영 광도면 안정리 고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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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거수 우거진 숲길 걸으며 여름을 잊자!
안정사~벽방산~은봉암~안정사 원점회귀 코스
통영과 고성에 어깨를 맞대고 있는 벽방산(碧芳山·650.3m)은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바다와 맞닿은 고을의 산이니 당연히 뛰어난 조망을 기대해도 좋을 곳이다. 문제는 날씬데, 여름철에는 시야기 좋은 날이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조망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벽방산이 지니고 있는 고즈넉하고 깊은 숲을 즐기는 것만으로 한여름 더위 정도는 간단히 잊을 수 있다.
벽방산은 불교적인 색채가 짙은 산이다. 이름부터가 석가불이 미륵불이 나타나면 드린다는 바리때인 벽발(碧鉢)에서 따왔다. 과거칠불(過去七佛) 가운데 가섭존자(迦葉尊者)가 ‘벽발’을 받쳐 들고 있는 형상의 산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이 벽방으로 바뀌어 오늘날에 전해지고 있는데, 산 중의 여러 절집들은 아직도 산명을 벽발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벽방산은 멀리서 볼 때 그다지 두드러진 편이 아니다. 그냥 커다란 덩어리가 둔중하게 누워 있는 형상이다. 오히려 눈길을 끌기로는 바로 옆 고성 거류산(570.5m)의 날카로움이 한 수 위다. 하지만 명산의 풍치는 찰나의 인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보고 만지고 밟아본 뒤 곱씹을 때 구수한 맛이 나야한다.
벽방산에는 ‘안정사팔경’이라는 대표적인 명소들이 숨어 있다. 만리창벽(萬里蒼壁), 옥지응암(玉池鷹岩), 은봉성석(隱鳳聖石), 인암망월(印岩望月), 가섭모종(迦葉暮鐘), 의상선대(義湘禪臺), 계족약수(鷄足藥水), 한산무송(寒山舞松) 등 산속 곳곳에 숨은 아름다운 경관이 장관이다.
산행은 통영시 광도면의 안정사를 기점으로 주로 이루어진다. 안정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가섭암~의상암~능선 갈림길~정상~만리암터~안정치~은봉암~안정사 원점회귀 코스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렇게 코스를 구성하면 ‘안정사팔경’을 대부분 돌아보며 3~4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짙은 숲을 관통해 오르는 벽방산 산길
이리 저리 고성땅으로 오가다보니 정오를 훌쩍 넘긴 오후에야 안정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흐린 하늘이지만 주차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흥청거리고 있었다. 산악회 단체가 왔는지 대형 버스 여러 대가 서 있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모여 앉아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정사는 하산길에 들르기로 하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거슬러 가섭암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시작된 임도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울창한 숲이 주변을 둘러싼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하늘을 찌를 듯 늠름하게 솟아 있다. 흐린 날씨긴 했지만 숲으로 들어서니 사진촬영이 어려울 정도로 빛이 사그라졌다. 뙤약볕이 내려쬐는 한낮에도 모자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원한 숲이었다.
산길은 의상암 직전까지 이어지는 임도 사이사이를 가로질러 나 있다. 한여름에는 임도 보다는 숲이 울창한 산길은 택하는 것이 훨씬 시원하다. 바람이라도 불면 등줄기에 땀이 식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아무래도 임도는 많이 돌아가기 때문에 지루한데다 뙤약볕도 피하기 어렵다.
처음으로 거쳐 가는 암자는 가섭존자를 모셔놓은 가섭암이다. 이 암자에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는 안정사팔경 중 하나로 꼽힌다. 몇 해 전 태풍 피해를 입어 새로 짓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아직도 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았는지 중창불사 현수막이 걸려 있다. 먼발치에서 가섭암을 한 번 바라본 뒤 발길을 재촉했다. 해가 남아 있는 동안 산행을 마치려면 서둘러야했기 때문이다.
가섭암을 지나 임도를 통과해 50m쯤 가니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의상암 가는 길이 보였다. 약간 가파른 산길을 얼마쯤 오르니 수수한 분위기의 의상암이 보인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역시 벽발산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의상선대는 이 암자 뒤편의 희미한 길을 따라 5분쯤 올라야 한다. 남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 위의 널따란 터가 바로 의상이 참선했다는 곳이다.
팔경 가운데 하나지만 시간에 쫓겨 벽방산 정상으로 곧바로 이어진 뚜렷한 길을 따라 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파른 산길을 통과해 주능선에 올라섰다. 이정표를 보니 오른쪽은 의상봉 가는 길이고, 왼쪽 산길은 정상으로 이어졌다. 곧바로 정상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점차 해발고도가 높아지며 벽방산 특유의 통쾌한 조망이 곳곳에 펼쳐진다. 숲이 짙은 산이지만 주능선에는 도드라진 바위들이 많아 전망대 역할을 했다. 산길을 빠져나와 암봉에서 조망을 즐기며 간식을 먹으며 힘을 보충했다. 동쪽 바다 멀리 거제도의 아기자기한 산줄기가 눈에 들었다. 산록 바로 아래 들어선 가스저장고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확실히 조망이 뛰어났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산길은 거칠어졌다. 바위가 많아 조망이 좋았지만 바로 옆에 형성된 벼랑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했다. 골산은 이런 짜릿한 맛에 온다는 사람도 많다. 멋진 숲과 바위능선을 골고루 갖춘 벽방산은 분명 뛰어난 산행지였다.
정상부 바위지대는 뛰어난 남해안 전망대
바윗길을 올라서니 드디어 벽방산 정상이다. 동서남북으로 앞을 가로막는 것이 전혀 없는 뻥 뚫린 공간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남쪽의 통영 앞바다에는 한산도와 거제도로 이어지는 섬들의 무리가 보이고, 남서쪽에는 사량도가 거대한 항공모함처럼 무게를 잡았다. 고성쪽으로 눈을 돌리니 끝을 모를 벌판이 펼쳐지고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서 벽방산 정상 조망을 만끽했다.
늦은 오후지만 햇살은 따가웠다. 시원한 맥주 한 캔으로 갈증을 달래고 남쪽 안정치로 이어진 능선을 따랐다. 잠시 내리막길을 통과하니 긴 나무다리가 나타났다. 가파르고 조금 위험한 너덜지대라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시설물이다. 다리가 끝나는 지점의 산죽밭에는 대나무 잎이 손을 부비는 소리가 가득했다. 이 대나무밭 안쪽이 만리암터다. 돌탑 몇 개가 외롭게 서 있는 뒤로 바위벽인 만리창벽이 병풍처럼 도열해 있다. 제법 분위기 있는 절터지만 지금은 흔적도 찾기 힘들다.
만리암터에서 급경사를 30분쯤 내려서니 벽방산과 천개산 사이 안부인 안정치에 닿는다. 이 고개는 예전에 동쪽 안정리와 서쪽 완산리 주민들이 넘어 다니던 고개다. 이곳에서 은봉암은 임도를 따라도 되고, 능선을 타고 천개산 정상에 오른 다음 동쪽 사면길을 따라 내려서도 닿는다. 산길은 그다지 볼 것이 없어 임도를 타고 이동했다. 안정치에서 은봉암 입구까지는 불과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임도가 넓고 평탄한데다 곧게 뻗어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은봉암 대웅전 처마 옆에는 특이한 바위 하나가 서 있다. 대장군의 칼을 세워놓은 듯한 모양의 바위로 안정사팔경 중 하나인 은봉성석이다. 일명 칼바위라고도 하는데, 벽방산에 전해 오는 세 개의 신비로운 바위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두 개는 전설 속에 전해오는데, 첫 번째 것이 넘어지며 해월선사가 나타났고, 두 번째 것이 쓰러지면서 종렬선사가 나타났다고 전한다. 그래서 은봉암의 바위가 무너지면 또 한 분의 큰 스님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은봉암 대웅전 왼쪽에 있는 샘 역시 팔경 중 하나인 계족약수다.
은봉암에서 안정사로 내려서는 산길은 암자 바로 아래의 임도에서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산길로 계곡을 따라 내려서도록 되어 있다. 임도를 벗어나니 곧장 깊은 숲이 하늘을 덮는다. 여름에도 벽방산이 좋은 이유는 이렇게 그늘이 많기 때문이다. 정상부의 능선길은 해를 피하기 어렵지만 그곳만 벗어나면 늘 시원한 산행이 가능하다.
임도를 버리고 널찍하고 평탄한 내리막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20분 정도면 처음에 산행을 시작할 때 지나쳤던 안정사가 눈에 들어온다. 사찰 주변에 아름드리 소나무와 느티나무가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신라시대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답게 예스런 분위기가 일품이다. 팔경 가운데 하나인 한산무송은 이 숲의 겨울 풍광을 지칭하는 것이다. 한겨울에 느티나무와 소나무가 어울려 있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는 뜻이다. 물론 나무들이 치부를 드러내는 겨울 풍광은 환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한여름 서늘한 그늘 속에서 즐기는 노거수의 숲은 안정사팔경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산행길잡이
안정사 기점의 원점회귀 코스 인기
벽방산 산행은 안정사를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코스가 일반적이다. 안정사에서 출발해 가섭암과 의상암을 거쳐 정상에 선 뒤, 만리암터와 안정치를 경유해 천개산~은봉암~안정사로 원점회귀가 이어진다. 이 코스는 산행 소요시간이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제법 가파른 구간이 몇 군데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녀 초보자도 무난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다. 다만 주능선 상의 바위 지대에서는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안정치에서 천개산을 오른 뒤 남쪽 능선을 따라 매바위를 거쳐 노산리까지 잇는 일주도 가능하다. 이 코스는 걷는 데만 5시간 이상이 걸려 한 여름에는 무리다. 식수는 산행기점인 안정사와 중간의 의상암, 은봉암 등에서 구할 수 있다.
피서산행+여행 경남통영 & 벽방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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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어떤 곳인가
벽방산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