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전쟁박물관 기획전시, 갑곶돈대 등 구국의 자취 찾아
연초부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방영, TV 드라마의 배경이 됐던 강화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월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에 신미양요 격전지였던 광성보가 방송되어 미처 알지 못했던 조상들의 위대한 항쟁의 발자취를 찾고자 강화도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강화전쟁박물관에서는 ‘강화의병과 3.1운동’을 주제로 하는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의병부대[강화전쟁박물관 전시]
강화전쟁박물관 강화의병과 3.1운동 기획전시
‘강화의병과 3.1운동’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외쳤던 3.1운동의 함성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전이다. 강화전쟁박물관은 국방상 요충지 역할을 수행하며 외세의 침략을 막아냈던 강화의 호국정신을 알리기 위해 각종 전쟁 관련 유물을 전시해 놓은 역사교육관. 각 전시실에는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강화지역의 전쟁 역사와 각종 무기류를 한눈에 엿볼 수 있다.
▲(좌) 어재연 사명기(가선대부병마절도사 사명기)
(우) 미군에게 탈취당한 수자기[강화전쟁박물관 전시]
3전시실에는 신미양요 때 어재연 장군이 광성보에 걸고 싸웠던 깃발인 ‘수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수자기는 미군에게 약탈되어 미국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었다가, 2007년에 장기대여형식으로 반환되었다. 현재 진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있고, 강화전쟁박물관과 강화역사박물관에 복제본이 진열되어있다.
또 세계 최초의 개인용 방탄갑옷인 면제갑옷도 눈에 띈다. 소재가 면이기 때문에 가볍고 탄성이 큰 섬유조직을 이용해 총탄을 방어하는 원리로 개발되었다.
1871년 신미양요 때 첫 실전 투입이 되었는데, 한여름에는 군사들이 더위를 이기기 힘들었고, 불이 나면 속수무책이어서 실효성을 거두진 못했다고 한다.
▲면제갑옷 입기 체험
▲불원복(머지않아 국권을 회복 한다)태극기[강화전쟁박물관 전시]
기획전시전에 입장하니, 빛바랜 유물 위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겹쳐진다. 을사조약 이후 활약한 의병장이 지녔다고 하는 불원복(不遠復) 태극기. 최후의 순간까지 ‘머지않아 국권을 회복 한다.’는 붉은 자수 태극기를 손에 놓지 않고 싸웠던 의병들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하다.
명문가의 여식인 애기씨를 의병으로 거듭나게 했던 산포수, 조선인들의 의로운 싸움을 온 세상에 알려달라며 종군기자의 카메라 앞에 섰던 의병들의 모습은 드라마 속 픽션이 아니라 잊어서 안 되는 역사의 한 장면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서양식 무관복을 착용한 대한제국 강화진위대 장교들 사진도 놓치지 말자.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 해산 된 후, 이동휘참령을 비롯한 강화진위대 군인들은 강화의병이 된다.
▲산포수의병[강화전쟁박물관 전시]
강화의병들은 주민들의 호응 속에 친일파를 처단하고 갑곶으로 상륙한 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강화의 ‘죽실방죽’과 같은 지명은, 군인출신 의병들이 일본군의 다리를 잘라 버렸다는 것에서 유래 되었는데, 이처럼 강화도 구석구석 의병운동의 흔적이 전해지고 있다.
그 밖에도 전시장에는 뇌홍식 소총, 조총 등 그때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있다.
▲강화전쟁박물관
강화전쟁박물관이 위치한 갑곶돈대는 고려시대 몽고와의 전쟁에서 임시수도였던 강화도를 지키던 중요한 요새로 병인양요 때 프랑스의 극동함대가 상륙했던 장소다. 고려와 조선의 방어시설로는 성곽, 돈, 보, 진 등이 있는데, 돈이 가장 작고 진이 가장 큰 군사시설. 일반적으로 돈, 즉 돈대는 성곽을 높게 축조하여 그 안에 대포를 설치한 보루를 뜻한다.
갑곶돈대에는 실물크기의 대포와 불랑기, 소포가 재현되어 있다. 불랑기는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연속사격이 가능하도록 개량된 화승. 불랑기 옆의 소포는 대포보다 크기도 작고 사정거리도 짧지만 재래식 화포 중 가장 발달된 형태로 바다를 통해 침입하는 적의 선박을 포격하던 무기다.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천연기념물 제 78호)
갑곶돈대에는 남쪽지방에서 자라는 탱자나무 서식지가 있다. 이 나무는 강화도가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탱자나무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입을 입증하는 살아있는 자료로, 성벽 밑에 적병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심었다고 전해진다.
전시 안내 ○ 전시 장소 : 강화전쟁박물관 2층 ○ 전시기간 : 2월 27일(수) ∼ 4월 24일(월) ○ 관람시간 : 오전 9시~ 오후 6시(연중무휴) |
신미양요 격전지 광성보, 용두돈대, 그리고 어재연 장군
‘미미광어’는 물고기가 아니다. 미미광어는 신미양요 당시 미군이 광성진에 쳐들어 왔으나 어재연 장군이 막았다는 것을 줄인 말이다. ‘선을 넘은 녀석들’의 출연진인 설민석이 수험생들이 쉽게 외울 수 있도록 줄인 표현이다.
신미양요 벌어지기 5년 전, 미국의 상선 제너럴셔먼호가 들어와 조선에 통상과 무역을 강요한다. 조선은 바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며 낯선 이방인을 융숭하게 대접하지만, 제너럴셔먼호 선원들은 조선인을 공격한다.
이에 평양감사 박규수는 제너럴셔먼호를 철저하게 응징하는데, 미국은 이 사건을 핑계 삼아 조선을 개항시키기 위해 무력으로 침략한다. 이 싸움이 바로 신미양요다.
▲용두돈대
미군이 불법 영해침범 계고를 무시하고 광성진으로 접근하자 조선군은 경고용 포격을 가한다. 조선의 대포는 사정거리가 짧아 배 근처도 닿지 못했지만, 미군은 경고용 사격을 빌미로 무력 침공을 감행한다. 바다에서는 미 해군이 끊임없이 대포를 쏘아대고, 초지진에 상륙한 보병은 광성진을 공격한다. 미군의 수륙양용작전에 조선군은 속수무책. 우왕좌왕하던 조선군 앞에 어재연 장군 등장하여 수자기를 꽂는다.
“여기가 우리의 중심이요, 여기가 우리가 죽을 자리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1부에 등장한 처절한 신미양요 전투신이 떠오른다. 조선군은 탄환이 떨어지면 칼을 뽑아 적을 격살했고, 칼이 부러지면 탄환을 손으로 던졌으며, 탄환까지 떨어지면 흙을 뿌려 끝까지 저항했다.
강력한 근대무기로 무장한 미군에 비해 모든 것이 열세였던 조선군은 참패가 당연했지만, 조국을 지키기 위해 온 몸을 바친 선조들의 위대한 투쟁은 15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감동을 준다.
▲신미양요 순국 무명 용사비
신미양요가 벌어졌던 시기는 더운 여름이었기에 시신은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 되었고, 7개 봉분에 모아 합장을 하게 된다. 신미의총 앞에서 잠시 묵념을 하였다.
150년 전 치열했던 격전지에는 이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이름 모를 조선군의 피가 뿌려진 광성보에도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