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의 사진 자서전-청산의 가정생활/황홀한 신혼-우리는 홍은동 산꼭대기에 160만원짜리 집을 사서 신혼을 출발했다(72-1)

[청산]

1975년 12월 20일 결혼하면서 우리는 홍은동 산꼭대기에 36평, 방3개짜리 집을 160만원에 구입해서

신혼을 출발했다.
그해 가을부터 내가 신혼생활을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싼 집이 어디엔가는  있을 거라는 생각

하나로 매주 토요일.일요일에 달동네를 누비고 다녔다.
사실 나에는 계 탄 돈 50만원이 전부였지만 오로지 집을 사기 위해 당시 착한 아내에게

 "우리 일체의 혼수를 하지 말고 차라리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내는 처음에 "우리도 남들처럼 사고 싶은 혼수는  다 준비해서 시작하자"했지만,정작 그돈으로 혼수감을 사온다면

나는 당장 그것들을 넣을 방조차 없었다.그래서 아내에게 집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고  

 혼수를 준비할 생각이었던  돈 100만원을 그대로 가져왔다.  나중에 내가 모든 것을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지켰다.

예물은 그해초 첫정을 나면서 교환했던 3만원짜리 금반지와 시계로  하고, 나머지는 일체 생략하고

그야말로  숫가락.젓가락 두개로 출발한 것이다.새로 산 집 160만원은 일차 아내가 가져온 100만원과

내가 계탄 돈 50만원 중에서 결혼비용으로 쓸 30만원을 빼고 20만원,그래도 부족한  40만원은 방2개 세 놓은 보증금 40만원으로 맞췄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손꿉쟁이 같은 신혼을 출발한 것이다.장모님은 나이가 육십이 다 된 고령이었는데

한번은 산꼭대기 집에 와보시더니 "100만원이면 2층 독채를 전세 얻을 수 있고 나중에 팔 때를 생각해야 되는데

신혼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철없는 짓을 했다고 불평했다.
그렇지만 3개월 후 190만원에 팔고 100만원은 광주 어머니께 보내 집을 사드리고 우리는 불광동 연신내

혜진네집으로 부엌도 없는 방한 칸으로 50만원에 세들어 갔다.

그때 아내는 첫아들 융을 임신하고 있었다.아내는 임신하면 처음 두달정도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심하게 입덧을 하다가 그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줄넘기도 하고 뛰어 다녔다.

줄넘기를 하던 아내를 보고 혜진이 엄마가 "이봐! 새댁.그러다가 애기 나올라.줄넘기 하지 말게.

조심해야 돼.임신중인데"하고 걱정했다.
그리고 멏달후 우리는 또 이번에는  불광중학교 옆에 방 하나에 부엌 있는 집으로 전세 100만원에 들어갔다.

1977년 12월 그곳에서 융이 돐잔치를 했다.산기가 있을 때 즈음  아내를 광주 어머니댁으로 보냈는데

76년 10월 23일 밤 8시반쯤이었다.낳는 날 저녁에 나는 감사원에서 당직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한테서 아들을 낳았다고 전화가 왔다.나는 뭔지도 모르고 무조건 좋아서 당직사령(부감사관:사무관)에게

보고하고 감사원 아래 구멍가게에서 소주 두병과 오징어 두마리 그리고 땅콩을 사서,

마침 감사원 아래 삼청동에서 하숙하던 일고 선배인 9회 김진근형과  이승주형에게 가서 아들 낳았고 자랑하며 자축했다.그 김진형의 따님을 엊그제인 2016년 12월 11일 명동성당에서 결혼 시켰으니,나보다 한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