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의 원래 용도는 쌀에 들어 있는 돌을 걸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조상들이 섣달 그믐이나 설에 복조리라는 이름을 붙여 조리를 매단 것은 쌀을 일듯이 복을 일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밥 먹을 때 돌을 씹지 않음으로써 오복의 하나인 치아를 보호하자는 지극히 실용적인 의미도 숨어 있다.복조리로 복을 기원하는 행위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1920년대에 나온 '해동죽지'에 '예로부터 습속에 섣달 그믐날의 해가 저물면 복조리 파는 소리가 성안에 가득하다. 집집마다 사들여서 붉은 실로 매어 벽에 걸어둔다'는 기록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져온 것임은 분명하다.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조리 장수들은 큰 소리로 복조리를 사라고 외치며 동네를 돌았다. 대부분의 가정이 한해동안 쓸 조리를 이때 구입했다. 어떤 장수들은 조리를 아무집 마당에나 던져놓고 나중에 돈을 받으러 가는 수도 있었다. 그래도 주인은 싫은 소리를 하지 않고 값을 치른다. 값을 깎는 경우도 드물었다. 복조리가 주는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처 섣달 그믐날 조리를 챙기지 못한 가정에서는 설날 이른 새벽에 서둘러 복조리를 산다. 일찍 살수록 복이 많이 들어온다는 속설때문에서다.구입한 조리는 'ㅅ'자 형으로 묶어 대들보나 부엌문 위에 걸어 놓는다. 또 몇 개는 방 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아 두었다가 쓰기도 했다. 이 때는 손잡이에 예쁜 색깔의 실을 매 모양을 내기도 한다. 또 그 안에 돈이나 엿 등을 넣어두었다. 한해동안 액을 멀리하고 복을 가까이 하자는 바람에서다.복조리를 걸때는 갈퀴(낙엽이나 덤불 등을 끌어모을때 쓰는 기구)도 함께 한다. 갈퀴로 복을 끌어들여 복조리에 담자는 뜻이다.복조리는 섣달 또는 정월에 이뤄지는 다른 풍속과 성격이 좀 다르다. 귀신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신발을 방안에 들여놓는 '야광귀 쫓기' 쥐불놀이 연날리기 등은 액을 멀리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복조리를 거는 것은 들어온 복을 놓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의 표현이다. 복조리 풍속은 1970년대말까지만 해도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그랬던 것이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정미기술의 발달로 주부들이 쌀을 일때 더 이상 조리를 사용하지 않게 된 것도 일조를 했다. 복조리와 비슷한 것으로는 복주머니가 있다. 복을 가득 담으라는 의미로 정월에 선물한다. 때로는 복주머니에 숯을 넣기도 했다.복을 긁어모아 건진다는 뜻에서 방 귀퉁이나 부엌에 매달았던 복조리. 섣달 그믐날 자정을 넘기거나 설날 이른 아침에 어른들은 서둘러 복조리를 집안에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한해동안 복은 가까이 오고, 액은 멀리 갈 것을 빌곤 했습니다. 문득 복은 세상 어디에나 널려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우리의 욕심으로 인해 그것을 놓치고 있을 따름입니다. 어떻습니까. 이번 정월 대보름 까지는 마음 속에라도 복조리 하나씩 만들까요. 다만 허황된 꿈은 버리시죠. 그러면 조리로 쌀을 일 듯 복도 일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복조리에 복 많이 담으시길. <자료제공- 산청군 남사 예담촌>
첫댓글 이제야 복조리 유래를 알았네. 유운처사가 고향인 산청을 사랑하고 은근히 고향 자랑겸 선전 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