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ㅡhttp://me2.do/x3psIpQ1
■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재화의 가격이 오를 수록 수요를 줄인다. 단위가격당 한계효용이 줄어드므로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동일가격에 더 큰 효용을 줄 수 있는 대체재를 찾거나, 가능한 수준까지 소비를 줄인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수요법칙이 통용되지 않는 재화가 있다. 가격이 오를 수록 오히려 수요와 선호가 증가하는 상품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수한 재화들을 경제학 용어로 '베블런재'라고 부른다. 고전경제학의 법칙에 위배되는 이러한 수요에 대한 이론을 처음 제시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이름을 따 지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품은 그리 특수하지 않으며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마다 아무 이유 없이 가격을 올리지만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고 누구나 소유하기를 소망하는 이른바 '명품'들이 베블런재의 대표적 사례다. '명품'을 선호하는 심리는 우리의 '과시욕'에서 비롯된다. 가격이 비쌀수록 아무나 가지기 힘들 수록 그것을 소유함으로 인해서 얻어지는 주관적 만족은 더 올라가는 것이다. 베블런은 이제 고전의 반열에 든 그의 저서 '유한계급론 - 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에서 이러한 메카니즘을 파헤친다.
■ 베블런은 소유의 동기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고전학파 경제학에서는 생존과 육체적 안락을 위한 소비 그 자체를 소유의 동기로 보았다. 그러나 베블런은 사회의 생산이 증가하여 생존을 위한 소비가 충족되고 나면 소유의 동기는 '경쟁'이 그것을 대신하게 된다고 보았다. 부를 축적함은 곧 남과 다름을 드러내는 명예를 의미하기 때문에 축적된 부가 우월함과 성공을 대표하는 관습적인 지표로 확립된다. 그러므로 부의 축적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인구가 늘고 사회가 복잡해져 인간적인 접촉이 일회성이 될 수록 부의 축적만으로 우월함과 성공을 드러내기 어렵게 된다. 내 통장의 잔고가 수백억인들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주 과시적으로 부를 펑펑 낭비함을 보여줌으로서 증거를 제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이다. 이렇게 과시적 소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을 그는 '유한계급'이라고 명명하고 이들의 기원과 유래와 습성을 관찰한다.
■ 유한계급(Leisure Class)이란 일정수준의 자산을 가지고 있어 생계를 위해서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사회계급을 말한다. 부와 권력을 세속 받은 귀족계층이나 산업시대에 새로이 재산을 축적한 부르주아 계층 등을 말한다. (이 책의 배경이 19세기초이니 영화에서 흔히 보는 미국 남부의 목화밭을 소유한 대농장주, 대토지를 소유한 영국의 귀족, 혹은 초기 산업시대에 거대한 부를 축적한 가문들 -록펠러 등- 의 생활상을 그려보면 된다.) 산업사회에서 부의 축적은 곧 명예와 사회적 지위를 의미하기 때문에 유한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이러한 부를 보여주기 위해 '과시적 여가와 과시적 소비'를 통한 '금전과시경쟁'을 하게 된다. 상류사회의 익히기 어려운 까다로운 예절이나 취미생활, 사치품의 소비, 불편을 감내하는 화려한 의복이나 주택, 성대한 파티문화, 사어로 된 고전을 우대하는 학문적 취향 등이 유한계급의 일반적인 생활을 말해준다. 이는 유한계급이 이러한 것을 익히고 배우기 위한 들이는 노력과 시간을 낼수 있음을 보여주고(과시적 여가) 그리고 금전적 낭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재력(과시적 소비)의 증거로 작용한다.
■ 이러한 유한계급의 해악은유한계급은 생활습성과 가치가 전 부문으로 전파된다는데에 있다. 유한계급은 사회의 최상층을 형성하며 이러한 그들의 가치와 습성은 사회적 명성과 품위의 기준이 된다. 그러므로 사회의 각 계급들은 자신보다 한단계 높은 계급에서 유행하는 생활양식을 자신의 이상적인 소비의 기준으로 삼고 그것을 추구하는데 온 에너지를 쏟게된다. 심지어는 사회의 최하층까지도 이러한 과시적 소비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사회의 전 계층이 '과시욕'에 휘몰려 심지어는 과시적소비를 위해 유용한 소비를 극한적으로 줄이는 행태까지 보이게 되며 이는 사회적 생산성의 낭비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또 하나의 중요한 해악은 유한계급이 사회의 진보를 방해한다는데 있다. 사회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 이에 따라 기존의 형성된 사회제도 내부에 변화에 대한 압력이 작용하며 이러한 압력은 주로 경제적인 것이고, 이러한 압력에 취약한 계층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게 된다. 하지만, 유한계급은 이러한 경제적 압력과 무관한 계급으로서 변화에 따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변화는 기득권을 저해할 뿐이다. 그러므로 유한계급은 보수세력이 된다. 또한 유한계급은 사회의 최상층으로서 명성과 품위의 기준이 됨으로서 그들의 보수적인 태도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태도로 인식되게 되므로, 진보는 비천한것으로 취급되게 된다.
■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은 19세기를 사회적 배경으로 하지만, 그의 견해들은 현재의 사회상에 비추어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현재의 유한계급들의 행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한계급의 귀족적, 계급적인 요소만 사라졌을 뿐이다. 오히려 이러한 금전과시경쟁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배상태가 개선됨에 따라 전 사회계층에 더욱 만연하게 된 것 같다. 특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 크고 아프다. 체면을 중시하는 폐습을 승계하고, 급속한 경제개발 속에 부정부패로 부를 축적한 한국의 신유한계급들은 베블런이 묘사한 유한계급의 행태를 너무나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유한계급의 생활을 미화하는 각종 드라마, 재벌가의 딸이 입거나 매고 나온 가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조장하는 매체들...좋은차, 좋은옷, 명품을 선호하는 대중심리,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사회의 최상층부터 최하층까지 너무나 만연하다. 나 또한 이러한 과시적 소비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베블런이 조롱한 유한계급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의 구조적 모습들이 한국사회와 너무나 맞아 떨어져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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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유한계급,ㅎㅎ,좋은자료 감사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이코쌤 감사합니당^^